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러의 우당탕퉁탕 위니펙 이야기
생활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위니펙에서 새로 생긴 내 별명부터 풀어보겠다. 그것은 바로 ‘지린고비.’ 지릴 정도로 아끼고 아끼고 아낀다는 뜻에서 룸메이트이자 남자친구 ‘캐나다구스(줄여서 캐구)’가 붙여줬다.
이왕 캐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시만 풀어놓고 가자면, 캐구와 나는 대학교 때 같은 학과 CC였다. 장기연애 끝에 워홀과 캐나다 이민에 대한 뜻이 맞아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왔다. 당연하게도 한국인.
아무튼, 이 지린고비의 생활비는 타인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만 하면 무척 좋을 것이다. 달러로 하면 헷갈릴 수 있으니, 캐나다 달러로 1달러를 한국 돈 천원으로 환산해서 대략적으로 이야기 해 보겠다.
우선 집세는 캐구와 반반을 낸다. 현재 사는 곳은 방, 거실, 화장실 하나의 아파트로 내가 방을 쓰고, 캐구가 거실을 쓰고 있다. 전기, 물, 난방, 인터넷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한 달에 백삼십만 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 그러니 인당 육십오만 원.
통신료는 약 사만사천 원을 내고 있다. 나는 파이도라는 통신사를 이용하고 있으며 무제한 문자 및 통화에 데이터는 60기가다. 파이도 통신사가 좋은 점 중 하나는 한 달에 다섯 번, 한 시간씩 무제한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인터넷이 없는 집에서 살 때 아주 요긴하게 써먹었다.
개인 교통비로는 약 만원 전후. 사실상 거의 제로라고 보면 된다. 현재 호텔에 걸어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딱히 교통비가 들지 않는다. 위니펙의 버스는 한번 타는 데에 약 삼천 원이고, 친구를 만나거나 쇼핑몰을 가거나 할 때를 대비해 카드에 충전을 해 두긴 했다. 한식당에 다녔을 때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약 십일만 원을 주고 무제한 패스를 매달마다 충전했었다.
다만 가끔 캐구와 나는 차를 빌린다. 서울 자전거 따릉이 같은 개념의 공유 자동차를 시간에 맞춰 렌트하는 식인데, 한인마트를 가서 장을 보거나 가구와 같은 무거운 물건을 구매해야 할 때, 여름에 호수에 놀러가고 싶을 때 등 가끔씩 빌린다. 이것도 두 사람이서 나눠서 내니 그냥 생활비로 품목을 정산한다. 이동한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이용료는 한 시간에 오천 원. 두세 시간을 빌리면 총 약 이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생활비는 한 달에 인당 삼십오만 원에서 사십만 원 정도 드는 듯하다. 이 안에는 쌀, 우유, 달걀, 생선, 고기 등 식료품을 사는 비용과 휴지, 샴푸, 물티슈, 지퍼백 등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장을 한번 볼 때마다 약 오만 원 정도의 지출이 생긴다. 그러나 친구를 따라 코스트코에 가거나, 한인마트에 가서 한국 식재료를 몽땅 쟁여 와야 하는 경우는 십만 원에서 많게는 이십만 원까지 지출이 생긴다. 재료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느끼기에 한국보다는 식재료가 10-20% 정도는 저렴한 느낌이다.
또 외식비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캐구와 나는 외식보다는 집에서 해 먹는 편이다. 친구들과 놀 때를 제외하고는 둘이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게 외식한다. 매니토바의 경우 12%의 세금이 붙고 여기에 팁까지 붙어 외식 한 번하면 지출이 크게 생기기 때문. 그 외 문화비용으로는 넷플릭스 등의 오티티 비용이 포함된다. 약 만원 전후.
이사를 하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달의 경우, 지출이 더 발생한다. 물건이나 가구를 새로 사는 비용 때문도 있지만 상자 구입이나 이사를 위한 유홀 트럭 렌트 비용이 추가로 붙는다. 또 냉장고를 비우느라 외식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이사의 경우 매트리스와 의자, 수납장, 책상 등을 새로 마련했기 때문에 거의 백만 원에 가까운 돈을 추가로 지출했다.
이 외에는 개인 용돈으로 약 십오만 원 정도의 지출이 든다. 나는 술을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때문에 가끔 캐나다의 다이소인 달라라마에서 초콜릿이나 과자를 사먹거나 여름엔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데에 간식비를 쓴다.
또 나는 구제숍 쇼핑을 무척 즐긴다. 구제숍이기에 싸고 좋은 물건을 구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큰 지출을 하지는 않는다. 한번 들려서 쇼핑하면 쓰는 돈이 이만 원을 넘기기가 힘들다.
색조 화장을 하지 않아 화장품 비용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패션에도 딱히 관심이 없어서 필요한 옷이 아니면 거의 구매하지 않는다. 다만 내게 꼭 사야하는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마스크 팩이다. 위너스라는 쇼핑몰을 가면 한국산 기초 화장품을 파는데, 나는 물티슈처럼 뽑아 쓰는 한국산 시카 마스크팩 30개입을 꼭 구매한다. 가격은 약 만오천 원 정도로 저렴한 편. 다만 이건 보통 캐구가 주는 이발 포인트를 쓴다.
이발 포인트란, 내가 캐구를 이발해 주고 얻는 일종의 ‘20-30달러 정도의 물건을 살 때 사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권리’다.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이발기와 미용 가위로 내가 한 달에 한번 씩 집에서 직접 캐구의 이발을 진행한다. (상당한 실력으로 발전했다)
지린고비라고 하지만 필요한 물건들이나 사고 싶은 걸 잘 구매해서 살고 있다. 소고기가 먹고 싶으면 사서먹는다. 크림치즈도 조금 더 비싼 걸 사고 싶으면 사 먹는다. 헤어컨디셔너도 가장 저렴한 것보다는 조금 값이 나가지만 세일에 들어간 걸 산다. 중국 마트에 가서 마라탕 재료도 팍팍 사고, 한국마트에서 실비 김치도 다섯 팩이나 사서 쟁여놓는다.
위니펙에서 살면서 십만 원대 키보드를 두 개나 구입하고, 토론토에서 산 토끼 인형은 무려 한화로 오만원이 넘고, 책상도 높이 조절 책상이 되는 비싼 걸로 샀다. 테무에서 머리핀이나 귀걸이 같은 자잘하고 귀여운 물건도 구매한다. 하하. 지금 보니 지린고비라는 별명이 무색해지네.
외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매콤한 인도 음식이나 뜨거운 국물이 있는 베트남 국수류, 끼니를 쉽게 때울 수 있는 햄버거 말고는 다른 옵션들의 음식이 가격 대비 맛이나 질에서 만족도를 크게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래도 이방인의 신세이고, 앞날이 불안한 임시 이민자의 삶이다보니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이게 정말 필요한가, 하는 고민을 하고 식재료를 고를 때도 집에 남아 있는 재료로 잘 조합해서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삼천 원의 버스비가 아까워 킥보드를 타거나 걸어 다닌다. 뭐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거 아니겠어?
만약에 우리가 차를 구입했다면, 할부나 보험 그리고 기름 값 등까지 해서 한 달에 약 사십만 원, 인당 이십만 원의 추가 지출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가 없으므로 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체 합산을 하니 내가 한 달에 드는 생활비는 약 백이십 만원에서 백오십만 원 정도. 매달마다 편차가 크지만 대충 이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캐구도 거의 비슷한 지출을 할 때니, 두 사람 합산해서 약 삼백만 원 정도의 생활비가 드는 셈이다.
이 정도의 지출을 하면, 남은 수입으로 소박하지만 미래를 위한 저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위니펙의 장점이다. 캐나다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한 달 생활비 백사십만 원은 아주 합리적인 금액이기 때문이다.
토론토나 벤쿠버에서 산다면, 이미 같은 조건의 아파트에 이백육십에서 삼백만원 정도의 렌트비(약 두 배)를 내고 있었을 테니까. 캘거리 역시 토론토나 벤쿠버에 비하면 렌트비가 저렴하지만, 위니펙보다는 30%정도 더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소박하지만 여유로운 삶이 위니펙에선 가능한 셈이다. 그래서 내가 위니펙을 더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론토에서 우버를 탔을 때, 우버 기사가 나와 같은 렌트비에 아내와 함께 아파트 방 하나를 렌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돈이 항상 필요해 사는 게 힘들고 그래서 이렇게 우버 기사로 투잡을 뛰는 거라는 하소연도.
“위니펙 오세요. 그 정도로 비싸지 않아서 살기 괜찮아요.”
그는 추워서 싫다고 했다. 하하, 그에게는 돈보다 무서운 게 추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