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고마운 여행

참, 이상하게 고마웠다

by SH

멀리 떠나온 건

사실 별 이유가 없었다.

그냥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 가보고 싶었다.


낯선 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향했다.

창밖 풍경은 처음 보는 것들이라

괜히 마음이 바빠졌다.


작은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를 천천히 걸었다.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쳤고,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덮었다.


괜히 기분이 좋아

발걸음이 조금 더 느려졌다.


나는 늘

빡빡하게 무언가를 채워야

살아 있는 것 같았다.

하루를 버겁게 보내야

안심이 됐다.


그런데

여기 와서는 달랐다.


별일 없이 숨만 쉬어도

조금은 괜찮았다.


바다 냄새,

저 멀리 배 지나가는 소리,

느긋하게 앉아 있는 내 모습.


다 사소했는데

이 모든 게 괜히 고마웠다.


멀리 와서야

살아 있는 게 가끔은 이렇게

다행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이 낯선 곳에서

괜히 마음이 고마웠다.

살아 있어서.


참 이상했다.

그저 숨 쉬는 일이

이토록 다행일 줄이야.


이 여행이 이렇게 고마울 줄이야.

참, 묘하게도.

그래서 자꾸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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