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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Jan 16. 2024

31살, 인연을 믿고 싶었던 김경남 씨 20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연락하기가 좀 그랬지만 캐나다에서 정수와 대화를 나눴었다. 자주 연락하진 못했지만 여전히 정수의 마음은 따뜻했다. 반대의 상황이었더라도 내가 정수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아마 난 진작에 연락을 끊었을 거 같다. 떨어져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대화를 나눌 때면 우리의 정신 상태는 언제나 중학교 때로 이동하곤 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의 연이 지속되나 싶기도 하다. 공항에 도착했을 땐 많이 침착해진 정수가 보였다. 외모도 예전보다는 좀 더 어른스러워졌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눴고 서로에 대한 안부를 물었다. 정수는 2년 전에 결혼해서 벌써 아이도 있는 상태였다. 


”고마워. 맨날 마중 와주고.” 

”고마우면 잘 좀 해라. 가자. 이젠 뚜벅이 아니다. 차 타고 가자고.” 

”네가 운전하는 차를 다 타고. 신기하다.” 

”야! 나도 이제 애아빠야. 차 없으면 안 된다고.” 

”참. 이거 받아.” 

”뭔데?” 

”그냥. 아이 선물 좀 사봤어. 맘에 들지 모르겠다.” 

”뭘 이런 걸.. 주면 고맙지.” 


정수는 활짝 웃으며 선물을 받았고 내게 해맑은 웃음을 보였다. 그 웃음이 나까지 행복하게 만든다. 


”우리 아기 사진 한 번 볼래?” 

”그래.”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를 보다 보니 결혼한 정수가 문득 부러워졌다. 


”제수씨가 뭘 믿고 너 같은 애랑 결혼을 한 건지. 대단하다.” 

”내가 해준 거거든? 청혼도 아내가 먼저 한 거라고.” 

”나중에 만나면 다 물어본다?” 

”진짜라니까!” 


오랜만에 만난 게 무색할 정도로 우리는 웃고 떠들었다. 


”데려다줄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미안하니까 그렇지.” 

”됐어. 주소 불러.” 


기어코 정수는 숙소까지 날 데려다줬다. 


”들어가라. 조만간 집에 초대할게.” 

”고마워. 조심히 가고.” 


숙소를 구하기 전까지 임시로 지낼 호텔에 도착했다. 이번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집을 알아볼 생각이다. 호텔 직원의 안내를 도움을 받아 무사히 객실에 도착해 짐을 놓고 샤워부터 한다. 샤워를 하고 나니 여독이 몰려와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잠이 든다.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그대로 잠들었었구나.’ 


출근 준비를 마치고 회사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정신없는 하루가 될 거 같다. 예상한 대로 회사에 도착해 소개를 하고 자리를 배정받았다. 어떤 일을 하면 될지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받았지만 아직까진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숙소는 자유롭게 구하면 된다고 한다. 비용은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한도가 존재한다. 그래도 나쁘지 않은 편이라 그 안에서 해결하거나 초과되는 비용은 사비로 충당하면 된다. 


’내일은 주말이니까 중개사무소부터 좀 찾아봐야겠어.’ 


최대한 회사와 가까운 곳에 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아니면 조금 걸리더라도 집 상태가 좋은 곳이면 좋겠다.  


”케이. 정신없죠? 캐나다에서 갑자기 한국 오자마자 일이라니. 며칠 쉬지 그랬어요.” 

”안녕하세요. 제가 아직 이름이 익숙하지 않아서.. 아. 클라크.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제가 미숙한 점이 많을 텐데 적응될 때까지 조금 양해 부탁드려요.” 

”잘하실 거 같으신데요. 아참 경영지원팀 가서 숙소 관련해서 좀 물어보세요. 지금 호텔에 묵고 있으신 거죠?” 

”아.. 네.” 

”불편할 텐데 어서 집부터 구하세요. 참고로 사택으로 제공되는 곳은 피하세요. 시설이 낡아 빠져서 들어갔던 사람도 다른 데로 구하더라고요.” 

”아하 좋은 정보 감사해요.” 


’경영지원팀으로 가서 먼저 신청해야 하는구나.’ 


케이는 캐나다에 있을 때부터 내가 사용하는 외국이름이다. 한국 지사도 외국인이 섞여 있는 구조다 보니 한국식이 아닌 영어 식 호칭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별생각 없이 경영지원팀이 있는 층으로 이동해 이리저리 살펴본다. 하지만 어디에 경영지원팀이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뒤에서 손으로 어깨를 툭툭 친다. 


”저기. 누구 찾으세요?” 

”아. 네. 혹시 경영지.. 어?” 

”어!” 


’말도 안 돼.’ 


거짓말처럼 눈앞에 소영이가 있었다. 세상이 정지된 것처럼 나도 소영이도 한참 동안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기만 했다. 어이가 없다. 아무리 우연이라도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 


”안녕하세요. 혹시 경남..? 맞죠? 맞지?” 

”어.. 정말 소영이야?” 

”하하. 우린 뭐 이러냐. 정말 한국 왔네?” 

”응.”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며 현실의 세계로 다시 돌아왔다. 우연이라고만 여기기엔 벌써 두 번째. 그녀와 나 사이에 정말 인연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건 아닐까? 많은 생각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보냈던 메시지에 답변 없던 그녀의 모습도 떠오른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갈팡질팡하는 날 의식했는지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잠시 다른 곳으로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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