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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의 버럭은...

유전자보다는 노력의 부족

by 열정적인 콤플렉스

버럭성질은 혼자서 하는 고민일 수 있지만, 버리고 싶어도 내 삶에 찰싹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30대 초반까지는 타고난 기질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정신승리로 버텼다. 그런데 시간이 쌓여감에도 여전하다는 것은 죄 없는 돌아가신 부친 핑계를 더 이상 댈 수 없다는 의미가 된다. 주어진 시간이 이렇게 길었는데도 후천적 노력으로 개선하지 못했다는 것은 유전자의 힘이 아닌 의지의 부족인 것이다. '해서 안 되는 게 어디 있느냐?'라는 말을 절대로 믿지 않는다. 오히려 수많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시킨 못된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치병이나 불치병도 아니고, 성질머리는 자기 인식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아직도 내 고민 목록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버럭이 가장 나쁜 놈은 적절하지 못한 타이밍에 터진다는 거다. 심지어 '그렇게 까지 할 일이야.'라는 소리까지 듣게 된다. 그럴싸한 이유가 쌓여 가고 있음에도 적절하지 못한 방식과 타이밍에 '버럭 성질'이 튀어나와 낭패를 보게 되다. 더 나쁜 건 이 버럭성질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터진다는 거다. 밖에 나가면, 남한테는 '그럴 수 있다', '이해한다.'는 한 없는 포용력을 보여주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뱉고 만다.

그래서 최근 몇 년간 잘 실천은 되지 않지만, 염두에 두고 노력하고 있는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가족을 남처럼 대하자.



정말 남인 냥 관심두지 말자는 의미가 아니다. 밖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거기에 최소한 공감하는 척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족을 대하자는 의미다. 그러면 버럭의 기운이 쌓이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고, 버럭 성질을 내기보다는 고운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실제로 꽤 효과가 있다.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생각', 아니 '나와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행동을 보려고 한다. 처음에는 생각과 입이 따로 놀았다. 여전히 상대가 보기에는 가만히 있다 괜히 버럭 성질내는 것처럼 보이게 대했다. 마음에 새기고 노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노력 중이다. 조금 더 고운 마음으로, 고운 말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시 한번 돌아가신 아버지를 핑계 삼아 '타고난 성질머리가 어디 가겠냐'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보다는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이고 싶다.


두 번째는 참지 않는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버럭은 역설적이게도 '참다가 터지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무엇인가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의문점이 들면 그 순간에 말을 해야 한다. 처음 순간을 참고, 다음번을 또 참으면 인내심이 짧은 사람에게는 버럭의 기운이 금세 밀려온다. 그러니 당연히 버럭이 되고 만다. 처음 생각이 들었을 때, 처음 마음에 들지 않았을 때는 감정적인 말보다는 이성적인 말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나간다.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같은 말을 한 번하고, 두 번하고 세 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참지 않고 눈에 보였을 때 '좋은' 말로 하겠다는 굳은 다짐도 부질없는 일이 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한 번, 두 번이 쌓이면 최소한 맥락 없는 버럭이 되지는 않는다. 화는 쌓는 게 아니고 푸는 것이고 분출해야 한다. 오래 숙성시킨다고 사라지거나 좋아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화를 숙성시키면 크게 터지거나 내 속만 썩어 문드러지게 되니까.


버럭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 그리고 한 번, 두 번 잔소리보다는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 두 번, 세 번 해야 한다. 부디 그렇게 타고난 성질이란 핑계 대지 않고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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