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걸음
'마침내 끝냈다.'
목표했던 150화를 겨우 다 썼다. 길다면 길 수도 있는 몇 개월을 투자했다. 쓰고 나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 기분이란 참 신기해.
아쉬움은 당연히 있다. 뒤로 갈수록 스스로도 부족하다는 걸 많이 깨달았다. 그래도 달리 방법은 없었다. 현재 쓸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생각하며 써 내려갔다.
그래도 한 마디 정도는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었다.
"고생했어."
이다음 목표는 250화로 된 웹소설 한 질을 써 보는 것이다. 굳이 권수로 치자면 10권 분량. 결코 적은 분량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엄청나게 많은 분량도 아니다. 괜찮은 웹소설의 경우 250화 이상되는 케이스가 훨씬 많다.
당연하겠지만 재미 보장 없이 회차만 많다고 읽어주진 않는다. 그러니 기본 전제 조건은 [재미가 있어야 된다.]가 포함돼야 한다.
어찌 됐건 다음 목표는 재미있는 내용으로 길게 쓰는 것이다.
한 달 정도 충전의 시기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싶다. 한 달 쉰다고 해서 안 써지던 글이 갑자기 잘 써지거나 그러진 않겠지만, 여하튼 이번엔 사전 준비를 해보려 한다.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한 행동을 하고선 후회했다. 지인에게 알리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으면서 어째서인지 난 후회될 행동을 하고 말았다.
어떤 이유 때문인진 충분히 알고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소설도 써내는 나를 좀 달리 봐줬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내포되어 있었던 거겠지.
여전히 마음의 여유가 풍족한 편은 아니었나 보다. 자신과의 약속에서 진 걸 보면. 물론 지인에게 알리는 행위가 나쁜 행동은 아니었다. 단지 괜한 불편함을 끼친 거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관심도나 취향이 엄연히 존재할 텐데 결에 맞지 않는 걸 봐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결심 중이다.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스스로 감내하기로. 누구를 의식하지 말고 좀 더 당당해 지기로.
소회를 쓰다 보니 작품이 성공한듯한 착각이 들었다. 실상은 그렇지 않지만.
소설을 쓰는 과정 중에 알게 된 건 수많은 이가 같은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도전 중이라는 것이었다.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하며 소설을 쓰고 있었다.
위로가 되기도 했지만 초조해지기도 했다. 누군가의 앞서감이 불러오는 초조함. 해당 작가의 순수 능력으로 해낸 그 모습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리고 살짝 체념했다.
'나의 시간은 언제 오려나.. 계속 쓰는 게 맞을까?'
첫 술에 배부르지 말자 한 건 나였는데, 첫 술에 배부르고 싶어 하는 것도 나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하는 거 보면 멘털을 잘 부여잡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소설 써보는 걸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보통 이런 말은 잘된 사람이 해야 맞는데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는 거 같다.
어째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글은 읽는 거 이상으로 쓰는 재미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독서를 수동이라고 본다면 집필은 능동이다. 본인의 역량에 따라 무궁무진한 방향으로 글을 확장시킬 수 있다. 반대로 역량 부족으로 인해 갈피를 잃게 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글쓰기는 굉장한 경험을 하게 해 줬다.
살면서 소설을 쓴다는 건 절대로 내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유명한 작가가 쓴 소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그들도 처음부터 작가가 아니었을 텐데 나 스스로 너무 엄격히 선을 그었던 건 아니었을까?
잘 쓰는 것과 별개로 소설을 써 본다는 건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자칫 근자감으로 변할 수도 있을 자신감도 생겼으며 다음 작품을 또 써보겠다는 바람까지 가지게 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바뀐 거 같다.
여전히 세상에는 수많은 제약을 설하는 이가 많다.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하는 게 정답인 양 정의 내리기도 하고, 그의 방식을 진리로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스스로와 비교하며 "난 글렀어.."라고 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너무 개의치 않았으면 좋겠다. 이 말을 좀 더 잘된 상태에서 한다면 훨씬 멋지고 가치 있게 느껴지겠지만. 실패의 기록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남겨 본다.
무작정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방향을 정했으면 한번 깊게 파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음 목표로 잡은 웹소설 250화 쓰기.
솔직히 벌써 두렵다. 지금보다 더 큰 실패를 경험하고 비슷한 느낌의 소회를 쓰고 있으면 어쩌지 싶다.
안 쓰면 편할 텐데. 뭣하러 사서 고생을 하는지.
그러게 말이다. 뻔히 펼쳐질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데 나도 참..
그래도 잘 준비해서 다음 도전을 해보려 한다. 이다음 스텝 후 어떤 것을 보고 느끼게 될지는 해봐야지만 알 테니.
부디 무운을 빌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