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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날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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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애진 Nov 17. 2018

조건부 한파주의보

성냥만으로 소녀가 견딜 수 없었던 이유







책상 밑, 베란다 구석, 방문이나 커튼 뒤, 몸을 숨기기에 적당히 좁고 또 적당히 어설픈. 어릴 적 내복 바람으로 집에서 즐겨하던 그러한 종류의 잠복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리라는 묘한 기대감이 있다. 숨기지 못한-숨기지 않았다고 해야 더 어울릴지도- 몸 한편이 불룩 튀어나온다고 해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다. 어디에선가, 숨어 있던 나를 찾아줄 그 체온을 느끼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집 안 속속들이 빈 공간에 그런 기대감이 한껏 웅크리고 있는 한, 한겨울에도 찬 바람이 파고들 곳은 딱히 없다. 어쩌다 발을 들여도 내 관심을 영 끌지 못한다. 그러니 반대로 홀로 사는 이들의 집에는 겨울이 오기만 하면 동장군의 입김이 제 집인양 들이닥치는 것이다.


적적한 집에서 혼자 숨바꼭질을 해봐야 술래는 이미 구석이란 구석을 다 점령해버린 그 한기의 차지가 되며, 그리하여 세상에는 뼈까지 시린 자취방, 단칸방들이 그렇게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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