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처럼 남겨진 문장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에 마음을 남긴다

by SH

그날 카페는 조금 더 붐볐다.

창가 자리는 모두 차 있었고,

서윤은 안쪽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잠시 뒤

누군가 서서히 다가와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


지훈이었다.

우연인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둘은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노트를 펼쳤다.

말보다 먼저 손이 움직였다.

조용한 펜 소리만이 테이블 위에 얇게 깔렸다.


서윤은 오늘은 유난히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몇 줄 적다가

노트를 덮었다.


지훈은 아직 쓰고 있었다.

그는 다 쓴 듯 노트를 덮었고,

잠시 후 자리를 비웠다.


그가 떠난 테이블 위에는

종이 한 장이 남겨져 있었다.

서윤이 늘 쓰던 메모지였다.

그 위에는

익숙하지 않은 필체로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기억이라는 건

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해지는 일도 있다는 것.”


서윤은 메모지를 손에 들고

한참 동안 바라봤다.


누구의 글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문장은

너무 조심스럽고,

너무 고요하게 남겨져 있었다.


서윤은 메모지를

자신의 노트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다시 펜을 들었다.


오늘은 쓸 말이 생긴 것 같았다.


우연처럼 남겨진 문장,

그 안에 조심스럽게 숨겨진 마음.

당신도 그런 문장을 받아본 적 있나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6화사라진 메모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