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호텔 레스토랑 서버 일은 어떤가요?

캐나다 워홀러의 우당탕퉁탕 위니펙 이야기

by 위니 더 조이

호텔 레스토랑에 일을 얻게 된 건, 중국에서 온 친구 엠마 덕분이었다.


엠마는 이민 센터 영어 수업을 함께 들었던 수강생인 앤하오라는 친구의 부인이었다. 함께 오로라도 보러가고 공원도 가고 핫팟도 먹고 삼겹살도 먹으면서 우리는 굉장히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나이도 1살 차이에다가 성격도 비슷해서 가장 속마음을 많이 나누는 친구다.


엠마는 컬리지에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서비스를 전공했고, 연계 과정으로 이 호텔에서 6주의 실습을 진행한 후 풀타임을 얻었다. 쉬는 날에도 나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찾아가 메뉴를 시켜 먹으면서 매니저에게 자신의 부족한 점은 없냐, 더 성장하고 싶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어필하던 엠마가 떠오른다.


이후 엠마를 만날 때마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대부분은 동료들에 대한 가십거리와 진상 손님에 대한 욕이었지만) 글로벌 호텔 체인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과 일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서버인 만큼 팁도 잘 들어오고, 큰 호텔 체인이니 오버타임 페이를 확실히 챙겨주는 것도 참 부러웠다.


그런 나의 열망을 잘 알았던 엠마는 레스토랑 구인 공고가 나자 나를 매니저에게 추천해 주었다. 우연히 차 한 잔을 함께했던 적이 있던 매니저는 나의 활발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면접을 보고 파트 타임을 얻게 되었다.


업무 자체는 난이도가 꽤 높았다. 일반 레스토랑이 아니라 호텔의 일부 시설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손님이 가지고 있는 바우처에 따라 POS기에 주문을 입력하는 것도, 사인을 받거나 룸 차지를 하는 등 결제를 받는 방식도 가지각색이었다.


주문이 들어가면 반드시 주문을 마무리하는 단계(룸 차지, 신용카드, 현금의 결제 방식에 따라 주문 확정을 짓는다)가 필요했고, 룸 상태에 따라 또는 바우처에 문제가 생기면 프론트 데스크와 상의를 해야 했다. 또 일이 끝나면 캐시 아웃이라고, 개인 정산 역시 마쳐야 했다.


호텔이어서 서비스도 굉장히 까다로웠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메뉴가 바뀌었으며 손님이 가지고 있는 바우처의 예산도 그에 맞춰 달라졌다. 심지어 바(Bar)도 있어서 칵테일도 만들 줄 알아야 했다.

초반에는 주문 실수나 정산 실수도 많이 했다. 영어라는 견고한 언어의 벽을 둔 채 소통해야 하니 스스로도 답답하기도 했다. 알코올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어서 맥주나 칵테일 종류도 너무나도 생소했다. 계란의 굽기 정도도 뭐 그렇게 다양하고 빵도 다양한 건지.


일이 손에 익어갈 즈음, 호텔이 레노베이션을 시작했다. 키친은 운영을 했지만 식당 홀은 닫아 테이크아웃만 가능했고 내 시프트도 일주일에 한번으로 대폭 축소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한식당에서 해고를 당함과 동시에 호텔이 레노베이션을 마감했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로 인해 모던한 분위기로 바뀌어 테이블과 의자 역시 모두 교체되었고, 메뉴와 음료 메뉴까지 모조리 바뀌었다. 그러느라 호텔은 인력이 필요했고, 정신없이 바빴고, 나는 시간도 많겠다, 매니저가 부탁하는 근무 시간이면 군말 없이 일하겠다고 나섰다.


그랜드 오픈 파티. 레노베이션 후, 호텔의 투자자나 매니지먼트 사람들, 그리고 손님들을 초대하는 파티가 열렸다. 그때 타 호텔에서 초청한 바텐더를 따라 바에서 일을 하겠노라고 자원했다. 옆에서 도우면 칵테일 만드는 걸 금방 손에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문량이 미친 듯이 몰려왔고, 나는 바텐더를 서브했다. 당연히 어설프고, 버벅였다. 하지만 생과일을 활용한 막테일(무알콜 칵테일)만은 기가 막히게 만들었다.


미친 듯이 바빴던 파티를 마무리하고, 잠시 쉬는 시간. 함께 모여 앉아서 잠시 쉬고 있던 차에 매니저가 이렇게 말했다.


“나한테 계획이 있어. 조이를 우리 바텐더로 만들 거야.”


매니저는 내가 인상 깊었는지 나를 오후, 즉 밤 시간에 배치해 바텐더를 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내가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달리고, 뭔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총알처럼 튀어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나 보다. 그리고 곧 풀타임으로 전환되어 일주일에 5일, 약 2시부터 10시까지 오후 타임에 일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풀타임 전환한지 4개월, 호텔에서 일한지는 약 11개월이 되었다. 여름 동안 북쪽에서 일어난 불 때문에 피난민들이 호텔에서 생활하기도 해 매일 130-150인분의 음식을 나눠주기도 했었고, 근처 대학교에서 학기가 시작하자 교수들의 홈커밍 파티를 준비해 열기도 했었다. 그러는 동안 영어도 늘고, 팁도 소소하지만 열심히 모으고, 동료들과도 더 친해졌다.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위니펙에서의 삶이 두 배는 더 만족스러졌다. 이유를 차곡차곡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호텔 근처로 이사 가기 전까지는 킥보드를 타고 출퇴근을 해서 버스비가 들지 않았다. 이사 후에는 호텔까지 걸어서 약 4분 거리로 출근 시간 15분 전에 출근해도 넉넉하다. 출퇴근에 드는 에너지를 상당히 아낄 수 있다.


둘째,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프랜차이즈 글로벌 호텔이 복지가 훨씬 나았다. 큰 차이가 없긴 해도 최저임금보다는 몇 센트라도 더 받았으며, 포인트 제도가 있어서 포인트를 모으면 기프트 카드로 바꿀 수 있었다. 유급 휴가가 있음이 물론이고, 유니언이 있어 부당한 일이 있을 때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총 60명의 직원이 있어서, 직원 감사 행사나 글로벌 행사,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코스튬 행사 등 즐길 수 있는 활동들이 많다.


셋째, 서버 일이 내게 잘 맞다. 외향적인 성향의 나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직업이 맞았다. 서비스를 만족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했고, 일이 힘들고 고되더라도 팁이라는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져서 힘을 낼 수 있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 칵테일을 만드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요리사라는 직업에 비해 힘은 덜 들이고, 즐거움은 더 크다.


넷째, 다양한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내가 유일한 한국인이다. 서버 동료만 하더라도 중국,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필리핀, 네팔, 러시아에서 온 친구들이다. 물론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캐나다인도 있다. 국가가 다양한 만큼, 동료들 모두 다양한 나이대와 배경을 지니고 있고 일을 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그들과 맞춰가면서, 나는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영어 역시 점점 익숙해진다. (결코 는다고는 못하겠다)


다섯째, 한식당에서는 보통 일주일에 32-34시간을 일했지만 이곳에서는 37-40시간을 일한다. 주 5회를 일하는데 한식당에서 일하는 것보다 기본 페이가 더 나아졌고, 오버 타임으로 일하는 경우 1.5페이를 보장받는다. 팁까지 합하면 수입이 늘었다. 덕분에 미래를 위한 저축의 양도 조금은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여섯째, 2시부터 10시까지 일하는 삶의 패턴이 나쁘지 않다.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이 눈을 뜨는 시간이 기상 시간이 되어 나에게 맞는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출근 전 오전에는 팔팔한 에너지를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에 쓸 수 있다. 물론 저녁이 없는 삶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유가 없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전에는 외출을 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돈을 쓸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서비스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자주 행해지는 시스템 개편을 적응하는 문제, 총지배인이 항상 단톡 채팅에 공유하는 고객들의 리뷰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 밀려드는 주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것도 이겨내고 감내해야 할 점이다. 가끔은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 하나 내적 갈등에 마음속이 현란하고, 내일의 출근이 두렵다는 생각도 든다. ‘힘들어서 못해 먹겠어. 나 이제 그만둘 거야’라고 동료들과 농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만족이 크다. 이 일은 내가 캐나다에 살고 싶었던, 그리고 기대했던 삶의 방식을 완벽하게 충족해 준다. 몸을 움직이고, 눈을 아낄 수 있는 일. 퇴근을 하면 일 생각을 끊을 수 있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또 이 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이곳에서의 삶을 부족하지 않게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하하, 추가로 자랑하고 싶은 것. 지난달에 이달의 직원으로 선정됐다. 총지배인은 이 사실을 전해주며 이렇게 말했다.


“모두가 다 조이만 추천하고 뽑던데? 다들 조이, 조이, 조이!”


열심히 일하고, 또 매번 활짝 웃었더니 모두가 인정해 주고, 그에 따른 보상도 따라와서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받은 포인트를 아마존 기프트 카드로 바꿔 새 키보드를 장만할 수 있었다.


앞으로 약 8개월 정도의 워킹 비자가 남아 있는 상태다. 비자 연장을 더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내년 정책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인데, 별 탈 없으면 이 직업을 계속 유지하지 않을까 싶다.



볼링.jpg 서버들끼리 볼링치러 가서 찍은 사진


크리스마스 파티 상품.jpg 호텔 크리스마스 임직원 파티 경품 선물


피난민들을 위한 음식 준비.jpg 피난민들이 호텔에 머물 당시, 음식 나눠줄 준비 중


호텔 일.jpg 바에서 (열심히) 청소하는 나


호텔 일2.jpg 테이블을 (열심히) 청소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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