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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moon Dec 23. 2024

11장 아빠는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매일 아침, 나는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잠든 아이들의 방을 지나쳐 욕실로 향하고,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고쳐 맨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은 여전히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어제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머릿속을 스친다.

 40대의 삶은 묘하다. 누군가는 안정된 시기라고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매일이 시험 같다. 직장에서의 역할, 가정에서의 책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기대까지. 한편으론 아이들이 크는 모습이 뿌듯하면서도,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면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하루의 피로를 단숨에 씻어준다. "아빠 왔다!"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안아줄 때, 생각한다. '그래,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하지만 완벽한 아빠가 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어젯밤에는 작은 아이가 내게 책을 읽어달라고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감고 싶었다. 결국엔 책을 읽어주었지만, 내 표정이 밝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아이가 그런 나를 어떻게 봤을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건 그날그날의 실수와 부족함을 인정하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지난주에는 아이들과 공원에 갔다. 작은 자전거를 타며 “아빠! 봐봐!”라고 외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 순간에 집중하려 했다. 나도 한때는 저렇게 누군가의 관심과 응원을 바라던 시절이 있었겠지.

 아빠로서의 삶은 마치 조각을 다듬는 일과 같은거 같다. 매일 조금씩 더 부드럽고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완성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이 나를 채운다.

 오늘도 나는 어제보다 더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게 나 자신을 위한 약속이고, 내 가족을 위한 다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먼 훗날, 아이들이 내 어깨를 떠올릴 때, ‘우리 아빠는 참 노력했던 사람이야’라는 기억만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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