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들켰다! 그런데 오히려 좋아.

28

by 고성프리맨

청소는 아내의 말처럼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순서는 크게 중요하진 않지만 일단 스캇이 설명한 순서대로 정리해 봤다.




1. 침구류 커버 벗기고 새로 씌우기 -> 청소하기 전 빨랫감 정리부터 시작


2. 화장실 청소 -> 사람이 두 명이라면 1번의 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화장실 청소 시작


3. 청소기로 바닥 청소


4. 공용 화장실/욕실 -> 이 부분은 협의 필요 (현재 매일 청소하는 청소 인력 이용 중)




이 방식으로 객실 청소를 하면 빠르면 1시간 내외 정도에 객실 하나 청소가 끝나는 형태다. 우리 부부한테 유리한 점은 두 명이라서 분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어떠세요? 해볼 만한 거 같아요?”




설명을 들은 아내의 표정이 어둡지는 않았다.




“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근데 공용 화장실하고 욕실은 자신이 없네요. 넓기도 하고 그렇게 전문적인 청소까지 고려해 보진 못해서요.”


“형수님.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지금 건물 청소해 주는 아주머니한테 받는 것처럼 하면 되니까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던 거였어요.”




내가 생각해도 공용 구역까지 청소는 좀 그렇다.




“스캇. 대신 제가 틈틈이 거실이나 복도는 청소기로 한 번씩 밀게요.”


“감사해요 제프. 그러면 어떻게 내일부터 한 번 도전해 보실래요?”


“범수님 내일까지 갈 거 뭐 있나요. 오늘부터 해볼게요. 어차피 오늘 청소할 객실도 몇 개 없잖아요. 온 김에 돈 벌어야죠.”




아내는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 대단하세요. 정말 바로 해보시게요? 저야 좋긴 한데.”


“네 문제없어요. 차라리 오늘 해보고 피드백도 받는 게 더 나을 거 같아요.”


“좋습니다! 아참 청소비는 원래 비용 보다 조금 더 쳐서 2만 5천 원에 드릴까 하는데 괜찮으세요?”


“잠깐 둘이 얘기 좀 나눠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그럼 저 잠시 화장실 갔다 올게요.”




스캇이 나가고 아내와 눈빛을 주고받으며 잠시 귓속말을 나눴다.




“오빠! 나 해보고 싶어. 건당 2만 5천 원이 어디야 우리한테.”


“근데 난 걱정인 게 당신이 청소를 해본 적이 없잖아.. 괜찮겠어?”


“오빠도 화장실 도와줄 거잖아. 그러면 충분히 하고도 남지. 무조건 하자!”




이미 하는 걸로 결정을 끝낸 아내였다. 더 이상의 설득은 불필요해 보여 그러자고했고 스캇이 돌아왔을 때 간략히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로써 청소까지 도맡아 하게 되었다. 잘된 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먹고살 수 있는 현금 흐름이 하나 창출됐다.







오늘 청소할 객실은 총 두 군데였는데 아내와 해보기로 했다. 스캇이 알려준 순서에 따라 해 보기로 하고 난 화장실 청소를 빠르게 시작했다. 일단 화장실은 한 군데만 있어서 그나마 수월했다. 화장실을 끝마쳤을 때 아내는 바닥 청소 중이었다. 아무래도 객실 크기가 작다 보니 청소 시간 자체가 엄청 오래 걸리진 않았다. 게다가 둘이 하니 좀 더 빠르게 된 거 같기도 하고.




“범수님 청소 다 됐는데 한번 봐주실 수 있어요?”


“1시간 30분 걸렸네요. 이 정도면 처음치고 준수한대요. 시간은 하다 보면 점점 줄어들 거예요. 어디 가볼까요?”




청소된 객실을 유심히 살펴보고 스캇은 만족의 웃음을 지었다.




“퍼펙트! 충분해요. 앞으로 예외 사항이 가끔 생길 수는 있겠지만 그건 지금 다 설명할 수가 없어서 차차 이슈가 생길 때마다 얘기드릴게요. 고생하셨어요. 앞으로 정말 잘 부탁드려요 두 분 다. 돈은 제가 계좌로 쏴드릴게요. 어느 분 통장이 나으세요?”


“남편 통장으로 해주세요. 감사해요.”


“네에! 아참 제프하고는 프리랜서 계약으로 돼 있는데 청소 비용은 따로 비용으로 안 잡고 개인 거래처럼 한 달 치 모아서 계좌 이체 해드려도 괜찮을까요?”




‘세금 3.3%를 떼지 않고 받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네 세금 안내도 되니까 좋아요.”




이때까지만 해도 세금의 무서움을 잘 몰라서 할 수 있는 무식한 소리였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아참 그리고 청소 일정 관련해서는 제가 공유문서로 만들어 놓은 게 있어요. 앞으로 대장 관리는 제프가 해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입퇴실 관리하면서 청소 필요한 객실에 대해 기재하고 청소 시간 잡아서 해주시면 되세요. 청소 시간은 객실에 고객이 입실하시기 전까지만 완료해 주면 되니까 유동적으로 잘 정해주세요. 그리고 청소 완료된 객실은 상태 사진 찍고 이상유무가 있으면 내용 기재해서 목록에 작성해 주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럼 최종적으로 매월 청소목록 확인해서 비용 정산할게요.”




역시나 준비성이 철저하다. 그래도 하나하나 믿고 조금씩 맡겨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네. 양식에 맞춰서 잘 정리할게요.”


“조만간 여기 고시텔은 두 분께 완전히 위임드릴 수도 있을 거 같네요.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하하.”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오랜만에 몸을 써서 그런가 생각보다 피곤하다고 한다.




“고작 객실 두 개 청소했는데 피곤하다. 아마 긴장을 해서 더 그런 거겠지? 내일은 몇 개였더라?”


“아까 정리해 보니까 내일도 두 개던데.”


“좋네 좋아. 돈 한 번 벌어보자고. 아참 오빠. 그리고 영주가 부탁한 카페 출근도 한다?”




빨리 출근해 보겠다던 아내를 겨우 말렸는데 이렇게까지 의지를 보이다니. 어쩔 수 없지 뭐.




“알았어. 근데 뭔가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거 같으면 언제든 그만둬. 우리도 이제 건강 생각해야 해. 갈아 넣다가 큰일 나.”


“걱정 마. 나도 절대로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아내가 돈을 번다고 하면 기뻐야 하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편이 무겁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좋기도 하고 마음이 뒤숭숭하다.




저녁을 챙겨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아 투자 관련 커뮤니티 글을 쭉 챙겨봤다. 요즘 책을 잘 못 읽은 대신 짤막하게나마 동향을 알고 싶어 가입한 곳인데 생각보다 유익한 정보가 많다. 사실 유익하다 아니다는 모르겠지만 읽다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 글이 많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엉덩이에 깔고 있는 집(살고 있는 집)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비싸지 않은 월세를 구하세요. 그리고 생긴 자금을 활용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여기서 관건은 수익률인데 대출이 있다면 대출이자보다는 최소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어야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대충 이런 느낌의 내용이다. 역시나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수익률 높은 비즈니스를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




뭔가 굉장히 당연한 얘기를 정성스럽게 써 놓은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대체 그런 방식이 뭐가 있다는 건지. 그래도 집을 전세 주고 월세를 구한다고 상상을 해봤다. 네이버 부동산을 켜서 대략적인 단지의 형성된 전세가를 살펴봤다.




‘어디 보자.. 대략 4억 내외로 전세가가 형성되어 있네. 옆 단지는 어떠려나.’




옆 단지는 4억 5천 정도였다. 거리상으로는 우리 단지와 가깝지만 역에서 좀 더 가깝다는 이유로 옆 단지가 매매가부터 전세가가 더 높다. 문득 형성된 가격을 보며 배가 아파졌다. 이래서 처음 집을 살 때부터 잘 따져보고 샀어야 했다.




일단 주택담보대출로 받은 금액을 따져보고 전세가에서 제해보니 대략 1억 후반대가 남는다. 보통 전세를 제 값에 받으려면 선순위로 잡혀 있는 대출금을 갚아서 깨끗한 채무 관계를 유지하거나 기존 전세가보다 저렴하게 내놓아야 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1억 8, 9천만 원 정도가 되려나. 이걸로 월세를 구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적은 돈은 아니지만 뭔가를 하기에 충분한 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계약이 되기만 한다면 어쨌든 목돈이 생기긴 하겠구나. 물론 월세 살자고 하면 아내가 펄쩍 뛰겠지. 사실 월세 비용은 확인해 보지도 않았다.




‘만약 월세를 구한다면 지금 집보다는 작아지겠지?’




그나저나 스캇은 언제 투자 정보를 좀 얘기해 주려나. 점점 많아지는 생각을 뒤로하고 상품 소싱을 시작했다. 그나마 머리를 비울 때는 반복 작업이 최고다.







요즘 들어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할 일이 조금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인가.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눈 떴을 때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돼 있을까 봐 두렵다. 구조 조정 당한 이후부터는 이런 불안감이 하루도 안 생긴 날이 없었다. 잠도 안 오고 관성처럼 유튜브를 보고 있다.




‘엇?’




[AI 이미지로 수익화 도전]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호기심이 생겨 홀린 듯 영상을 클릭해 봤다. 요즘 들어 생성형 AI 서비스가 인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활용해 본 적이 없다. 회사 다닐 때 조금 실무적으로 다뤄봤으면 좋았겠다 싶었지만 이미 지난 일이기도 하고. 무심코 클릭한 영상을 쭉 보다 보니 비슷한 영상을 계속 찾아보게 됐다. 왠지 생각보다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잠시 멈추고 서비스에 가입을 해보기로 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따라서 해보자.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걸까? 평소 만들고 싶었던 이미지가 있는지 잠시 머리를 굴려 봤다. 떠오르는 건 비키니를 입고 있는 미녀의 모습.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린다.




‘아니야. 한 번 만들어 보자. 일단 뭐라도 시도해 보는 게 중요한 거 아냐?’




이미지 생성을 하려면 명령을 잘 내려야 하는데 처음 하다 보니 어떻게 명령을 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럴 땐 역시 구글링이 정답! 열심히 검색해 봤다. 한눈에 봐도 매력적인 여성이 몸매를 드러내고 있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렇게 우연히 발견한 프롬프트 명령어.




[Soothing, wondrous, beautiful plus size Chicana nerd swooning, by Katsuhiro Otomo, ultra HD, 5 fingers, Put on a sexy bikini]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




명령어를 복사해 붙여 넣은 후 실행을 했다. 뭔가 로딩바가 진행되며 조금씩 이미지가 생성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렇게 1분 정도를 기다리자 4장의 사진이 완성됐다.




‘우와!’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의 육덕한 스타일의 비키니 입은 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아내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오빠! 뭐 하는 거지?”


“앗!”




고등학생 때 야동 보다 엄마한테 걸렸던 것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으휴.. 욕구불만이야? 예전만큼 잘하지도 않으면서.”




부끄러운 모습을 들켰다. 그래도 뭔가 새로운 목표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오늘따라 아내가 예뻐 보여 나도 모르게 오랜만에 아내를 끌어안았다.

keyword
이전 27화모든 일은 조율하기 나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