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해도 될 질문과 하지 않는 게 좋은 질문

인터뷰, 대화를 할 때 주의해야할 점

1.

오늘 동료들과 프로젝트 인터뷰를 하다가 느낀 것. 인터뷰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핸드폰을 비행기 모드로 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끼는 동료 한 명이 카톡으로 추가 질문 해도 되는지를 물었는데, 난 비행기 모드여서 당연히 인터뷰 중간에 톡을 보지 못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질문사항이 있었음을 알게 됐고, 질문 내용을 물었다. 산업과 대표의 인터뷰를 이해하려고 혼자서 고민한 흔적이 보였는데, 질문은 동료에게 매우 진지했으나, 내가 보기엔 큰 의미를 만들어내지 못할 매우 귀여운 질문이었다. 질문해도 되느냐고 먼저 물어봐준 동료에게 고마웠다. 여튼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내 판단에 대표에게 질문할만한 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대화의 한 형식이다. 상호 관계에 있어 매너(방식과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상대의 레벨에 맞춰 물어봐야할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레벨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해도 될 땐, 서로가 매우 친근한 관계여야 하거나 상대가 모든 것을 열어두고 나의 수준을 낮추어볼 때 뿐이다. 나를 전문가로 대우하며 무언가 기대하고 있을 땐, 기본적인 건 스스로 찾아보는 편이 낫고, 혹은 찾아도 나오지 않을 경우엔 다른 급이 낮은 실무자에게 문의하는 게 자연스럽다.


공식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되거나 내 개인에 관련된 여러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때론 불쾌한 질문도 있고, 기분이 좋은 질문도 있다. 수준이 높은 질문을 만나면 대답은 까다롭고 땀이 나기도 하지만, 기분이 좋다. 나를 그렇게 여겨준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자신 혹은 내 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공부했다면 하지 않았을 질문들이 있는데, 그런 질문을 마주하게 되면 그다지 반갑지 않다(단, 어린 친구, 아마추어의 경우엔 예외다. 그들에겐 업무 목적으로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기본적인 질문을 해도 괜찮다). 물론 나는 가급적 어떤 질문에도 아는 범주 내에서 상세히 답변하려는 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질문의 수준을 보며 질문자의 내공을 미루어 짐작하게 마련이다. 질문자의 내공은 바로 질문자가 속한 단체의 내공과 직결된다. 따라서 공식적인 업무에서의 대화는 매우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2.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지만, 의도를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무례한 경우도 있다. 정치적인 대화들에서나 볼 수 있는 노림수, 암투가 있는 질문들이다. 긍정을 해도, 부정을 해도 이상한 질문이다. 가령 "OOO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있다고 치자. 피해 여부가 확실히 조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일방적 주장만 이슈화되었는데, 질문 내용에는 피해자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주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해 뭐라 답을 하든,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노림수를 볼 수 있다.


이와는 성격이 다른 일화지만,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한 컨퍼런스 이후 뒷풀이에서 한 분이 내게 물었다. 계속 모자를 쓰고 있는 내게 질문했다.


"모자는 왜 써요? 뭔가요? 컨셉인가요?"


그게 왜 궁금했을까?

갑작스런 질문에 빤히 그 사람을 보고 있는데, 눈치가 빠른 내 후배는 "이 형 대머리 아니에요. ㅎㅎ"라고 먼저 답을 했다. 그러자 그 분은 "아하~"라고 답했다.


'아 이 맥락이었구나.'


여긴 좋지 않은 의도와 전제가 있다. '대머리는 모자로 가리고 다닌다, 넌 계속 모자를 쓰니 대머리일거야, 왜냐면 컨셉이라고 하기엔 좀 별로거든'. "컨셉인가요?"하는 말투에서 '컨셉이 좀 별로인데?'하는 뉘앙스를 읽었으니까 그 때의 맥락은 딱 이 정도였던 것 같다. 무슨 이런 매너없는 질문이 다 있나? 그 사람은 내가 대머리였다면 어떻게 대처하려 했던 걸까? 그 사람이 다니는 외국계 직장 타이틀이 우스워보였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딱 이 정도 수준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를 허용하는 것과 무엇이든 물어봐도 된다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해도 될 질문이 있고, 하면 안좋은 질문이 있다. 하면 안좋은 질문은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질문이다(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기자의 질문을 조금 예외로 두어야할 것이다). 게다가 그런 질문은 질문자의 수준을 낮아보이게 한다. 본인의 순수 호기심 때문에 질문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런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지 않는지 잘 헤아릴 필요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