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oomoon Sep 03. 2024

책 쓰기 A to Z

제8강 닥치고 쓰세요.

닥치고 쓰세요.               

 

 이 용어는 영어로 '프리 라이팅(Free Writing)'입니다. 글쓰기에 매우 유용한 방법이죠. 글을 쓸 때 막히는 것은 초보자에게 흔한 일입니다. 그 이유는 잘 쓰고자 하는 노력 때문이죠. 홈런을 치려고 할 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삼진아웃이 되기 쉬운 것처럼, 글을 잘 쓰려고 할 때 연필에 힘이 들어가면 연필심이 부러질 수 있습니다.     

 막 쓰기는 글쓰기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막 써놓고 나서 퇴고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쓰려고 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죠. 전문 작가라 할지라도 퇴고하지 않는 이는 없습니다. 어차피 퇴고를 할 것이라면, 처음에는 연필에 힘을 빼고 생각나는 대로 막 쓰기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 쓰기를 할 때는 시간을 정해두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0분 동안 막 쓰기를 합니다. 그 시간 동안 손가락은 노트북 키보드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 후 문서 정보에서 글자 수를 확인합니다.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뇌는 진행하려는 성향이 있고, 좌뇌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며 제동을 걸죠. 막 쓰기를 할 때는 좌뇌를 쉬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막 쓰기에서는 글이 옳은지 그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분량입니다.               

 


 막 쓰기를 하면 현재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있는지 글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의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죠. 막 쓰기는 보이지 않는 생각을 문자로 변환하는 과정입니다. 문자로 변환하여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생각을 시각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눈을 감고 달리면 넘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정확히 보고 달리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달릴 수 있죠. 마찬가지로 생각을 시각화하며 하나씩 정리해 나가면 글쓰기 시간도 단축되고 생각을 글로 잘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책 쓰기를 지도하는 첫 시간에 막 쓰기를 시킵니다. 그러면 많은 수강생들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글이 자연스럽게 써집니다. 두려움은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일단 자신이 쓴 글을 눈으로 확인하면, 글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글이 써지기 시작합니다.     

 글쓰기 지도 시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합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제가 쓴 예문을 읽어주고, 그 주제에 대해 어떻게 작성할지 설명한 후,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막 쓰기를 시작합니다. 그 결과로 어떤 글이든 수강생들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그다음 과정입니다. 쓴 글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고 필요한 부분을 추가합니다. 그 후 상징을 부여하고 글을 다듬어 완성도 높은 글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글을 쓰려고 하면 대부분은 멈추고 생각만 하게 됩니다. 글쓰기에는 시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생각만 하다가는 글을 쓰지 못하고 시간을 다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 쓰기를 한 후에 다듬는 시간을 가지면 어떤 글이든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실력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며, 타고나는 것도 아닙니다. 많이 써야 잘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며, 1년이면 52편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초보자라도 신문에 칼럼을 연재할 수 있는 글쓰기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것입니다.     

 막 쓰기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줍니다. 막 쓰기를 하면 어느 정도 분량이 나오고, 그것을 본인이 직접 확인하면 글쓰기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 방법은 저만의 경험이 아닙니다. 막 쓰기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글쓰기 과정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글쓰기 전문가들이 이 방법을 추천합니다.               

 책을 처음 쓸 때는 출간기획서의 중요성을 알지만, 초보자에게는 출간기획서 작성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책 한 권이 90페이지(글자 크기 10pt, 행간 160% 기준)라고 가정하고, 막 쓰기로 20페이지를 채웠을 때 글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 제목과 목차를 정하고, 책의 강점을 서술하여 출간기획서를 작성합니다. 이 기획서는 변동 가능성이 있는 초안이 될 것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막 쓰기부터 해 보세요. 많은 초보 작가들이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막 쓰기는 콘셉트를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책을 내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막 쓰기를 해보세요. 20페이지를 쓰고 나면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주제가 드러날 것이고, 이것이 당신이 잘 쓸 수 있는 콘셉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내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세요. 그리고 남은 내용을 세분화하여 약 20개의 소제목을 만드세요. 그 후 각 소제목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면 본문이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서도 막 쓰기는 유용합니다. 쓰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이를 목차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책 한 권 분량의 40개 꼭지가 완성됩니다.     

 책을 처음 쓸 때는 글쓰기 습관과 글의 분량이 중요합니다. 막 쓰기를 습관화하여 초고를 완성하세요. 그 후 책의 전체 구성을 생각하며 재배열, 삭제, 추가하는 퇴고 과정을 거쳐 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쓰기 A to Z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