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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Apr 17. 2024

내 인생의 정상은 어디쯤일까?

스물아홉 걸음

미국 인기 시트콤 [사인펠드(Seinfeld)]의 코미디언 겸 극작가 겸 프로듀서인 제리 사인펠드는 인기 절정의 시기에 시트콤을 그만뒀다.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줘요!!"

"이제 목요일 오후 9시를 무슨 낙으로 보내란 말인가.."


9년여 정도 미국인과 함께 행복한 여정을 보내왔던 사인펠드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왜 그만두는 거죠?"

"지금 시청률이 1위이기 때문에요. 지금이 바로 적절한 타이밍이죠."


약간의 각색을 했지만 실제로 그는 정상의 위치에서 내려오는 고통을 맛보고 싶어 하지 않았고 결국 가장 화려한 순간 그만둘 결심을 했다.




[정상이라는 곳은 대체 어떤 곳일까? 그리고 어떻게 여기가 정상인지 알 수 있을까?]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정상은 [산의 가장 높은 꼭대기]라는 의미에 가깝다. 산에서 가장 높게 솟아 있는 정점처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가장 높은 순간을 의미한다. 어쩌면 본인의 삶 중 가장 화려하고 기억에 남는 순간일 수도.


"아니 정상 근처에 갈 일도 없을 거 같은데 왜 벌써 그런 걸 걱정해요? 기가차네."


그러게 말이다. 대체 무슨 정상이란 말인가.. 정상인이라면 쓸데없는 생각은 이제 그만 여기까지 끝!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소설로 쓰고 있는 주인공은 특정 분야의 정점을 찍은 자를 다룬다. 정점에 가까이 가보지도 못한 작가가 쓰는 정상에 오른 주인공이라니.. 이것 참.


"그래도 상상의 영역이니 괜찮겠죠?"


뭐 일단 죄짓는 건 아니니 괜찮지 않을까? 모든 걸 다 경험해 봐야만 쓸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제약이 어느 정도 생기긴 한다. 아무래도 상상으로 커버 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일 것이리라.


우연히 봤던 유튜브 채널 속 화자가 그런 말을 했다.


"정상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추락할 때가 돼서야 알 수 있어요!"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채널 속 화자는 몇 편의 작품을 성공적으로 집필한 작가였고 그런 그도 매 작품을 쓰면서 고민을 한다 했다. 혹시나 이전의 성공까지가 본인에게 허락된 마지막 정상은 아니었을까 하며.


다시는 느껴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글을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자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낸 기성작가조차도 고통, 두려움과 싸우며 글을 써가는데 한낱 망생이인 내가 이토록 편해도 되는 걸까?'


그러다 든 생각은 상관없을 거 같다였다.


[새로운 것을 한다는 건 미숙함을 익숙함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


등산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갑자기 세계 100대 명산으로 불릴 정도의 높은 산을 갑자기 오른다는 건 웬만한 재능이나 체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할 것이다. (등산 비유를 했지만 등산은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씀에 있어서도 질을 따지기에 앞서 절대적으로 노력의 양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지금이 내게 그런 시기이다.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써내야 해. 멈출 생각하지 말고 그냥 써내. 망글이라 생각해도 그냥 써서 발행해.'


알고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써내야 한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부끄러움은 언제나 나의 몫이다. 부족하다는 걸 누구보다 스스로 느끼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써야 한다.


왜???


글로써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래서 글을 쓰는 게 참 무서웠다.


'내가 뭐라고 글을 쓴다는 얘기를 함부로 해도 되는 걸까?'

'재능이 없는데 억지로 끌고 가는 거 아닐까?'

'주변 사람이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할까?'


별거 아닌 글을 하나 쓰는 것조차 왜 이리 많은 것이 신경 쓰이던지..


40대 정도 되면 부끄러움이 많이 사라져서 남 눈치 정도는 안보며 하고 싶은 대로 막살 수 있을 줄만 알았는데.


참 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걸 시간이 흐를수록 깨닫는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았다.

쉬운 건 없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거.

특히 해야 할 일이 좋아하는 일이면 더 좋다는 거.


정상.. 내게는 어떤 모습의 정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순간이 내 인생에 올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벌써 지나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기엔 아직 주어진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하루하루가 쌓여 부디 내가 오를 정상의 높이를 결정해 주는 행동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 높이가 야트막하든 높든 거기까지는 일단 생각하지 않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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