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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랜딩유망주 Feb 21. 2020

5. 리더십? 책에서 배운 대로 안 되던데요.

[#2 샌프란시스코]

거제도를 떠나는 순간부터 굉장히 긴장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온통 이 프로젝트를 무사히 마쳐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가득 차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편하게 쉬지 못했다.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 일정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병호, 캐리어가  보이는데?"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내 캐리어만 보이지 않았다. 미국을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일이 생겼다. 알고 보니 다른 승객이 착각하여 내 캐리어를 들고 간 것이었다. 차라리 내 것이 분실된 걸 다행이라 여기며 마음을 추슬렀다. 곧바로 항공사 직원에게 배송받을 주소를 전달한 후, 우리는 사전에 예약해두었던 Airbnb 숙소로 향했다.


피로가 누적되어 무척이나 예민한 상태였다. 만약 이 상황에서 문제가 하나라도 더 생긴다면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 때문에 이동하는 Uber 안에서는 숙소에 도착하면 씻고 곧바로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Airbnb의 출생지, 샌프란시스코



"준호, 나만 일하나? 같이 해야 하는 거 아니가?”


결국, 준호에게 짜증을 내고 말았다. 여행 전, 우리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기 위해 준호와 나만 유심을 구매해 연락망으로 쓰자고 했었다. 그러나, 미국에 도착해 유심을 끼워보니 되지 않았다. 첫날부터 계획과 다른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자 짜증이 났다. 연속되는 사건들과 피곤함은 신중함과 배려하는 마음을 완전히 파괴했다.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준호는 노래를 부르며 미국 무사 도착을 축하하고 있었다. 동시에 지웅이, 하람이도 함께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결국 준호에게 감정을 표출해버리고 말았다.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은 나의 잘못이었다. 미성숙한 감정표현이었고 이기적이었다.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모습이 아니었다. 캐리어는 기다리면 받을 수 있고, 유심 역시 설명서와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찬찬히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힘들면 힘들다고 편하게 말하면 될 일이었다.


그저 내가 이 모든 것을 홀로 이끌어간다는 지나친 책임감과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는 거만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와 더불어 주위 사람과 소통하는 게 서툴렀던 것도 이유였다고 생각한다.


배려심이 많은 준호는 고맙게도 나에게 되려 책임을 묻지 않았다. 나의 상태와 감정을 이해해주었고 함께 핸드폰을 무사히 개통시켰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준호는 적극적으로 팀에 협력하는 멤버가 되었다.  





“배를 제대로 만들고 싶으면, 팀원들에게 목재를 이리 옮기고 저리 옮기도록 일일이 지시하거나 일감을 배분하지 마라. 대신 저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하라.” (생텍쥐페리)
Palace of Fine Arts, San Franci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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