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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moon Nov 27. 2024

2장 일터에서의 하루


일터에서의 하루


 출근길,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텨낼지 생각하며 회사에 도착했다. 항상 그렇듯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동료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앉는 사무실 자리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더미가 오늘 할 일을 말없이 가리키고 있었다.

 컴퓨터를 켜자마자 울리는 이메일 알림음. 상사의 지시와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뒤섞인 메시지를 읽으며, 마음 한편에서는 "왜 내가 이걸 다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스친다. 하지만 곧 "지금 내가 안하면 어차피 또 내가 해야돼"로 스스로를 다잡는다. 두 어깨를 펴고, 오늘 하루도 해내겠다는 결심을 새긴다.

 오전 시간은 항상 빠르게 지나간다. 팀 회의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의견 충돌 속에서도 팀의 방향성을 맞춰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런 순간엔 내가 이 일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내가 없어도 이 자리가 돌아갈 수 있을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를 붙잡는 건 동료들의 농담과 웃음이다. "오늘도 고생 많다"는 짧은 한마디가 버팀목이 되곤 한다.


 점심시간, 휴식 같은 이름의 전쟁 같은 시간이다. 식당의 긴 줄을 피해 최대한 빨리 음식을 받아 들고 테이블에 앉는다. 동료들과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가 마음을 잠시나마 가볍게 해 준다. “애들 학원 때문에 힘들다”는 동료의 말에, 나 역시 비슷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료라는 걸 느낀다.

 오후 업무는 집중력과의 싸움이다. 쏟아지는 피로감 속에서도 마감일이 촉박한 일을 마무리하려 애쓴다. 고객과의 통화에서 예상치 못한 불만을 듣고, 불편한 마음을 숨기며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한다. “네, 알겠습니다. 곧 해결하겠습니다.” 이런 문장은 입술에 붙어 있는 주문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해가 질 무렵, 사무실 창문 밖으로 붉게 물든 하늘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가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마무리해야 할 일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퇴근 시간이 더 소중하다. 책상을 정리하고, 남은 일을 내일로 미뤄둔 채 사무실을 나온다.


 퇴근길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료들과 웃으며 인사를 나눈다. 서로의 피곤한 얼굴 속에서도, "내일 또 보자"는 말속엔 작은 위로와 응원이 담겨 있다. 회사 문을 나서면서 하늘 위에 떠 있는 달을 본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내일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집으로 향한다.

 일터에서의 하루는 마치 톱니바퀴 속의 작은 나사 같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이라 생각한다. 두 어깨가 무거워질 때마다 문득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를 지키는 이유는 내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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