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의 본질은 포기다.
※ 이 글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 일부를 발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이은혁(이도현)은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다. 이은혁은 구성원 전원의 생존을 목적으로 삼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를 밟아 나가는데, 감정의 기복 없이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리더십은 나이 많은 어른들도 따를 정도로 탁월했다. 특히 이은혁의 냉정한 판단력은 주인공 차현수에게 일을 지시할 때 빛을 발한다.
한두식씨 구출이 메인이야. 아이들은 서브고.
메인에 집중해. 상황이 나쁘면 서브는 버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리더인 이은혁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다 이루먄 좋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달성해야 할 목표인 '메인'을 지정해 준 것이다. 이은혁이 가진 능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득이 기대되는 순서대로 여러 목표를 정하고, 모든 역량을 투입하여 최소한의 손실로 목표를 달성하여 승리를 얻는 것, 짧게 말해 전략이다.
리더에게 요구되는 제일 중요한 능력은 전략적 판단력이다. 전략적 판단력이란, 조직의 목적(Goal)을 이루기 위한 목표(Objective)를 단계적으로 수립하고,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Tactic)과 이 전술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자본, 시간, 인력과 같은 주요 자원(Resources)의 투입 시점과 투입량을 결정하는 일체의 능력이다. 요약하면 전략적 판단력은 목적 달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어디에 자원을 집중할지 판단하는 능력이다.
리처드 럼멜트의 <좋은 전략, 나쁜 전략>에 따르면, 좋은 전략은 수립을 하기만 해도 자동적으로 무엇을 해야할지에 대한 행동이 명확해진다. 명확한 전략은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명확한 가이드가 있다면 실무자는 현장에서 가이드에 따르되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최대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경영자들이 그토록 원하는 주신의식 있는 직원은 해당 직원의 마인드셋이 아닌, 경영자가 수립한 전략의 명확성에 좌우된다.
반대로 나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1. 미사여구
표현만 멋진 전략은 쓸모가 없다. 예를 들어 디지털 프랜스포에이션, 그로스 조직화, 고객 만족, 최고의 품질 등 당연하면서도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감도 주지 못하는 전략 컨셉은 사무실 구석에 붙이는 포스터 구호보다 가치가 없다. 남들이 다 하는 트렌드, 책에 나오는 그럴싸한 문구가 아닌 문제를 드러내고 구성원의 행동 지침이 될 수 있는 전략 문구를 작성해야 한다.
2. 문제 정의의 부재
전략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버려두고 전략만 그럴듯하게 세우려고 하면 앞서 언급한 미사여구가 나오게 된다. 문제와 상황을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흔히 문제시 하는 매출 하락은 문제가 아닌 상황이다. '왜' 매출 하락이 일어나는지 그 원인을 파고들어야 한다. 더 이상 원인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왜를 반복해야 본질에 닿을 수 있다.
3. 목표와 전략의 혼동
'매년 20%씩 매출을 늘린다.'는 전략이 아니라 목표다. 흔히 무능한 비서실이나 전략기획 부서에서 이런 실수를 많이 하는데, 목표를 세워놓고 전략이라 칭하며 유관부서에 배포하고는 해당 전략을 실행할 '전략'을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쓸데없는 페이퍼 워크와 보고, 회의가 남발되어 생산성을 잡아먹고 비효율이 발생한다. 물론 제일 문제는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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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판단력은 리더십의 핵심이지만 불행히도 이 능력을 가진 리더는 눈물나게 적다. 리더가 된다고 없던 능력이 생기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무 경험을 오래 쌓거나 연차가 많다는 이유로 쉽게 리더가 되는 우리나라 기업 특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략적 관점을 훈련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채 리더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가 실무 시절의 전술적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보인다.
이런 리더가 쓸데 없는 마이크로매니징만 하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며, 자기 일을 찾지 못하고 부하들의 일을 빼앗아서 하는 것이다. 리더가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지 못하고 구성원과 동일한 시야로 일하게 되면 조직의 미래는 밝을 수가 없다.
흔히 전략적 판단력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선택'과 '집중'을 많이 거론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전략적 판단력의 요체는 '선택'보다는 '포기'에 있다. 선택은 어느 정도 안목이 있으면 할 수 있는데 의외로 포기를 못하는 리더가 많다. 포기를 못하니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선택을 못하고 집중을 못한다. 무능력한 리더일 수록 모든 것이 다 중요해 보인다. 어느 것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리더라면 목표를 달성하고 궁극적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엇부터 포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요도에 따라 '메인'과 '서브'를 구별하고 위기 시 '서브'는 버릴 수 있다는 리더의 가이드가 있다면 실무자는 유연하게 현장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만약 우선순위를 판단할 때 먼저 할 것이 고민된다면, 반대로 무엇을 포기할 수 있을 지 고민해보자. 의외로 답이 나올 수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