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건 행복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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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스케줄 관리랑 공유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회사 다닐 때도 그렇게 꼼꼼하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서도 꾸역꾸역 일정을 맞출 수 있었던 건 구글캘린더를 사용했었던 게 컸다. 보통 특정일, 특정시간에 해당하는 일정을 생성하고 제목을 짓는다. 그리고 혼자만의 일정으로 두지 않고 타인을 초대하고 간략히 어떤 내용의 미팅인지를 알 수 있게 설명글을 써 놓는 방식이다. 생각보다 단순한 방식이지만 다른 사람을 초대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부담감과 책임감이 생기게 된다. 게으름을 없애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스케줄 관리는 잘되는 편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아내와 앞으로 하는 일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캘린더를 사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내 계정부터 생성하고 사용법을 간단히 알려주자.’




일정을 만든다는 건 보통 해야 할 일과 맞물려 있다. 해야 할 일을 먼저 세분화시켜야 한다. 어디 보자. 내가 크게 하고 있거나 할 일을 정해보자.




1. 구매대행 운영

2. 고시텔 운영 - SNS 계정 관리, 청소, 기타

3. 농산물 위탁판매




‘현재 크게는 3가지 일인가..’




세부적으로 따지기 보다 크게 일의 범위를 잡았다. 여기에 굳이 하나를 더 희망한다면 [4. 투자]라고 할 수 있겠다. 각 항목별로 해야 할 일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그건 집에서 다시 한번 공들여 정리가 필요하다. 펑크 내지 않고 날마다 꾸준하게 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마인드 관리는 필수다. 최근 몇 달간 반복적인 일을 해보니 멘털이 흔들리는 경험을 많이 했다.




특히 구매대행과 관련해 날마다 5개 이상의 상품을 소싱하겠다고 했는데 고시텔 운영과 맞물리면서 조금씩 게을러지기 시작하더니 어떤 날은 1개도 안 올렸다. 점차 귀찮음이 커지기 시작하며 일을 접고 싶은 유혹까지 생겼다. 단 하루만 소홀히 해도 지금은 쉽게 의지가 꺾이는 단계인듯하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일 습관을 충분히 자리 잡아야 해.’




지속 반복해서 일을 하기 위한 서비스를 떠올려 보니 잘 떠오르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건 툴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는 사람의 의지가 중요한데. 현재 그 의지박약이 문제라면 문제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다 간단히 액셀에 체크리스트 형태로 만들어 출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어졌다.




‘그래. 일단 종이에 체크해 가면서 하루에 끝낸 일을 날마다 체크해 보자.’




온라인 만으로는 게을러지는 성향을 바로잡기가 힘들 거 같아 종이를 활용해 직접 쓰는 습관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난 뒤에는 그날의 업무소회를 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다 문득 예전 회사에서 아침마다 동료들과 스크럼 회의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는 팀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스크럼만의 장점이 분명 있었다.




‘맞아. 아침마다 전날 했던 일, 그리고 성과공유, 오늘 할 일 이렇게 3가지만 얘기하는 걸로도 그날 뭘 하면 되겠다는 목표설정이 가능했었어.’




회사 경험이 나름 쓸모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과거에 익혔던 혹은 배웠던 업무 방식에 대해서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단은 할 일 관리는 이렇게 해보자.




‘진척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긴 한데..’




그날그날 끝낼 수 있는 일이 있는 반면에 지금 하고 있는 디자인 외주관리 업무처럼 나름 기간이 필요한 일도 있다. 그럴 때 날마다 체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나름의 진척 상황 관리를 해가며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어느 정도 하면 완료가 될지에 대해서도 파악해야 한다. 일단 고민이 되긴 하지만 점점 머리가 아파져 일단 이것도 구글 캘린더로 길게 일정을 잡아 놓기로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앞으로는 조력자인 아내를 조금 끼워 넣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우연한 겹퇴사에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다. 아내와 좀 투닥거리긴 해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하다. 하나 걱정되는 건 내가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계획한 것들을 아내가 잘 받아들여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다.




‘어떻게든 설득시켜야지.’




또 다른 문제로는 안 해본 걸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생기는 거다. 매번 사람을 쓰고 돈을 써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춰 직접 해야 할 때가 생길 거 같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많으면 많을수록 비용도 절감되니 무조건 발 빼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참 많이 했다. 자영업을 하려면 어떻게든 부딪쳐 본다는 자세는 중요하구나를 배웠달까. 그래도 하나하나 정리를 해보니 복잡하던 머릿속이 조금 환해지는 기분이다.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되자 아까 화냈던 아내 생각이 난다. 앞으로 같이 붙어 있을 시간이 많은데 벌써부터 이렇게 티격태격이라니. 이래서 은퇴한 부부 중에 졸혼이나 이혼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구나 싶다.




결혼 전에는 누구보다 사랑하고 잘 아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활을 하다 보니 사실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었다. 출산을 전후로는 특히 바뀐 아내의 마음에 집중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예전과 동일할 거라고만 생각했지 변했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지를 않았으니.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해야 앞으로 살아가는 것도 잘할 수 있을 텐데.




‘불과 얼마 전 아내가 사고 났을 때를 생각해 봐.’




다시 한번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지금 내 옆에서 건강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아까 화냈던 게 부질없게 느껴져 빨리 사과를 하고 싶어졌다. 빨리 집으로 가자.







집에 들어갔을 때 희수는 잠에 빠져 있는 상태였고 아내는 그 옆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피곤에 지쳐 누워 있는 아내의 모습이 괜히 짠해 보여 물끄러미 바라봤다. 내 시선이 느껴졌는지 아내가 살짝 뒤척이다 눈을 뜬다.




“뭐.. 뭐야?”


“아니 더 자. 깨우려던 건 아닌데.”


“으음..”




졸린 눈을 비비며 반쯤 허리를 일으켜 세운다.




“지금 몇 시야?”


“이제 9시네.”


“뭐? 벌써? 근데 오빠 어디 갔다 왔어?”


“머리 좀 식히려고 산책하고 왔어.”


“산책을 뭘 그리 오래 했대.”


“미안해 지은아.”


“뭐야아.”


“그냥 내가 요즘 너무 예민해져 있었나 봐.”




살포시 내 손을 잡고 아내는 거실로 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거실로 나온 우리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지은아. 내가 정리한 우리 계획이 있는데 좀 들어볼래?”




아내는 내 얘기에 귀 기울였고 나한테 집중해 주는 기분 좋은 느낌을 느끼며 약간은 신나서 생각한 내용을 공유했다.




“그래. 뭐 해볼게. 근데 좀 빡빡하네?”


“그런가? 해보다 보면 사실 별거 아니긴 한데.”


“솔직히 나 잘 와닿지는 않거든? 오빠가 한번 만들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 나한테 보여줘 봐. 그러면 조금씩 따라 해볼게.”


“고마워. 내가 오늘 안으로 한번 만들어 놓을게.”


“하아암. 잠깐 희수 재우면서 눕는다는 게 깜빡 잠들었네. 요즘 눕기만 하면 졸린 거 있지.”




오랜만에 아내와 일상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즐거웠다.




“그럼 나 설거지한다. 오빠는 아까 얘기한 거 만들어.”


“응. 근데 지은아 지메일 계정은 있지?”


“구글? 없는데. 필요하면 만들게.”


“아 그래? 그래줘 그러면.”




그리고 생각해 보니 구매대행은 이미 개인사업자를 낸 상태라 농산물 위탁판매를 위한 사업자를 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일단 급한 대로 농산물 위탁판매는 장모님 명의로 사업자를 내긴 했는데 아무래도 변경이 필요하긴 하니.




“지은아.”


“아이 왜 자꾸 불러 싸. 왜?”


“아니 생각해 보니까. 장모님 명의로 사업자 낸 거 우리 쪽으로 돌려야 하잖아 그치?”


“지금 급한 것도 아닌데 뭐. 나중에 나 실업급여 다 받고 나면 그때 내 걸로 내기로 했잖아.”


“근데 좀 더 잘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괜히 신경이 쓰이네.”


“천천히 해 오빠. 급하게 한다고 뭐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 그냥 갑자기 머릿속에 이 생각 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서 급하게 느껴지네.”




그래도 어딘가에 메모를 해놓긴 해야 했다. 분명 언젠가 사업자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오긴 할 거다.




‘음.. 언제까지 이런 것도 메모의 형태로만 두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러다 문득 스캇처럼 노션에 문서 정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이미 훌륭한 템플릿을 제공받고 있는 셈이었다.




‘그래. 일단 스캇이 구성해 놓은 형태를 좀 이용해 보자.’




그렇게 한참 동안 계획했던 것들을 구축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12시에 가까워졌다. 오늘 하루도 크게 뭘 한 건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은 어떻게든 흘러간다. 내일부터는 아내와 청소 관련한 것도 정해야 할 텐데. 청소를 전문적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밀려온다.




“지은아. 청소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


“왜? 뭐가 그런데?”


“아니 뭐. 우리가 전문 청소인력도 아니고 그깟 푼돈 조금 더 벌자고 그런 일 하는 것도 좀 아니지 않나 싶어서.”


“그런 일이 뭔데? 난 청소하는 거 괜찮아. 일당도 잘 쳐주는데 안 할 이유가 있어?”


“내가 집에서도 청소를 잘 안 하는데.. 남의 집 청소까지 해야 하는 게.”


“오빠!”




아내는 한참 동안 내 정신 상태에 대한 비난을 했다. 스캇이 얘기할 때만 해도 청소하는 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괜히 부끄러운 느낌이 든 건 사실이다. 개발자로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내가 청소까지 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했고.




“지금은 개발 안 하잖아. 그렇지?”


“그건 그렇지.”


“오빠는 청소가 왜 나쁘다고 생각해? 혹시 천박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런 건. 근데 하아.. 잘 모르겠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솔직히 장모님한테 면목이 없어. 내가 청소나 시키려고 결혼한 건 아닌데. 나중에 들으면 얼마나 맘 아파하시겠어.”


“돈 못 버는 것보다 버는 게 나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그리고 내일 스캇 앞에서도 그런 거 티 내지 말고. 안 그래도 오빠보고 청소 할 수 있겠냐고 걱정했다며.”


“응. 그건 그래.”


“스캇도 아는 거야. 개발자 콧대가 얼마나 높아? 자기 주변에서 청소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리고 맨날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봐서 모르는 새에 ‘난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된 거라고. 하지만 이젠 변해야지. 우리가 예전처럼 살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아내에게 혼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맞다. 언제는 어떻게든 먹여 살리겠다고 했으면서 매번 돌아서면 이렇게 의지박약이 돼버린다. 일단 주어진 일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벌써부터 일의 귀천이나 따지고 있었다니.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청소가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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