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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Dec 31. 2023

40대에도 새해는 기다려져요.

아홉 걸음

이제는 제법 많이 겪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새해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있다. 그래도 예전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나간 한 해의 아쉬웠던 점에 대해 좀 더 깊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강원도 최북단에 위치한 고성 그중에서도 바닷가 쪽에 살고 있다 보니 내일의 해돋이를 보러 온 수많은 사람이 보인다. 작년에 처음 느꼈지만 일출 보러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온다는 걸 알았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1월 1일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겠지. 


한편으로는 아직 멀었다고 느끼고 싶지만 조금씩 50대를 향해 나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10대에는 20대를 향해가는 게 마냥 기다려졌다. 아무래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할 수 있게 되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던 제약이 사라지자 허탈함이 밀려왔다. 그나마 이제는 친구들과 술집을 합법적으로 갈 수 있다 정도의 재미는 있었다. 


20대에서 30대로 변하는 시기는 두려움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리 잡아가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멈춰있는 느낌이었다. 이때부터 세상물정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사실 난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다들 대단하네.’ 


처음으로 격차라는 걸 피부에 와닿게 느꼈던 시기였다. 물론 10대에도 20대에도 타인과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30대에 느꼈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30대에 느낀 격차는 ‘과연 내가 비슷하게라도 쫓아갈 수 있을까?’에 가까웠다. 그리고 조금씩 포기라는 걸 배웠다. 원하기만 한다고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새 타협이라는 것도 하고 있었다. 지나고 나서 보면 핑계에 가까웠던 선택이 많았지만 당시에는 타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자존감에 타격을 덜 입을 거라 여겼던 게 아닐까. 


반복되는 삶을 살다 보니 30대가 훌쩍 지나갔다. 물론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고 나름 다양한 변화가 있긴 했지만 어느새 나다운 모습은 많이 사라져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다. 어차피 내년도 내후년에도 비슷한 삶을 살거나 단지 다니는 회사가 바뀌어 있겠지 정도의 기대감만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새해가 좋았던 점은 공식적으로 쉬는 날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러다 30대 끝자락이 다가왔다. 


”40대에도 똑같은 삶이 반복되겠지?” 

”아마도.” 

”…” 


반복되는 삶이 결코 나쁜 삶은 아님에도 괜스레 내 처지가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주변에 나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짠하게 바라보곤 했다.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의 모습은 분명 달랐겠지만 적어도 회사 내에서 만큼은 그런 마음이 들었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며 삶의 보람을 느끼려고 노력도 해봤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건 그나마 무료하게 느껴지는 인생에 선물과도 같은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이것도 딱 거기까지였다. 나와 아이를 동일시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 삶은 스스로 변하고 성장해야 하는 것이었다. 


40대의 시작은 잃어버렸던, 어딘가에 묻혀 있었던 나를 찾는 과정이 되었으면 했다. 어떻게 보면 다소 철이 없고 무책임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했다. 하나뿐인 인생을 내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 그 모든 것을 감수하기로 결정하고 선택하자 잃어버렸던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거짓말처럼 다시 생겨났다. 그런 마음을 담아 올해의 마지막 날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부디 내년에도 지금처럼만. 조금 더 바란다면 올해보다는 몇 걸음만 더 성장할 수 있기를.’ 


소박하지만 진심을 담은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 조금 더 바란다면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도 부디 희망하는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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