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 - 리얼 DAD 이야기

80 걸음

by 고성프리맨
"오늘 밤 꿈에 날 보게 될 거야"
"어젯밤 꿈에 당신 본 적 없어요."
"물론이지. 한숨도 못 잤을 테니까."


"드디어 미치신 겁니까?"


그럴 리가. 혹시 대사만 보고도 영화를 알아맞춘다면 그대도 나와 같은 예전 홍콩영화 감성의 추종자?


[출처] https://theqoo.net/movie/1877950330


위에 쓴 남녀의 대사는 바로 [아비정전] 속에서 주인공이었던 장국영과 장만옥의 대사 중 하나였다. 만약 현실에서 되지도 않는 사람이 위 대사를 첨 보는 여자나 썸 타는 여자한테 잘못 시전 했다가는 배드엔딩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래.. 장국영이니까. 그니까 이런 대사를 내뱉어도 그러려니 하게 돼.


마찬가지로 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구국의 영웅, 충무공의 환생으로 불리는 차은우 님 정도라면 현생에서 이런 대사를 내뱉어도 수긍할 수 있지 않으려나.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자 쓰는 글은 아니다. 솔직히 워낙 유명한 영화다 보니 굳이 설명은 하지 않도록 하겠다.


약간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자면 다소 오그라드는 것도 잘 감당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거나, 장국영과 장만옥, 유덕화, 장학우, 유가령, 양조위.. (쓰다 보니 유명한 사람 많이 나왔네.)의 팬이라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처음 만났을 때 난 중2 감성에 잔뜩 취해 있었다. 해본 적 없는 연애에 대한 로망도 순정처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게 문제였다.


연애를 실전이 아닌 영화로 배우다 보니 언젠가는 손발이 사라질 거 같은 대사를 치게 될 게 분명한데.. 문제는 어떤 게 문제인지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다행인 점이 있었으니.


좀처럼 이성과 교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거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꼭 한번 써먹겠다고 다짐했던 장국영의 대사는 써먹어 볼 기회가 사라져 버렸다. 정말 너무 다행 아닌가?


"울지 말고 말해요 그냥. 원래 연애란 전설 속에 존재하는.."


어허. 엄연히 지금은 유부의 몸이 됐으니 그런 건 내게 해당되지 않는다.




장국영을 좋아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그쪽 취향일 거라고.."


사랑의 감정이 아니라 팬심이었다. 우연히 천녀유혼이라는 영화를 TV에서 보고 나서부터 그에게 푹 빠졌던 거 같다. 그때부터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꽤 많이 봤고 반복해서 보는 것도 많았었다.


그중 아비정전이라는 작품도 내 추억 속에 자리 잡은 그의 영화 중 하나다.


당시에도 흥행참패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기행을 벌이는 주인공의 난해함 때문이었으려나? 뭐 딱히 난해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왜 멋있게 보였었는지 설명해 보자면 딱히 풀어내진 못하겠는데 그냥 아비라는 사람이 정말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이 느껴질 정도로 장국영이 찰떡 같이 연기를 해서 아닐까?


그리고 극 중에서 연애 고수기도 했고..




영화를 봐야겠다 생각했던 계기가 있었다. 많은 분이 알고 있는 바로 그 장면 때문인데.


[출처] https://theqoo.net/movie/1877950330


맘보춤을 추는 그 장면 때문이었다.


런닝과 사각팬티만 입고 구질구질해 보이는 집구석에서 추는 춤과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찌나 잘 어울려 보이던지. 이 장면을 보자마자 영화를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전 정보 없이 본 영화는 맘보 댄스 강좌를 하고 돌아다니는 주인공을 다루는 영화는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은 다 보고 난 뒤.. "이렇게 끝난다고????"로 마무리되었다.


원체 한번 보고 이해를 잘 못하는 내 머리를 탓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그 뒤로도 여러 번 영화를 찾아보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한번 볼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볼 때는 장만옥의 시점에서, 세 번째 볼 때는 유덕화, 네 번째 볼 때는 유가령, 다섯 번째 볼 때는 장학우..


"그만하시죠.. 팬심은 알겠으니."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생각해 보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맞아.. 사실 나도 따지고 보면 장국영 같은 주인공의 인생을 살았다기 보단 주변인물 1,2,3과 같은 삶에 더 어울리잖아.'


나이가 들다 보면 부정하려 해도 어느 순간 인생에서 맡은 배역에 대한 감이 살짝 오는 거 같다. 당연히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맞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우러짐이라고 해야 하려나. 사회구조적인 부분에서의 역할을 생각하다 보면 살짝 객관화된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될 때가 있다.


결코 출생이나 재물을 가진 크기에 따른 분류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단지 이번 생을 삶에 있어 내가 할 역할이 뭔지에 대한 생각을 좀 더 해보게 되는 것?


"그래서 맡은 역할에 대한 이해도는요?"


그렇게 갑자기 훅- 하고 질문이 들어온다면..


이번 생에서 나라는 사람이 해낼 역할은..


"괴상한 소리 할 거면 입도 뻥긋거리지 마요."


...


"그냥.. 저 하나쯤은 사회에 크게 도움이 못 되더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언제는 크게 도움이 됐던 것처럼 말하네요?"


그냥 조금 조용하게 그렇다고 너무 초야에 묻혀 지내는 느낌은 싫으니.. 적당히 관심받으며 글도 쓰고..


"가장 님 오셨는데 밥 안 차리냐‼"


그래.. 밥도 차리고..


"아빠! 준비물 잘 챙겨줬어야죠! 뭐 하는 거예요 집에서 진짜?"


아이들 등하교 준비도 잘 시키는 그런 사람이 되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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