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은 늦지 않았다

살아 있다는 건, 아직 질문이 있다는 뜻이다

by SH

한동안 세상이 낯설지 않았다.

어떤 일에도 떨리지 않았고,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그게 ‘어른이 된 것’이라 생각했다.

이미 아는 게 많고,

더 이상 배울 게 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색이 번졌고, 모양은 엉망이었다.

나는 습관처럼 말했다.

“이건 이렇게 해야 더 예쁠 것 같아.”


그때 아이가 조용히 물었다.

“왜 꼭 잘해야 해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이

오랫동안 굳어 있던 내 안의 감각을

조용히 깨우고 있었다.


그래, 나는 언제부터

‘잘하는 것’만을 배움이라 여겼을까?

언제부터

‘모른다’는 말을

두려워하게 되었을까?


질문이 멈춘 순간,

배움도 함께 멈췄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다.


배움은

지식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감각을 되찾는 일이다.

세상이 아직 궁금하다는 것,

내가 아직 반응하고 있다는 것,

그게 진짜 배움의 시작이었다.


배움은 성취가 아니라

깨어 있는 마음이다.

그리고 지금,

그 마음이 내 안에서 다시 열리고 있다.


늦지 않았다.

질문이 생긴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


지금이라도 괜찮다.

늦은 게 아니라,

이제야 진짜 묻기 시작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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