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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Apr 23. 2024

40대 유부남의 웹소설 100화 도전기

서른 걸음

오늘로써 53화. 약 38만 자 정도의 원고를 썼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투고의 기준치 정도되는 5만 자도 엄청나게 큰 벽처럼 느껴졌었는데.


여하튼 목표는 100화 이상 쓰기. 권수로 치면 4권 정도의 분량이다.


웹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쓰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작년 10월 정도만 해도 그냥 짧게 짧게 끊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그게 생각보다 재미있는 행위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조금씩 글자 수를 늘려보기도 하고 1명이었던 등장인물을 2명 그리고 3명으로 늘려봤다.


'음? 이대로면 생각보다 길게 쓸 수 있겠는데?'


어디서 생긴 근자감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인데 그냥 쓰기만 하면 써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키워드 [웹소설].


"뭐? 웹소설을 쓰면 돈을 벌 수 있다고오??"


즐거운 취미생활도 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그야말로 1석 2조 아닌가?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래서 시작한 소설 쓰기.


하지만 단단히 큰 오해를 하고 있었다. 창작 행위 중 가장 기본이지만 큰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글쓰기. 그중에서도 웹소설이라는 걸 생각보다 너무 말랑하게 접근한 게 문제였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지만 소설 쓰기엔 [시간]이라는 가장 큰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대충 연재 플랫폼에 올라와 있는 글을 몇 개 찾아서 읽어봤다.


"흠흠.. 이렇게 써도 유료로 제공한다고??"

"좀 시시한데.."


딱히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웹소설을 찾지 못하자 시건방져졌다. 문제는 웹소설의 재미를 찾지 못하자 소설 쓰기 자체에도 흥미를 잃어간다는 것이었는데. 쓰면 쓸수록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렇게 쓰는 게 맞아?'

'재미가 없어 보이는데..'

'대충 쓰는 거 같아 보였는데 그렇지 않았구나.'


쓰면 쓸수록 어렵고 재미없게 느껴지며 결국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봐..'를 시전 할 뻔했다. 그러다 운명처럼 맞이한 몇 편의 웹소설.


"마.. 말도 안 되게 재밌잖아?!!"


평생 웹소설이라고는 읽지도 않던 내가 한 번에 일괄결제를 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웹소설을 읽었다. (굳이 읽은 작품을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완결된 마지막화를 읽을 때쯤 속에서 감동이 밀려왔다.


'대단하다..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아. 하지만 써 보고 싶어.'


그렇게 스스로 만든 첫 챌린지는 [100화 이상 쓰기]였다.


첫 번째 시도는.. 38화에서 멈췄다. 한낱 지망생의 글이니 만큼 조회수가 엄청나게 나오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래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서 나름의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38화를 쓰는 도중 갑자기 현타가 생기면서 급하게 마무리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더 이상 쓸 자신이 없었다는 게 맞는 거 같다.


100화 쓰기를 목표로 잡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 평생 연재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100화를 쓰려고 한 게 문제였다.


이건 마치 보드를 타본 적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상급자 코스에서 내려오는 시도를 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목표의식이 사라졌다.


'100화를 써서 뭐 해..'


정확히는 100화를 이어갈 수 있는 방식을 모르겠다는 것. 방황기가 찾아왔다. 물론 지금도 어쩌면 방황기 일지 모른다.


두 번째 시도.. 3화 정도 쓰다가. 날려버렸다.


'5화도 진행을 못하겠어.'


참혹한 실패. 스스로만 인지하는 실패였지만 쓰렸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쓰리지 않은 건 아니니까.


그러다 다시 또 소재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세 번째로 지금의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100화를 다 쓰고 나서 이 글을 써야 의미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절반 정도밖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니까.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니 괜히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그런 거 있지 않나. 등산을 하지 않는 사람이 등산 비유를 해서 좀 그렇지만. 목표한 지점까지 가기 전 중간 경유지에서 한숨 돌리면서 "이야.. 그래도 꽤나 걸어왔구먼!" 이렇게 외치는 기분이랄까.


아직 갈길은 멀다. 처음 쓸 때보다 이어서 쓸 소재에 대한 생각도 잘 들지 않는다. 그리고 조회수나 반응을 생각한다면 당장 접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 오히려 접는 게 현실적인 대응일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화 쓰기는 한번 도전해 보려고 한다. 무엇을 위해서일까?


알량한 만족감? 보람?


'그게 어때서? 스스로 보람을 느끼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


어쩌면 난 이번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가 장편을 쓸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깨닫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돌이켜보면 그랬다. 처음엔 1000자 쓰기도 버거웠었는데. 어느 순간 2000자 이상을 쓰는 게 두렵지 않아 졌고. 어느 순간 5000자도 가능해졌다.


지금에 와서는 최소 5500자를 쓰고 있으며 쓰는 내용에 따라서는 1화에 7000자 가까이 될 때도 있다. 물론 잘 쓰는 글에 있어 분량은 중요하지 않은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웹소설의 기본은 최소 분량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부터인 만큼 이 루틴도 지켜내야만 한다.


100화를 쓰는 그날이 다가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분명 큰 변화가 막 생기거나 찾아오진 않을 걸 알고는 있는데. 그래도 '수고했어!'라는 한 마디 정도는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글을 남겨야겠다. 그럼 다시 오늘의 글을 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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