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 월세가 비싸지는 이유

관행

by 잠손

첫 번째 창업팀이 끝나고, 나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갔다.

정확히는, 그냥 원래 하던 것들을 계속했다. 수업을 듣고, 중간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교육봉사를 나가고, 계획하지 않았던 학과 학생회장에도 선출되어 일을 했다. 그리고 큐브위성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병행하기도 했다. 손이 놀 틈이 없었다.

그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잊히는 것들이 있었다.

팀이 무너지던 날, 짜장면 그릇을 비우던 그 침묵. 담배 연기가 흩어지던 그 10분. 첫 번째 창업은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기억의 뒤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억지로 지운 게 아니었다. 그냥 매일이 바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무언가로 꽉 채워두면 그 틈으로 불안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는 것을, 살면서 몸으로 익혀왔다. 바쁘게 사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그게 굳어졌다.

다만 한 가지는 사라지지 않았다.

'언젠가는 다시 해야지.'

언제인지,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몰랐다. 그냥 막연하게, 어딘가에 박혀 있는 생각이었다. 바퀴벌레처럼. 보이지 않아도 분명히 어딘가에 있는.




집주인이 털어놓은 이야기


그 '언젠가'가 찾아온 건, 아주 평범한 날이었다.

나는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 근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다. 처음 계약할 때는 부동산을 통해서 들어갔지만, 2년이 넘어가면서 꼭대기 층에 사시는 집주인 아주머니와는 꽤 익숙한 사이가 됐다. 오르내리다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몇 마디를 나누는 그런 관계였다.

재계약할 때가 됐다.

부동산을 다시 끼지 않고, 집주인과 직접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했다. 어렵지 않았다. 양식은 인터넷에서 찾으면 됐고, 서로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하면 끝이었다. 수수료도 없었고, 중간에 낀 사람도 없었다. 당사자끼리 하면 되는 일이었다.

계약서를 쓰면서,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요즘 부동산 있죠? 복비를 얼마나 달라고 하는지 알아요?"

나는 처음엔 그냥 흘려들었다.

"방 하나에 100만 원씩이에요. 우리 건물에 방이 몇 개예요. 다 합치면 2,000만 원 가까이 나가는 거잖아요."

잠깐 멈췄다.

"그게 법으로 정해진 수수료인가요?"

"정해진 게 있긴 한데, 그걸 지키는 부동산이 어디 있어요. 안 내면 방 안 빼준다는데 어떡해요."




관행


나중에 찾아봤다.

주택 임대차 계약의 법정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에 따라 다르게 정해져 있다. 거래금액은 보증금에 월세를 100배 한 값을 더해서 계산한다. 예를 들어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라면, 거래금액은 500만 원 + (30만 원 × 100) = 3,500만 원이 된다. 이 경우 거래금액이 5,000만 원 미만이므로 '재계산'이라는 규칙을 적용하여 500만 원 + (30만 원 × 70) = 2600만 원이 되어서

2600만 원 × 0.5% = 13만 원이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 복비다.

숫자만 봐도 황당했다.

그런데 아주머니가 말씀하신 금액은 방 하나당 100만 원이었다. 법정 한도의 5배가 넘는 금액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법을 어기는 것이 관행이 돼버린 시장이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을이었다. 그 금액을 내지 않으면 부동산에서 Z방, D방 등에 광고도 올리지 않고, 부동산으로 오는 손님에게 그 방을 소개해주지도 않는다. 방이 안 나가면 손해는 집주인 몫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대부분의 집주인들은 타지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동산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그리고 그 비용은 고스란히 월세에 얹혔다.

집주인이 부동산에 낸 수백만 원은 결국 세입자가 매달 내는 월세에 분산되어 회수됐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매달, 계속. 학생들은 왜 월세가 비싼지 모른 채 그냥 내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신기했다. 그리고 황당했다.


당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불법이 시장 전체를 조용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피해를 보는 건 집주인도, 세입자도였다. 그 사이에서 구조적으로 이익을 가져가는 관행이 너무 견고하게 자리 잡혀 있었다.




구조가 보이면, 틈이 보인다.


계약서를 다 쓰고 아주머니 댁에서 나왔다.

계단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나는 방금 직접 계약서를 썼다. 부동산 없이. 수수료 없이. 그냥 됐다.'

안 되는 게 아니었다. 모르는 것이었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서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었다.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와 노트북을 켰다.

검색해 봤다. 대학가 직거래 부동산 플랫폼.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되어있고, 그마저도 매물이 매우 적고, 특정 대학가 로컬단위의 원룸을 중심으로 집주인과 세입자를 직접 연결해 주는 서비스는 찾기 어려웠다.

그 순간, '언젠가는 해야지'가 '지금 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했다. 부동산 시장과의 전쟁이라기엔 너무 작고, 그냥 창업이라기엔 아직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디어 하나, 분노 조금, 그리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 없는 확신.

그게 전부였다.

그래도 어쨌든, 시작해 볼 만해 보였다.


구조가 문제라면, 구조를 바꾸면 된다. 방법을 모르면, 만들면 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천체망원경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 판매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던 그 중학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