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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moon Nov 26. 2024

1장 출근길의 생각들

아빠의 출근길


1장 - 출근길의 생각들


 아침은 늘 분주하다. 알람이 울리면 잠깐 더 누워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시간은 없다. 서둘러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나면, 아이들이 깨어나기 전 집을 나서야 한다. 가끔은 집을 나설 때 마주치는 아이들의 반쯤 감긴 눈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아빠 다녀올게!"라는 말 한마디로 마음을 다잡는다.

 출근길은 하루를 시작하는 첫걸음이지만, 동시에 하루의 무게가 어깨에 서서히 내려앉는 시간이다. 회사에서 해결해야 할 업무와 미팅, 처리하지 못한 보고서가 머릿속을 차지한다. "오늘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나 차창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생각이 많아진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 길이 맞는 걸까?"라는 물음이 떠오를 때도 있다. 직장에서는 리더로서, 팀원으로서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고, 집에서는 든든한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이 모든 역할이 마치 두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가 있다.


 바로 커피 한 잔이다. 익숙한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산 따뜻한 커피는 출근길의 소소한 위안이 된다. 손에 닿는 따뜻한 감촉과 코끝에 스치는 향기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준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스스로를 위한 작은 다짐을 해본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해보자." "실수를 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 말자." 이런 다짐은 비록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하루를 시작하는 나에게 꽤나 큰 힘이 된다.

 출근길은 단순히 회사로 가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 조용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고, 하루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출근길은 매번 조금씩 다르게 느껴진다.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어제의 기억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진다.

 이 길 위에서 나는 가끔씩 '나'라는 사람을 돌아본다.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모든 역할을 완벽히 해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출근길은 그렇게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고, 다짐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회사에 도착할 즈음이면 커피잔은 텅 비고, 마음속에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준비가 끝난다. 출근길의 생각들은 그날의 첫 다짐이 되고, 어쩌면 하루의 마지막에 다시 돌아보게 될 작은 시작이 된다. 40대 아빠로서,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 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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