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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May 03. 2024

그냥 써 보는 이야기 8

꼬르륵-


'몇 시지? 벌써 12시가 넘었네?!'


몸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닌데 때만 되면 왜 이리 배고프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아내는 일을 떠나 오롯이 주어진 나만의 시간.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면 뭘 해야 할까?'


잠깐 고민만 했을 뿐인데 점심시간이 되다니. 말도 안 돼. 솔직히 말하면 유튜브도 조금 보고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기사도 조금 검색하긴 했지만. 에잉. 그것만 했는데 벌써 3시간이 지났다니?


조금 있으면 아내도 퇴근하고 돌아올 시간인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


'밥이라도 차려 놓을까?'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찔려서 주섬주섬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흠- 흐음-"


이상하다 이상해. 분명 장은 3일 전엔가 봤던 거 같은데 먹을 게 왜 이리 없지? 분명 이것저것 많이 주워 담았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장은 봤지만 매번 먹을 게 없는 신기한 상황이 오늘도 펼쳐졌다. 대체 뭘 산 거야?


냉장고 한편에 차갑게 식어있는 소분해 놓은 밥을 꺼냈다.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오늘 같은 날. 이런 날 만들기 편한 음식은 바로~


[김. 치. 볶. 음. 밥]!!


"아!! 또치볶음밥이야?? 지겨운데.. 다른 거 좀 먹고 싶어어.."


벌써부터 아내가 불평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이 환청이 들린다. 하지만 뭐 해놓으면 먹겠지. 그러니까 장 볼 때 먹을만한 것 좀 사자니까. 그런데 정말 10만 원 가까이 장을 봤는데 뭘 산 거지??


일단 도착해서 내가 뭉그적거리며 밥 준비하는 모습을 들키기라도 하면 다른 거 먹자고 할 게 뻔하니 빨리 움직여야 해.


김치볶음밥. 만들기는 참 쉽지만 맛도 좋고 무엇보다 편하지. 오늘은.. 참치랑 김치를 볶은 다음 버터를 넣고 밥을 볶자.


'뭐야? 버터.. 벌써 다 먹었어?'


찾으면 늘 없는 식재료 미스터리. 이번엔 버터가 당첨이다. 언제 또 다 먹었대? 버터 없으면 맛이 좀 떨어진다고.


하지만 없는 재료를 어떡해. 투덜거리며 참치캔을 한통 따서 참치기름과 함께 김치가 바짝 익도록 한참을 볶았다. 그 사이 전자레인지에 찬밥을 넣고 정확히 1분 30초 돌린다. 너무 많이 돌리면 식감이 별로야.


치이익-


그 사이 김치도 잘 볶아졌다. 이제 불을 끄고 밥이 따뜻해 지기를 기다리며 전자레인지를 바라본다. 15초..


짧은 시간임에도 왜 이리 기다리기 힘든지. 그걸 못 참고 결국 취소 버튼을 따닥- 눌러서 멈추고 밥을 꺼냈다.


'뭐 이 정도면 충분해.'


밥을 프라이팬에 탁 털어놓고 나무 수저로 잘 펼쳐준다. 그리고 참기름을 듬뿍 부어 주고 잠시 밥과 재료를 잘 섞어준다. 다시 불을 켜고 가열을 시작하면 이제 얼추 완성이다.


띠디디딕- 띠리리~


"다녀왔습니다~ 킁킁 무슨 냄새야? 설마?"

"왔어?"


오늘은 제발 불평 좀 하지 말고!!


"맛있겠는데? 나 오늘 이상하게 김치볶음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통했네?"

"오? 진짜야?"

"라고 할 줄 알았어? 어째 발전이 없냐! 난 찌개 좋아하는데!!!!! 으휴.. 만들기 편하니까 맨날 하는 거지?"

"아니.. 뭐 꼭.. 그런.. 아.."


애써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만들던 요리에 집중했다. 뭐든지 마무리가 중요한 법이다. 스냅을 최대한 활용해 밥이 눌도록 한참을 볶았다. 마침내 완성!!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지.


'완숙과 반숙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프라이가 필요해!!'


볶음밥을 그릇에 가지런히 담아서 프라이팬을 비운 후 남은 기름에 날달걀을 탁 깨서 익힌다. 난 노른자의 비린 맛을 싫어하니 소금도 한 꼬집 정도 집어넣었다.


"아 언제 돼!"

"조금만~ 아깐 별로라며?"

"배고프니까.. 뭐라도 먹고 싶어."

"다 됐어."


계란 완성! 아내는 반숙을 싫어하니 완숙에 가까워지게 계란을 프라이팬에 놔뒀다. 잠시 놔두면 열기 때문에 먹기 좋은 완숙으로 될 거니까.


그리고 한 개가 더 필요하다!! 기왕 나트륨을 섭취하기로 했으니. 포장된 조미김을 챙겨 오자.


드디어 점심 완성~!


"오빠는 맨날 김 싸 먹더라? 그게 맛있어?"

"응. 난 이렇게 먹는 거 좋아하니까."

"잘 먹겠습니다!"


살짝 티격태격했지만 그래도 같이 먹는 점심은 너무 맛있다. 어느샌가 밥에 집중하며 찹찹- 소리와 함께 맛있게 밥을 먹었다.


"애들은 어떻게 학교 잘 갔어?"

"응~ 아침에 스쿨버스 기다릴 때 밖에서 춤도 추던데?"

"푸하하!! 또?"


음식 얘기에서 어느샌가 일상 얘기로 바뀌더니 아내가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준다. 그렇게 얘기를 듣다가 보니 어느새 마무리된 점심 식사.


'잘 먹었다.'


문득 시계를 쳐다보니 벌써 2시가 되었다. 잠에서 깨서 등교시키고 점심만 차려 먹었을 뿐인데. 그래도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내일은 찌개 끓여 놓을게."

"진짜지?"

"응."


평범한 하루가 잔잔히 조용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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