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자연스럽게 어깨를 주무르게 된다. 오늘 내 어깨에 얼마나 많은 짐이 실렸는지 생각하다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내가 지고 있는 모든 것이 정말 필요한가?"
회사 일은 산처럼 쌓여만 가고, 보고서와 프로젝트 마감일, 상사와의 미팅까지. 그런데 회사 문을 나서면, 가정이라는 또 다른 공간이 나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놀아달라며 웃고, 아내는 하루를 나눈다. 그들의 모습은 사랑스럽지만, 새로운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얼마 전, 아내가 말했다.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해. 모든 걸 내려놓진 못해도, 좀 더 가볍게 살 수 있잖아."
그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내 삶이 무거운 건, 오롯이 내가 선택해서였다.
그 이후로, 내가 지고 있는 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정말 필요한 것과 내려놓아도 되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을 맡겼다. 내가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짐을 조금 내려놓으니, 세상이 더 넓게 보였다.
아침에 딸이 그린 그림을 보며 말했다.
"아빠, 여기 아빠가 꽃밭에서 쉬고 있어."
그림 속 아빠는 평화로워 보였다. 딸은 내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존재다. 딸아이 눈에 비친 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아빠였다. 무거운 짐과 가벼운 마음,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40대 아빠로서 내게 주어진 과제다. 짐을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만, 더 많은 사랑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