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위니펙에서 어떤 집에 살고 있나요?

캐나다 워홀러의 우당탕퉁탕 위니펙 이야기

by 위니 더 조이

지금 집은 이사 온 지 약 한 달 정도가 됐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살았던 집 중 가장 좋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로, 지어진 지 약 3년이 되었고 깔끔하고 방음이 잘 되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집 안에 있다. 방, 거실 그리고 화장실이 각각 하나로, 부엌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는 구조도 좋고, 화장실도 널찍하다.


단점이라면 난방이 히터라서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거실 창문을 열 수가 없어 요리 후 환기가 어렵다는 것. 그리고 북향이고 아파트 뷰라 해가 잘 들지 않는다는 것과 창문을 마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현재 공사 중이라 아침마다 소음이 들려온다는 것 그리고 안방에 천장 등이 없어 간접 등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정도?


이 집은 위니펙에서의 세 번째 집이다. 앞서 말했듯 월세는 백삼십만 원으로 전기, 난방, 물, 인터넷 이용료가 포함되어 있다. 집의 퀄리티에 비하면 월세 가격도 괜찮은 편이다. 보증금은 렌트비의 절반으로 칠십오만 원을 냈다. 보통 렌트는 일 년 계약으로, 종료 시점 3개월 전부터 연장 여부를 묻고 재계약을 한다. 조금씩 렌트비가 오르기도 하는데,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이 집에서 계속 살 것 같다.


처음에 이 집을 보러 왔을 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지만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현재 이 집의 입주는 9월 15일에 가능한데, 이전에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9월 1일에 퇴거를 해야 했다. 약 15일 동안, 집 없는 신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캐구가 이 사실을 아파트 관리인에게 알리며 어필했다. 이 집이 너무 좋아서 들어오고 싶은데, 15일 동안 홈리스가 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그랬더니 관리인이 선뜻 다른 유닛을 보여주더니 제안을 했다.


“이 유닛에서 15일간 살고, 최종 유닛으로 이사하게 해 줄게. 어때?”


그 제안에 얼마나 행복했던지 우리는 곧바로 계약의사를 밝히고 서류를 준비해 지원했다. 최근 한 달간의 급여 증명 서류, 기본 인적 사항 (이전 집의 프로퍼티나 집 주인, 직장 정보 및 매니저 번호가 포함된) 서류를 제출하고 다행히도 입주가 확정되었다.


우리는 임시 유닛으로 이사해 15일을 살았다. 짐도 풀 이유가 없었기에 이곳저곳에 상자를 쌓아 놓고 필요한 물품만 빼서 쓰고, 위니펙 다운타운이 한눈에 보이는 멋진 창을 즐기다가 현재 유닛으로 이사했다. 짧은 기간 안에 이사를 두 번 하니 온몸이 욱신거렸지만 이제 발 뻗고 마음껏 잘 수 있고, 내 방을 꾸밀 수도 있어서 기뻤다. 의자도 책상도 모두 새것으로 장만했다.


행복이 배가 되는 이유는 이전에 살았던 집(셜브룩 집이라고 부르겠다)에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위니펙에서 살았던 첫 번째 집은 방 두 개와 넓은 거실이 있는 듀플렉스 하우스(두 가구가 사는 단독주택)의 1층이었다. 백이십만 원의 월세를 내고 있었지만 전기가 포함된 렌트 조건이 아니라서, 전기로 돌아가는 겨울의 난방비를 자가 부담해야 했다. 하우스라 난방 효율이 무척 떨어졌고 돈을 아끼고 싶었던 우리는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겨울에 약 삼십만 원 정도의 전기세를 내야 했다. 돈도 많이 냈는데 심지어 별로 따뜻하게 살지도 않아서 억울했다. 그래서 이사를 결정한 것이다.


그렇게 이사간 곳이 위니펙의 두 번째 집인 셜브룩 집이었다. 이 집으로 이사 간 결정적인 이유는 월세를 아끼고 싶었고, 한식당까지 가는 버스 루트를 줄이고 싶었으며 난방비가 포함된 집에 살고 싶어서였다.


셜브룩 집은 방 하나에 거실 하나로 약 12평 정도로 무척 작았다. 총 8가구가 사는 빌라형 아파트였고, 하우스의 뒷마당에 집을 증축해 지은 형태였다. 라디에이터로 난방을 하는 방식이고 방 창문이 완벽한 남향이라 따뜻한 햇살도 온종일 들어와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었다.


버스 정류장은 집에서 2분 거리로, 10분만 타면 한식당이 있는 버스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캐나다의 다이소 달라라마, 식료품점이 가까운 곳에 두 개나 있었기에 장을 보기도 몹시 편했다. 월세는 전기를 제외한 난방, 물, 인터넷 포함으로 구십칠만오천 원. 시세에 비해 무척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셜브룩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다. 한식당에서 호텔 일로 옮겨간 후,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한 거리였다. 그래서 밤 10시나 11시에 퇴근해서 15분 정도를 걸어오면 스산하고 거리에 비틀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건 킥보드를 사서 타고 다니는 것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방음이 잘 안 됐다. 나무로 지은 집이어서 방음이 전혀 안 됐다. 재채기를 하는 소리나 떠드는 소리, 웃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들려왔다. 심지어 그들은 대마초나 알코올을 즐기는 사람들이었는데, 집에서 피우는지 계단이나 복도에 대마초 냄새가 진동했고, 밤 12시가 넘어도 음악을 크게 틀었다. 캐구와 나는 영상을 찍어 프로퍼티에 신고했고,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그들은 조용해졌다.

게다가 집 주변엔 항상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봉투가 터진 채 밖을 구르고 있는 걸 발견할 때면 정말이지 화가 났다. 여름엔 음식물 쓰레기 때문에 구더기도 엄청났다.


심지어 어느 날은 화장실 세면대 아래서 쥐똥을 잔뜩 발견했다. 파이프 구멍을 통해 기어올라왔다가, 세면대 문을 열고 나갈 수가 없어 똥만 싸지르고 다시 내려간 것 같았다. 실리콘 건을 사서 직접 처리했고 그 이후에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조차 끔찍한데 더 참을 수 없었던 게 있었으니.


바로 배드버그, 즉 빈대였다. 첫 빈대는 지하 유닛에 사는 쓰레기를 모으는 사람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캐구와 나의 몸에 피부를 파버리고 싶을 정도로 심한 간지러움을 유발하는 벌레 물린 자국이 발견됐다. 프로퍼티에 신고를 하고 방역업체가 와서 집 전체를 꼼꼼하게 검사했다.


“매트리스에 배드버그의 흔적이 없네요. 벽을 통해 건너온 것 같군요.”


소독을 진행했다. 소독을 진행하면서 모든 옷과 이불을 빠는 등 동시에 나 역시 개인 방역을 진행해야 했다. 그리고 빈대는 사라졌다.


……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다시 물리고, 다시 검사와 소독을 받고, 괜찮아졌다가 다시 물리고……. 심지어 몇 개월간은 완벽히 방역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 그때 이 집에서 일 년 더 살아도 좋다고 판단해 계약을 연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여름이 되어 빈대가 다시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옆집이 그 원인이었다. 그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자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이 났다. 더 이상 이 집에 살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배그버그를 발견할 때마다 새벽이든 아침이든 관계없이 사진을 찍어 보내 계약 종료를 요청했다. 소독도 다시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낮에는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는 녀석들이 밤만 되면 기어나오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사람을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왜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는지 알 것 같았다. 마침 새로 호텔에서 일을 시작하기도 한 시점이어서 아무리 힘들도 지쳐도 밤에 푹 자지 못했다.


팔과 다리에 물린 자국이 가득하고 자면서 무의식적으로 피가 날 때까지 긁어댔다. 모기장을 사서 그 안에서 자도, 매트리스 주변에 테이프를 거꾸로 둘러 트랩을 설치해도 계속 물렸다. 어느 날은 눕기가 싫어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았다. 며칠 간은 공유 차를 빌려 차 안에서 잤다. 조금이라도 푹 자기 위해.


메일을 수없이 보내고 나서야 계약 종료에 성공해 이사 준비가 시작됐다. 새로 이사 갈 집의 조건을 설정했다. 옆집의 영향을 받지 않는 콘크리트로 지어진 집일 것, 신축 아파트일 것, 역시나 난방비가 포함될 곳일 것. 그렇게 지금 사는 아파트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사를 할 때도 엄청난 공을 들여야 했다. 이불, 베개, 매트리스, 의자, 인형, 나무로 된 가구를 다 버렸다. 건조기에 돌릴 수 없는 스웨터 같은 옷들 역시 다 버렸다. 나머지 옷은 높은 온도로 설정한 건조기에 40분 이상 돌려서 플라스틱 상자에 단단히 밀봉했다. 양말, 속옷, 티셔츠, 모든 모자며 수건까지 마찬가지였다. 상자에 담은 이삿짐은 바닥에 내려놓지 않고 무조건 높은 곳에 올려뒀다. 가져갈 가구들은 모든 나사구멍을 조명을 비춰 다 살피고 소독용 물티슈로 앞뒤로 다 닦았다.

그렇게 개고생의 이사를 마치자마자 거짓말처럼 빈대와 영원히 작별하게 되었다. 이사 후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 중간에 깨지 않고 푹 잠을 자는 건 실로 오랜만이었다.


지금 집은 호텔과 가까워 밤에 퇴근해도 안전한 출퇴근이 용이하다. 특히 이 장점은 추운 위니펙의 겨울에 빛을 발할 것이다. 공용 시설도 갖춰져 있어서 여름에 바비큐를 해 먹을 수도 있고, 피아노를 갖춘 음악실도 있다. 택배를 안전하게 문앞으로 바로 배송 받을 수 있고, (지난 집은 우체국으로 가서 수령하게 설정해 두었다. 훔쳐가는 사람이 많은 위험한 지역이라) 무엇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만나는 이웃들도 상냥하다.


이래서 좋은 집에 살아야 하는구나 느끼면서, 오늘도 잠들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 이 집에 대한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다. 이 집을 더 누리고 싶어 일을 가기 싫을 지경이다.

역시 고생 끝엔 행복이 오나보다.


셜브룩 집.jpg 셜브룩 집, 밤의 불청객만 아니었다면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옛날집 쓰레기통.jpg 밤마다 누군가 쓰레기통을 항상 뒤져대던 셜브룩 집


보은아직 못 함.jpg 마음고생이 심했을 때 한국 친구들이 보내준 선물. 엄청난 위로였다. 아직도 보은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임시 숙소.jpg 짐을 풀지 못한 채 대충 살았던 15일간의 임시 숙소


아트 공간.jpg 현 집 한쪽 켠에 나만의 아트 갤러리를 만들었다. 지금 집에서 평온을 찾았다는 증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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