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부자까지 바라는 건 아니지만..

16

by 고성프리맨

“스캇..”



늘 부동산에 대한 찬양론을 펼치곤 했다.




“돈이 없을수록 부동산부터 꼭 사야 한다니까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그 비싼 부동산을 삽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게 다 방법이 있어요. 물론 어느 정도 시드 머니는 당연히 있어야죠.”


“그러니까 그 시드 머니조차 모으기가 힘들다니까?”




언제나 스캇의 설교에는 반발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대화는 늘 좋지 않게 마무리 됐다. 대부분 스캇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가 가진 자산 자랑에 지치거나 알맹이는 없는 소리만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스캇이 결코 자랑만을 목적으로 부동산 얘기했던 건 아니다. 당시에는 나도 자랑하고 싶어 허세 부리는 사람 정도로 여겼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스캇 말이 일리 있었다. 그가 제안하던 매물은 비싼 매물을 권유하는 게 아니었다. 각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구매할 수 있는 선에서 가장 합리적인 부동산을 구매하길 추천했던 거뿐이다. 어느 날인가 동료 중 한 명이 빌라 매수를 했다. 주변에서는 예의상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다. 그때 스캇은 매몰차게 얘기했다.




“리들리.. 계약금은 걸은 거죠?”


“네.”


“흠. 오지랖이긴 한데 계약금 포기할 생각 없어요?”


“뭐라고요?”


“빌라 함부로 사는 거 아니에요. 원래 전세 구하려고 했다면서요. 근데 갔더니 매수하는 거랑 가격차이 별로 안 난다면서 사라고 꼬드긴 거죠?”


“스캇! 제가 바보로 보여요? 제대로 뭘 안 알아봤을 거 같아요?”


“알아요. 근데 그거 사면 후회해요. 분명 1년만 지나도 느낄 거예요. 혹시 빌라에 엘리베이터도 있나요?”


“네! 요즘 빌라도 아파트 못지않게 잘 돼있거든요? 엘리베이터도 있고 방도 3개 있어요. 화장실도 2개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지하철 역에 가까워서 투자가치도 있어요. 후회한다고 말한 스캇이 부동산을 다 아는 건 아니잖아요?”


“휴.. 그 동네는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곳이라 지하철 역이 가까워도 빌라가치가 크게 상승하는 걸 기대하긴 힘들어요. 차라리 그 동네에서 조금 오래됐더라도 세대수 확보된 아파트를 사세요. 조금 더 대출받거나 하면 가능할 텐데.”


“조금이라고요? 몇천이 우스워요 스캇한테는? 아.. 거의 준재벌 급이시니 몇천 따위가 크게 느껴지겠어요. 그만 얘기해요. 더 듣고 싶지 않으니까. 기분 나쁘게 진짜 이씨.”




옆에서 스캇과 리들리의 대화를 듣다 굳이 왜 안 해도 될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캇은 뭐 하러 미움 살 말을 하는 건지..’




하지만 일 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스캇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식 자리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스캇말이 맞았어요..”




리들리가 스캇한테 말을 걸었다.




“뭐가요?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어간다.


“전에 저보고 그 집 계약 파기하라고 했었잖아요.”


“아? 아.. 그랬죠.”


“휴. 요즘 부동산 분위기가 안 좋아져서 그런가 시세가 엄청 떨어진 거 있죠. 샀을 때보다 4천만 원은 떨어진 거 같아요. 우연히 동네 부동산 지나다 남편이 궁금해해서 물어봤나 보더라고요. 그때 스캇 말 들었어야 하는데.”


“쩝.. 지난 일인데요 뭐. 그리고 솔직히 그땐 저도 좀 나댔죠.”




부동산 얘기만 하면 분란이 생기는 걸 느꼈는지 그 사이 스캇도 최대한 말을 아끼게 되었다.




“나중에 제 값에 팔 수나 있을까요? 회사가 곧 이사 가잖아요? 아무래도 지금 집에서 다니려면 너무 힘들 거 같은데.”


“그러네요. 최소 30분 이상은 더 걸릴 텐데..”


“좋은 방법 없을까요? 길에서만 하루 4시간 가까이 쓸 수는 없는데. 집 값 떨어진 것도 우울한데 회사 다니는 것도 멀어지니.”


“전세를 주세요.”


“네? 근데 요즘 전세 사기다 뭐다 말이 하도 많은데. 세입자가 구해질까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겠죠.. 일단 전세 주고 매매한 지 2년 지날 때를 잘 따져서 부동산에 미리 매물을 올려놓으세요. 손해를 좀 보고 팔아야겠지만 좋은 경험 했다 치고 정리하지 않는 한 팔기는 힘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본전만 찾고 싶은데.. 헛된 꿈일까요?”




스캇은 대답대신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스캇이 퇴사하게 돼서 회식을 가진 날이었다.




“스캇! 돈 많이 벌었나 봐요. 퇴사도 하고. 다른 데로 이직하는 거예요? 아니면 사업?”


“에이. 그냥 적당히 벌었죠. 더 이상 회사는 안 다닐 생각이에요.”


“그럼 뭘로 먹고살게요?”




호기심이 발동했다.




“자세히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제프도 알죠? 제가 다주택자였던 거.”


“네 알죠. 집 여러 채 가지고 있잖아요. 사고팔면서 돈도 벌고.”


“맞아요. 근데 하나 느꼈어요. 진짜 몇 년간 열심히 사고팔고 해 봤거든요. 근데 결국 남 좋은 일 시키는 거더라고요.”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왜 남 좋은 일이 돼요? 돈 많이 벌었을 거 같은데.”


“그게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세금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세금? 당연히 돈을 벌면 세금을 내는 건데 그게 왜?’




“제가 경매도 좀 손댔었거든요. 평일에 연차 많이 쓴 게 그것 때문이긴 했는데. 에이 그래. 오늘 속 시원히 얘기해 줄게요.”


“뭔데 그렇게 뜸까지 들여요.”


“제프도 돈 벌고 싶으면 제 말 잘 들으세요. 이게 보유 기간을 짧게 여러 채를 팔고 사고하다 보면 양도소득세 때문에 큰돈을 못 벌어요. 그리고 특히 경매 같은 경우 제가 했던 건 최대한 저렴한 집을 사서 실내를 리모델링한 다음 웃돈을 얹어서 팔던 일이었어요. 근데 이렇게 해서 팔면 많게는 몇 천만 원 정도의 차익이 생기긴 해요.”


“몇 천을 거래 한 번에 벌어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금방 부자 되겠다 싶죠? 근데 절대 우리나라 법이 그렇게 허술하지가 않아요. 집을 여러 채 사서 거래하는 걸 투기로 보는 시선이 있다 보니 단기로 보유했다 팔수록 세금 요율이 엄청 높게 형성돼 있어요. 결국 팔고 나면 이것저것 공제하고 나면 수중에 들어오는 게 얼마 안 된다는 말이죠. 물론 이것도 미친 듯이 반복하면 돈이 모이긴 해요. 조금 더 머리를 써서 명의를 부모님까지 이용하거나 보유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좀 더 수익률은 오르지만 한계가 있어요. 이렇게만 해도 일반 직장 연봉 정도는 금방 벌기야 하죠. 근데 제가 부동산을 사고파는 건 큰 부자가 되고 싶어서지 겨우 직장인 연봉 수준 벌려고 일 벌인 게 아니거든요.”




‘또 자랑질인가.. 몇 천이 우스운가?’




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스캇이 잠시 말을 끊었다.




“제프 괜찮죠? 제가 없는 말을 지어내는 건 아니고 궁금해하는 거 같아서.”


“아니에요 집중해서 듣고 있어요. 제가 잘 모르는 얘기가 많아서 생각하며 듣느라.”


“네. 암튼 그렇게 몇 년간 사고팔고를 반복하다 보니 그래도 나쁘지 않게 돈을 좀 모으긴 했어요. 근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회사 다니면서 이 일을 반복할 수 있을까라고. 근데 점점 시간내기도 힘들고 몸도 피곤하고 지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말은 다 하진 않았지만 경매 물건을 취급하다 보면 힘든 상황을 많이 마주치게 되거든요. 특히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아야 될 때..”


“네?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는다고요? 그럼 그 사람은 어디 가서 살아요?”


“이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솔직히 그건 그 사람 사정이에요. 저도 법적인 절차대로 낙찰을 받고 돈을 들여 집을 산 거잖아요. 그냥 너무 안 돼 보이는 사람이면 가끔 이사비 정도는 줬어요. 저도 다 빚내서 하는 거라 남의 사정 봐주면서 할 수가 없으니.”


“쉽게 돈 번다고 생각했는데 스캇말 들으니 꼭 그렇지도 않네요.”


“해보면 알아요. 원래 남이 하는 게 쉬워 보일 뿐이죠. 암튼 제프도 돈을 좀 벌고 싶다 생각하면 제가 했던 방법대로 해보세요.”


“제가 뭘 아나요. 지금 있는 집도 겨우 대출받아서 산 게 전분데. 다주택은 꿈도 못 꿔요. 관심도 없고요.”




그런 내 대답에 스캇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그런 생각 가지고 있으면 돈 못 벌어요. 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또 그만.”


“아니에요. 그래서 경매도 안 하면 이제 뭐로 먹고살아요?”


“아. 그 얘기를 하고 있었죠 참. 하핫. 신나게 떠들다 보니 깜빡했네요. 그전에 짠 한 번 할까요? 짠!”




스캇이 하는 얘기가 모두 와닿지는 않았기에 마음속에서는 밀어내려는 생각이 커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퇴사하고 뭘로 먹고살지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계속 얘기에 신경이 쓰인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셔도 돼요. 사실 저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일이라서.”


“네.”


“제가 그동안의 부동산 투자로만 그래도 두 자릿수 근처의 돈을 벌긴 했거든요.”


“그렇게 많이요?”


“아니 뭐 엄청 많은 건 아니에요. 그래서 저도 좀 생각을 했죠. 이제 다른 투자처를 좀 알아보고 싶다라고. 그때 눈에 들어온 게 고시텔이었어요. 사실 이것도 제가 직접 알게 된 건 아니고 부동산 세미나 다니다 만났던 사람 때문에 알게 된 건데요.”




스캇은 서울 대학가 주변에 위치한 고시텔의 방을 현재 15개 임대 주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테스트로 1개만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수익률이 괜찮아져서 하나 둘 늘리다 보니 지금은 15개로 늘어났다. 15개에 해당하는 방은 전부 월세로 임대받은 상태고 그 방을 다른 사람에게 재임대하는 형태로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근데 그렇게 하는 게 불법은 아니에요?”


“이게 왜 불법이에요?”


“뭔가 잘 몰라서 그런가.. 좀 이상해 보여서요.”


“아니에요. 부동산 계약의 형태 중에 전대차라는 게 있거든요? 고시텔 주인의 허락이 있으면 문제 될 게 없어요. 엄연히 이것도 제 권리거든요.”


“대단하네요. 완전 사업가시구나.. 15개 돌리면 괜찮은 거예요?”


“사실 이것도 팁이긴 한데 고시원이나 고시텔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 층을 기준으로 통 임대를 받으면 좀 더 싸게 월세를 낼 수 있거든요. 뭐 사실상 위탁운영 느낌이기도 한데. 그렇게 해서 최대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 3군데를 임대 돌리고 있는 중이에요.”




‘3군데! 15개를 넘어선단 말인데??’




머리로 계산을 해보려 했으나 감도 잡히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건 스캇이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겠구나란 생각. 그는 사업가였다. 스캇이 달리 보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다만 용기와 약간의 자본이 필요할 뿐이죠. 그리고 하나 더 생각해야 할 게 있어요.”


“그건 뭔데요?”




저절로 침이 꿀꺽 삼켜졌다. 다시 술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스캇이 말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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