그날, 하늘에서 내린 것은 빗방울이 아니었다. 검은 눈물이었다. 저 흔들리는 대기, 그 찢어진 공기의 막. 누군가의 창문에 걸려 있던 빛의 발자국은 순간의 침묵으로 굳었고, 길 위에 누워 있던 시간들은 재로 변한 발소리에 사라졌다. 그대의 가슴에 맺힌 서리는 아직도 녹지 않았을 테지. 손끝으로 스치는 공기가, 그날의 뜨거운 바람을 떠올리게 할 때마다 그대의 호흡은 가늘게 떨리고 있을 테지.
보라, 그 자리에 선 그대를. 발아래는 재의 정원, 하늘은 재의 별이 흩어져 간 자리. 그러나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땅은, 비록 지금은 검게 타버린 흙이지만, 결국 땅이기에, 모든 생명의 시작은 그런 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한때 푸르름을 꿈꾸던 가지들이 이제는 검게 그을렸지만, 그 줄기의 중심을 뚫고 흐르는 수액의 노래는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강, 침묵의 지하수처럼 여전히 그 뿌리 깊은 곳에서 맥동하고 있다.
그대의 눈동자에 아직도 남아 있는 공포의 그림자, 그것은 빛을 모르는 어둠이 아니다. 그것은 빛을 기다리는, 빛을 앓는 어둠이다. 마치 지평선이 해를 품기 전 가장 짙은 푸름을 띠듯이, 그대의 슬픔은 이제 새로운 아침을 부르는 가장 깊은 기도다.
누군가는 말하리라,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다시 채울 수 없는 공허만이 남았다고. 그러나 그대가 기억하는 것들 – 그 목소리, 그 미소, 그 온기 – 그것들은 보이지 않는 별이 되어 그대의 밤하늘을 더욱 견고하게 지켜주는 빛이 되었다. 상실이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니, 마치 바람이, 향기가 그러하듯이.
그대의 내면에 펼쳐진 황폐한 풍경. 그곳에는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산이 서 있고, 건너지 못했던 강이 흐르고 있다. 그대는 지금 그대만의 황야를 걷고 있다. 발밑에 스치는 풀잎 하나에도 놀라고, 바람 소리에 고개 돌리는, 세계를 새로 배우는 아이의 마음으로. 그 고통의 지형도를 하나씩 밟아 나갈 때, 그대는 알게 되리라. 그 황야야말로 그대만의 가장 아름다운 지형이 될 수 있음을.
시간은, 그대의 상처에 봉합이 아니라 호흡을 가르쳐 줄 것이다. 숨 쉬는 법, 다시 꿈꾸는 법, 그리고 그 꿈이 너무 무거울 때는 잠시 내려놓는 법을. 그대의 눈물은 씨앗을 적시는 봄비다. 그대의 한숨은 새로운 문을 열어젖힌다.
기억하라,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처럼, 삶은 끝없이 새로운 시작을 각자의 해안선에 선사한다. 모래성은 무너져도 바다는 남는 것처럼. 그대 안에 있는 바다, 그 끝없는 가능성의 푸른 깊이는 영원히 메말라 떨어지지 않으리라.
지금의 이 고통, 이 침묵, 이 허기짐까지도 모두가 그대라는 대지를 구성하는 흙이 되리라. 그 흙을 딛고, 그대는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한 그루 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빛을 향해, 고요하되 단호하게.
그대의 내일은, 지금의 상처를 앓는 이 밤을 지나야만 찾아올 새 날이다. 해가 뜨면, 그대의 그림자조차도 그대를 지키기 위해 함께 일어서리니. 두려워 말라. 그대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그림자의 계절을 건너, 우리 안에 있는 불멸의 빛을 발견하는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