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할 수 있다! 아니 우리는 할 수 있어!

17

by 고성프리맨

“하지만 이 비즈니스에는 중요한 게 하나 있어요.”




‘뭐지? 마케팅? 자본?’




머리를 굴려보지만 잘 모르겠다.




“뭔데요? 혹시 돈?”


“음.. 돈이야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중요한 건 바로 성실함이에요.”


“성실함이요?”




‘당연한 얘기를 뭐 하러.. 김 빠지네.’




“제 말 듣고 실망한 표정이네요? 하핫.”


“그야.. 어떻게 보면 당연한 사실 아닌가 해서요. 자기 돈 들여 사업하는데 어떻게 성실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거기에 맹점이 있어요. 당연한 사실이라는 거. 근데 해보면 알아요 당연하게 해야 할 일도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거든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좀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주면 좋겠다.




“고시텔 운영은 보기에는 임대업 같지만 하다 보면 청소와 사람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요. 초반에 방 개수가 적을 때는 보통 인건비를 아껴야 하니 본인이 직접 청소를 한단 말이죠. 근데 아무리 작은 방도 청소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가끔 길게 장기숙박 하는 손님을 제외하고 단기임대로 돌리게 되면 결국 청소와의 싸움이에요. 그래도 일단위로 팔지는 않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청소라. 그렇지 모든 숙소는 입퇴실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그리고 퇴실하고 청소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순하지만 잊고 있었다.




“저처럼 양을 늘리다 보면 결국 혼자서 커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때부터는 바로 외주로 청소를 맡겨야 해요. 이때부터가 본격적으로 힘들어져요.”


“돈 주고 사람 고용하면 끝 아니에요?”


“본질은 그렇죠. 근데 청소가 마무리되고 상태에 대한 확인을 어떻게 받으실 생각이에요? 특히 본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직접 가서 볼 수도 없지 않겠어요?”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달라고 하면?”


“그것도 속이기 나름이니까요. 결국 믿을만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얘기죠. 모든 일이 그렇지만 단순해 보이는 청소도 능력의 차이라는 게 존재해요.”


“스캇은 그럼 지금은 청소인력의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겠군요?”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저도 확신할 수는 없어요. 청소 인력이라는 게 고정적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고정적인 수입을 보장할 수 없는 구조는 더 그래요.”


“그럼 어떻게?”




다시 한번 목을 축이더니 스캇이 탄산 때문인가 얼굴을 찡그린다.




“잠깐만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고시텔 운영할 것도 아닌데 진지하게 듣고 있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




‘돈도 없으면서. 그냥 재미로 들으면 되잖아.’




안다. 솔직히 할 마음도 없고 할 수 있는 돈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스캇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직접 몸으로 뛰고 돈을 벌어본 사람의 경험이라 그런가 생생하게 모든 게 느껴진다. 마치 내가 고시텔을 운영하고 있다고 착각이 들 정도다.




‘나도 스캇처럼 돈 좀 벌어봤으면 좋겠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앞에 있는 안주를 챙겨서 입에 넣는다.







스캇에 대한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샌가 병원에 도착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가까이 있을 때는 궁금하지 않았는데 궁해지니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문자라도 한번 보내봐야겠어.’




주차를 하는 중 장모님이 전화를 하셨다.




“김서방 혹시 병원 왔나?”


“네. 방금 도착해서 주차 중이에요. 혹시 지은이 만나셨어요?”


“응. 지은이랑 지금 병실에 있어. 방금 잠들었어. 생각보다 많이 다쳐서 놀랬어.”




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장모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시간 괜찮으면 잠깐 1층에서 얘기 좀 하세.”


“네 알겠습니다.”




1층으로 올라가 갈 만한 곳이 있나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멀리서 다가오는 장모님이 보인다. 그리고 구석의 조용한 카페가 눈에 들어온다. 장모님을 모시고 카페로 들어가 앉았다.




“난 자네가 괜찮다고 해서 별로 안 다친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생각보다 안 좋아서 놀랬어.”


“네.. 아무래도 사고가 작게 난 건 아니니까요. 당한 사고의 크기에 비해 덜 다쳤다지 일반적인 접촉 사고로 생각하면 안 되긴 해요.”


“휴.. 내가 이런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불안하다.




“자네도 다치고 우리 지은이도 다치고.. 누구 탓도 아니긴 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 생각이야?”




‘열심히 살아야죠.’라고 말하려다 포기한다. 구체적인 방안 없이 열심히라는 말을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솔직히 가장으로서 부끄럽기까지 하다.




“내가 자네한테 몰아붙여서 미안하긴 한데. 걱정이 돼서 그래. 희수도 아직 어리고. 경제적으로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 부부도 겨우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으니..”


“아니에요 어머니. 절대 그런 거 바라지 않아요. 지금 고민 중인 것들이 좀 있는데 일단 지은이 회복부터 생각하려고요. 무슨 일을 하든 건강해야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저도 마냥 가만히만 있을 생각은 아닙니다. 제가 비록 몸을 다쳐서 회사는 못 다니게 됐지만 제2의 인생만큼은 꼭 실수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바랄 게 없지.. 무슨 뾰족한 방법은 있고?”


“일단 할 수 있는 건 모두 시도해 봐야죠. 염치가 조금 없긴 하지만 어머님이 저번에 얘기하셨던 농산물 관련한 일도 진행해 보고 싶어요. 혹시 자리를 좀 마련해 주실 수 있으세요?”




잠시 눈을 깜빡이며 고민에 빠지신다. 잠시 후 결심하신 듯 어딘가로 전화를 거셨다.




“응. 그래그래. 잘 지내지?”




내 말을 듣고 바로 전화부터 거셨다. 그런 장모님의 모습에 감사한 마음이 들며 맨날 도움만 받는 모습이 겹쳐진다. 겨우 눈물을 참았다.




“그래. 우리 김서방 하고 지은이가 한번 해보고 싶다는데 어때? 잘 알지? 김서방 컴퓨터 전문가여. 그럼. 맡기면 알아서 잘할 거야. 그래? 언제 한번 그래도 만나서 얘기 나눠야지.”




십 분여 정도 통화 후 약속을 잡으셨다.




“고마워. 그래. 한번 얘기해 볼게.”




전화를 끊고 목이 마르신 지 물을 드신 후 심호흡을 하신다.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네. 지은이도 다쳤잖아? 그래서 병문안 겸 겸사겸사해서 오겠다고 하네. 멀리 안 가도 돼서 오히려 이렇게 보는 게 낫지 않을까?”


“감사해요 어머님.”


“그래. 뭐 나야 어떻게 판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동생들도 도움이 필요하긴 한가 봐.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 들어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근데 뭐 저건 저거고 또 계획하는 게 있어?”




계획하는 게 있긴 한데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일단 스캇하고 대화를 좀 나눠봐야 정리가 좀 될 거 같은데. 그리고 아내 하고도 아직 상의된 게 없어서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 중인 게 있긴 한데 조금 시간이 흐르고 얘기드릴게요. 그리고 일단 쇼핑몰 하는 것도 좀 더 열심히 해봐야죠.”


“그게 돈이 되진 않는다면서.. 그래 알았네.”




하고 싶으신 말이 많아 보이셨는데 애써 참으시는 게 느껴졌다.




“자리를 오래 비운 거 같으니 지은이한테 가보자고.”


“네. 그리고 지은이는 결혼할 때 얘기드린 것처럼 제가 꼭 행복하게 만들게요.”


“말은 참 잘하네. 그래 뭐 사는 게 어디 맘대로 되나. 할 수 있는 대로 해봐. 살아보니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고.”




산전수전 다 겪으신 장모님의 회한 어린 말에 무게감이 느껴져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장모님과 나눈 대화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만드는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추상적으로 생각하던 개념들이 좀 더 현실에 맞춰 수립이 되어야 한다.




‘그래. 앞으로 난 뭘로 먹고 살 생각일까?’




1. 구매대행 - 할 수 있는 만큼 포기하지 말고 해 보자. 지금보다 좀 더 상품 수를 늘려봐야겠어. 필요하다면 상품 소싱 서비스도 한번 써볼까? 서비스 비용 이상으로 벌면 손해 보는 건 아니잖아.




2. 농산물 위탁판매 - 아직 시작도 하지 못했다. 일단 확실한 상품은 수급이 가능하니 판매처를 찾아다니는 수고는 덜었다. 대신 얼마나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좋은 일하는 생각으로 도와야지 자칫 욕심내다간 관계가 이상해질 수도 있다. 만약 농산물 위탁판매를 시작하게 되면 그걸 시작으로 다른 상품을 직접 컨택해 보는 과정도 필요할 듯하다. 결국 영업인가?




3. 임대업(?) - 아직 정리가 되진 않았다. 우리에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있는데 이 집을 만약 전세로 줄 수 있다면? 그리고 좀 더 생활비와 주거비가 적게 드는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면 뭔가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근데 뭔가 잡힐 듯 말 듯 정리가 깔끔하게 되지 않는다. 스캇하고 통화가 필요하다.




4. 기타 - 지속적으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보를 알아야 해. 오늘부터는 꼭 학습을 하도록 하자. 남는 게 시간이잖아? 책도 보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정리해 보자. 꾸준히 하다 보면 뭔가 알게 되는 게 생길 거야 분명히.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용을 컴퓨터 노트에 치다 보니 좀 더 구체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단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건 명확하게 2개다. 나머지 1개는 불명확하고 다른 1개는 지속적으로 좁은 틈을 찾아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아내까지 다치고 장모님의 걱정스러운 얘기까지 듣고 나니 굳어 있던 머리에서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는 기분이다.




‘그래. 난 모든 할 수 있어. 아니 모든 해야 해. 그게 뭐가 됐건. 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정리를 끝마치고 좀 더 내용을 구체화시키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게 부족한 것도 극복해야 한다. 시급한 건 영업력, 친화력, 마케팅, 디자인, 구체적인 사업 모델.




‘뭐야 부족한 게 태반이네..’




이 중에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마케팅과 디자인 그리고 사업 모델을 찾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 당장하고 있는 구매대행에서 파는 상품을 최대한 많이 노출시켜야 유입량이 많아질 것이고 많아진 유입량은 결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스토어에서 제일 잘 팔린 물건 5개를 추리자. 그리고 일단 홍보를 해보자고.’




얼마 전부터 시작한 마케팅 서적 읽기를 한동안 계속해야겠다. 안되면 될 때까지. 이해가 안 되면 외워서라도. 그것만이 유일한 내 무기다. 열심히 자판을 치고 있는 내 손 위에 다른 손이 슬그머니 올라온다. 아내의 손이다.




“오빠.”


“지은아 깼어? 왜 뭐 좀 줄까?”


“아니. 열심히네. 결혼 이후에 오빠가 이렇게 뭔가에 몰입해서 하는 거 처음 봐.”


“나 원래 한번 마음먹으면 장난 아닌 거 몰라? 하하.”


“고마워.”


“나도. 결혼할 때 약속했던 거 생각나?”


“뭔데?”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했던 거. 비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해주는 건 아직 힘들지만.”


“으이그. 바란 적도 없네요.”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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