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당신이 마주한 가장 완고한 침묵이다. 목재나 철이 아닌, 당신 자신의 맥박으로 만들어진 장벽. 그 표면에는 아직 딱지도 채 생기지 않은, 미래의 상처들이 새하얗게 부풀어 오른 채로 매달려 있다. 그것은 넘어서야 할 ‘벽’이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문’이다.
당신이 멈추는 순간, 그것은 세계의 전부가 된다.
등을 돌리는 그 찰나, 그것은 우주의 중심이 되어 당신의 호흡을 옥죈다. 당신의 모든 가능성은 그 앞에서 주눅 들어 흩어지고, 당신은 그 그림자에 갇혀 ‘안전’이라는 가장 차가운 감옥을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멈춤이란, 문을 향해 다가가는 고통을 회피하는 대가로, 영원히 그 앞에 무릎 꿇는 일이다.
나는 한때, 그 문의 노예였다.
내 안의 모든 파도가 문을 두드렸지만, 나는 바다의 존재를 부정하며 스스로를 사막으로 만들었다. 문고리는 녹슬어 있었고, 그 너머에서 들려오는 삶의 포효는, 나에게는 위협의 함성으로만 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조용한 절망의 밤, 문에 기대어 울다가 깨달았다.
“이 문의 안쪽 손잡이는, 내 편에 있다.”
밀어야 한다.
무턱대고가 아니라, 떨리는 온몸을 다해, 내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 함께.
문을 밀어낸다는 것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세상을, 드디어 맞이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밀었다.
내 뼈에서 나는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빛이라는 존재가 가진 물리적 압력과 함께.
그것은 폭풍도, 초원도, 약속된 땅도 아닌, ‘처음 보는 바다’였다. 나는 그 해변에 서서, 내가 그동안 바다가 무서워 파도 소리를 ‘벽’이라고 불렀구나, 하고 깨달았다.
두려움은 당신이 만나야 할 문지기다.
그는 당신에게 싸움을 걸지 않는다. 당신이 스스로와 싸울 용기가 있는지 시험한다. 그의 차가운 얼굴은, 당신 안에 잠든 불의 온도를 재기 위한 장치다.
이제, 당신 차례다.
그 문 앞에 선 당신의 그림자가, 어쩌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당신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문고리의 차가움이, 어쩌면 당신 손이 그토록 뜨거웠기 때문일지도.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딛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첫걸음이다.
문을 여는 소리는, 우주가 숨을 들이쉬는 소리와 닮았다.
밀어내라.
그러면 이 견고한 공포가, 어느 순간 네 발아래 섬세한 다리가 되어, 네가 걷는 모든 곳이, 네가 가는 그곳이, 길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