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느려도, 나는 걷고 있어
어느 날,
세상이 나보다 너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이루는 시간에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것만 같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애써 따라가 보려 해도
숨이 찼고,
뒤처지는 게 아닐까 두려워 자꾸 발을 헛디뎠습니다.
그때,
아주 조용히
어디선가 이런 말이 들려왔습니다.
“괜찮아. 지금 네 속도대로 가도 돼.”
놀라울 만큼 조용했고,
놀라울 만큼 단단했습니다.
그 말은 내게 속삭였습니다.
조금 느려도,
조금 멈춰도,
나는 여전히 ‘가고 있는 중’이라고.
누구의 시계에 맞출 필요 없이
지금 내가 걷는 이 한 걸음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내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이대로 괜찮다고.
조금 느려도,
나는 나의 삶을 걸어가는 중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발끝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이 속도면 어때.
내가 다치지 않고
내가 나를 잃지 않는다면
그게 가장 나다운 길 아닐까.
우린 오늘도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