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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Feb 12. 2024

응석 부리기

브런치에 올리는 글 이외에 추가적으로 다른 플랫폼에 쓰고 있던 소설이 있다. 처음 1화를 쓸 때만 해도 최소한 100화 이상은 써봐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는데 그 다짐이 무색하게 50화도 채우지를 못했다. 


이야기를 어떻게든 늘려서 더 쓸 수는 있을 거 같았지만 매번 제자리에서 돌고 도는 전개 방식과 뻔한 인물의 대화 패턴 때문에 쓰는 내내 괴로웠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자유연재라서 많은 사람이 읽지 않는 글이라는 정도. 


이거슨 [핑계]


보통 내가 쓰는 소설의 첫 구독자는 아내다.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시간을 할애해서 읽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특히 아내에게 의존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글은 어떤 거 같아?” 

”잘 읽히기는 해?” 

”혹시 이상한 부분은 없어?” 

”조금 밋밋하지? 휴.. 다채롭게 쓰고 싶은데 잘 되지가 않아서.”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류의 질문과 자답을 많이 한다. 얼마나 내가 쓰는 글에 자신감이 없으면 매번 이토록 답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질문을 던지는 걸까. 그럴 때면 아내가 고민 끝에 답을 해준다. 


”그냥 자신감 가지고 써. 어차피 소설이잖아. 그냥 좀 더 자유롭게 쓰면 안 돼? 오빠는 소설 속 주인공도 마치 오빠처럼 자유롭지 못해 보여. 글 속에서 만이라도 주인공이 자유로우면 안 될까?” 


망치로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을 나도 모르게 동일시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던 게 사실이긴 했다. 특히 도덕적인 부분, 살아가는 행동에 관해서 써야 할 때 알 수 없는 장벽 같은 게 느껴졌다. 벽을 넘어 쓰고자 할 때면 두려움과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혹시 이렇게 쓰면 해코지당하는 거 아닐까?'

'다른 사람이 싫어할 내용이면 어떡하지?'

'이건 좀 선 넘은 거 아니야?'


여전히 모든 판단기준을 나에게 한정지어서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쓰는 소설은 내 만족을 위한 도구 정도 밖에는 되지 못했다. 물론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글쓰기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소설이라는 게 누군가에게 읽히길 바라며 쓰는 글의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보면 아쉬운 느낌이다.




여기까지 기존의 내가 생각하고 글을 전개하는 방식이었다. 항상 자기비판으로 시작해 반성으로 끝이 나고 마지막은 다짐하며 마무리.


'뭐가 그렇게 늘 죄송스럽고 미안한 건데? 정말 그런 마음이 들기는 하는 거야?'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 최소한 글 속에서 만이라도 능청스러워질 수는 없는 거야?'


그래서 글을 읽다 보면 작가의 성향을 알 수 있다고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겠다. 어째서 난 목표했던 회차 수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완결을 쳐야 했을까.


"이야기를 끌고 나갈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뭐요? (대충 도전적인 말투)"


이건 그냥 네 가지가 없는 거 같은데.. 말투를 도전적으로 바꾸라는 의미는 아니지 않나?


쓰면서 느꼈던 거 같다. 내가 선택한 소재의 한계가 있었다. 현대 배경의 회사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선택했는데 주로 회사 생활만 해왔던 내가 회사 밖에서의 이야기를 쓰려다 보니 한계점이 많았다. 상상력을 동원해 쓰고 싶었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세상에 대해서 함부로 쓸 수도 없었고 그렇게 아이디어의 한계에 봉착했던 건 아닐까?


또 다른 이유는 사전 준비가 너무 없었던 거 같다. 인물에 대한 고민은 둘째치고 쓰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조사를 해보지도 않았다. 다소 즉흥적으로 하루 5,000자의 글자수만 채우자라는 목표로 글을 쓰기만 했다. 물론 이렇게라도 지속해서 한 달 이상을 꾸준히 쓴 건 개인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써서 결과물이 나왔으니 지금의 자체 평가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것이리라.


'자.. 그러면 충분히 이유는 알았으니 이제 고치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목표한 바를 못 이룬 건 애석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마무리는 지었으니까. 너무 많은 감상에 빠져들 정도로 최선을 다하지도 않았고 말이지. (쓰는 과정이 괴로웠긴 하지만 그게 꼭 최선의 척도는 아니다.)


이렇게 글을 쓰며 정리하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이전처럼 용두사미로 끝나면 어쩌지?'


그래도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새로 다시 써봐. 잘 안되면 접고 또 쓰면 되잖아?"


문득 소설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던 소설 쓰기를 통해 생각보다 많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으니까. 여전히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알지는 못한다. 다만 계속해서 쓰고 마주하는 과정 속에 어렴풋이 알아가는 중이다.


언젠가는 목표했던 100화 이상의 소설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당장은 못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꿈에 다가갈 생각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마지막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으로 글이 마무리될 거 같다.

'하지만 이게 나다운 모습이니까.'


좀 더 재밌고 읽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이 노력해야겠다. 결국 새로운 소재로 새로운 소설을 쓰겠다는 다짐을 길게 표현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제대로 읽어주신 게 맞다.


앞으로도 재밌는 글 올릴 수 있도록 잘 써보겠습니다.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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