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버는데 하찮은 일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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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성프리맨

“찍은 영상 보냈는데 한번 확인 부탁할게요.”


“잠시만요.”




고객이 보내온 영상을 보니 기구의 한쪽 면이 깨져 있고 왠지 그것 때문에 내부 소음이 더 크게 들리는 거 같았다. 구매확정까지 이뤄진 제품인 데다 어떤 경우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다 보니 고민이 됐다.




‘무작정 요구사항을 수락하는 게 맞는 건가..’




의심을 하려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하기도 찜찜했다.




“갑갑하네! 어떻게 해줄 거야?”


“고객님. 일단 저도 상황을 좀 파악해 봐야 되니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판매자하고도 얘기를 나눠봐야 하고요. 혹시 옆면이 깨진 이유를 좀 알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깨져 있었다면 구매확정 전 반드시 컴플레인이 있었을 거다.




“그건. 헬스장 이용객 중에 한 분이 그런 거 같은데.. 그래서 안 해주려고요?”


“저희도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그걸 토대로 설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 한번 내 말에 꼬투리를 잡고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호락호락하게 있지는 않았다. 상대방도 점차 오목조목 따지며 얘기하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옆면이 깨진 건 우리 실수라고 하고. 그래도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품 내구성이 이따위여도 되는 거야? 그리고 영상 속 소리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정상적이지가 않단 말이에요. 수리비가 나온다면 반반 부담으로 갑시다.”




전체 수리비 요구에서 반으로 줄었다. 다소 억울한 느낌이 있었지만 고객 말대로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긴 하다. 도의적인 차원에서 판매처에 문의를 해봐야겠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판매처에 한번 알아볼 테니 추후 연락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얼마나 걸릴까요? 영업에 지장 가는데..”


“최대한 응답 오는 대로 빠르게 공유드리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럽시다. 잘 좀 부탁해요.”




겨우 고객을 진정시키고 나자 온몸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도 일단 판매처에 영상을 보내자. 안 되는 중국어를 붙잡고 번역서비스를 써가며 장문의 메시지를 채팅방에 남겼다. 오래 걸리지 않아 답변이 왔다. 다소 의역이 있지만 내용을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응. 그거 그렇게 큰 문제 아니에요. 옆에는 탈착식으로 갈아 끼면 되는 거라 부품 바로 보내줄 수 있어요. 소리는 내가 들었을 때 뭔가 충격을 받으면서 내부 부품이 살짝 유격이 안 맞게 된 거 같은데. 내가 매뉴얼 영상 하나 보내줄 테니 참고해서 기름칠해 보고 어떻게 됐는지 결과 한번 알려주겠어요?]




별거 아니라는 답변 내용을 보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 기쁜 소식을 빨리 고객에게 알려야겠다. 판매자에게 받은 매뉴얼 영상을 첨부해 메시지를 보내놓고 전화를 걸었다.




“네.”


“고객님. 제가 영상 하나를 보냈습니다. 한번 내용 참고해서 조치를 한번 취하시겠어요?”


“아.. 귀찮은데. 알겠어요.”


“그리고 깨진 부품은 탈착이 가능한 부품이라 중국에서 보내주기로 했는데 대신 시간은 좀 걸릴 거 같습니다. 괜찮으실까요?”


“그래요? 흠. 빨리 도착하면 좋은데.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영상은 제가 한번 보고 나중에 해볼게요.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좋은 해결책을 드릴 수 있게 되었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전화를 끊자마자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참 쉽게 돈 벌 수 있는 건 없구나.’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도 몸으로 부딪치다 보면 피가 마르는 기분이 든다. 특히 고객응대가 그렇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떨지 않고 고객 응대도 할 수 있게 된걸 보니 예전보다는 좀 더 성장한 건 아닐까? 괜히 웃음이 살짝 새어 나왔다.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간다.







“갔다 올게.”


“잘 갔다 와. 파이팅!”




오랜만에 출근하는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물론 어딘가에 매이는 느낌이 완전 좋은 건 아니지만 직장인이었던 시절보다는 뭔가 자유로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예전 회사가 있던 복잡했던 강남이 아니라서 체감되는 교통체증도 견딜만했다. 나름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스캇은 벌써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스캇. 엄청 빨리 왔네요.”


“하이요 제프. 잠이 줄어서요. 대중없어요. 그냥 일어나지는 대로 나오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서 하하. 나름 여기 고시텔이 저한테는 의미 있는 곳이라 그런가 애착도 좀 생겼었나 봐요. 이제는 제프한테 운영을 맡겨야 하니 나올 일도 거의 없어지겠네요.”


“제가 빨리 일을 익혀야겠네요.”


“금방이에요. 아침은 먹었어요?”


“아니요. 일찍 나오다 보니 먹기가 좀 그래서요.”


“원래 아침 꼭 챙겨 먹지 않았어요?”




‘별 걸 다 기억하고 있구나 이 양반.’




생각보다 스캇은 기억력이 좋았다.




“나도 아직인데 김밥 하나 먹으러 갈래요?”




역시 자기 사업이라 그런가 여유가 흘러넘친다. 그래도 대답에 신중을 기울이자. 잠시 내가 고민에 빠진듯하자 스캇이 먼저 입을 연다.




“괜찮아요. 가요 가!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먹고 나서 일 얘기해요.”


“그래도.. 좀 미안해서.”


“에이. 내가 먹자고 먼저 꺼냈잖아요. 그리고 해보면 알겠지만 고시텔 일이라는 게 하루종일 붙어 있을 필요는 없는 일이라서. 물론 변수가 생기긴 하죠.”


“알겠어요.”




스캇은 고시텔 옆에 있는 음식점으로 날 데려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오랜만에 봬요. 자주 좀 오시지.”


“하하. 그러게요. 장사 잘 되시죠? 여기저기 공사가 다 망해서 돌아다니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요즘 그냥 그래요. 포장 손님도 줄었고. 근데 옆에 분은 누구신지?”


“아. 인사 나누세요. 앞으로 고시텔 운영 담당할 김선호 이사예요.”




이사? 생각지도 못한 직함 얘기에 어색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그렇다고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아이고. 잘 부탁드려요. 고시텔 손님들 김밥 좀 사드리시라고 홍보 좀 해줘요.”


“안녕하세요. 제가 더 잘 부탁드려요.”




어색한 인사를 끝마치고 테이블에 앉았다.




“제프. 고시텔을 운영하다 보면 주변 상인들하고도 친분이 조금씩 쌓일 거예요. 밥도 사 먹어야 하고 또 알게 모르게 서로가 도와줄 부분도 생길 수 있거든요. 한동안은 식사도 주변 식당에서 하면서 얼굴도 좀 트고 해 보세요.”




스캇이 김밥을 먹자고 한건 다 이유가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단순히 밥만 먹을 생각을 했었다니. 이것도 비즈니스의 연장이었구나. 김밥 맛은 평범했다. 가격에 합당한 김밥 맛이었달까. 대신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알게 됐으니 그걸로 됐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직접 해보다 보면 빨리 익히고 배우게 되는 거 같아요. 제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사실 일이 닥치기 전까지 얼마나 와닿겠어요. 큰 틀에서 해야 할 일은 매뉴얼에 정리해 놨으니 그걸 보고 따라 하면 될 거 같아요. 그리고 양식 하나를 더 알려줄게요. 이건 제가 초창기부터 유지해 오던 체크리스트인데 날마다 빼먹지 않고 해야 할 최소한의 일감 목록이라고 보면 좋을 거 같아요. 일은 그렇고 추가적으로 좀 해줬으면 하는 부탁이 있어요.”


“스캇은 정말 엄청 꼼꼼하네요.”


“에이. 그렇지도 않아요.”




스캇은 잠시 뜸을 들인 후 부탁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고시텔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공실이 없어야 한다는 거예요. 가만히만 있어도 공과금이 나가고 수익률도 떨어지니 큰 문제죠. 그리고 오래 공실로 두면 객실 상태도 좀 그렇거든요. 아무튼 늘 만실로 유지하기는 힘들더라도 최소한 95% 정도는 유지하고 싶은 게 제 목표예요.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좀 해보셨어요?”




‘SNS 하고는 담쌓고 지낸 40대 아저씨인데..’




“엄청 옛날에 가입만 해봤던 거 같긴 한데..”


“하하. 이해해요. 우리 또래 남자 중에 누가 SNS를 그렇게 열심히 하겠어요. 관종 소리나 듣지. 근데 고시텔 운영하려면 필수예요. 제가 만들어 놓은 계정이 있긴 한데 앞으로는 제프가 맡아서 관리를 좀 해주면 좋겠어요. 해야 할 일이 늘어나다 보니 지금 고시텔과 관련한 계정 운영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거 같아요.”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분야라 당혹스럽긴 했지만 거절한다고 할 수도 없었다.




“배우면서 해볼게요. 근데 잘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네요.”


“제프도 돈 벌고 싶죠? 그럼 이참에 눈 딱 감고 배워봐요. 이거 평생 쓸 수 있는 기술이 될 거예요. 옛날처럼 종이로 된 전단지 뿌리고 이러던 시절은 갔어요. 광고비는 제가 월마다 집행해 드릴 테니 해보면서 추가로 필요하면 얘기주고요. 그리고 제가 자주는 아니어도 조금씩 발행하던 형식이 있으니 그걸 참고해 봐도 좋고요. 하다 보면 실력이 늘 거예요. 다른 잘하는 곳 벤치마킹도 조금씩 해보시고.”


“알겠어요 스캇.”




스캇은 그 외의 일은 크게 걱정되는 게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정산 관련해서는 오늘 바로 얘기하기는 좀 그렇고 익숙해지면 다시 또 얘기 나눠요. 잠겨 있던 투숙 현황 파일은 제가 열어 놨으니 한번 틈날 때 보세요. 월급은 2주 단위로 지급해 주려고 하는데 어때요?”


“2주 단위면 한 달에 두 번 받는 형태를 말하는 걸까요?”


“네 맞아요. 어차피 고시텔 돈 들어오는 게 비정기적이기도 하고 주단위로도 정산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제가 제프한테 약속한 대로 급여만큼은 잘 챙겨드릴게요. 혹시 청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어요?”


“청소를 아내하고 한번 같이 해볼까 하는데 괜찮을까요?”


“오! 좋죠. 근데 형수님이 청소하는 거 괜찮으시대요? 싫어하는 분도 많아서..”


“먼저 해보고 싶다더라고요.”


“너무 좋은데요. 근데 청소를 바로 하기는 어려울 테니 청소 있는 날 한번 청소 이모님 하는 거 보면서 같이 경험해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네네. 언제 청소가 잡혀 있어요?”


“사실 청소는 오늘도 있긴 한데. 내일이나 내일모레 중에 괜찮은 날 있으세요?”


“아내한테 한번 연락해 보고 정해도 될까요? 내일도 괜찮을 거 같은데.”


“네. 급하게 생각하진 마시고요. 또 청소를 다한다 생각 안 하셔도 돼요. 커버해 줄 수 있는 만큼 해주면 그걸로 충분해요.”


“고마워요 스캇. 이렇게 도와만 주시고. 잘할게요.”


“저도 도움 받는 거예요. 공생이에요 공생. 아참 전 오후에는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거 같은데 오늘은 한번 빈 객실도 들어가 보고 해 보세요. 투숙대장 보면서 어느 방에 누가 있다도 한번 매칭해 보면 좋을 거 같고요. 마스터키도 서랍 안에 있으니까 다른 공간도 한번 들러보셔도 돼요.”


“네에. 그럼 조심히 가세요. 내일 나오죠?”


“네. 근데 내일은 아마 점심 먹고 나서야 올 거 같아요. 혹시 형수님 청소 관련해서 물어보고 날짜도 한번 알려주세요. 그럼 갈게요.”




떠나는 스캇을 배웅하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다시 한번 매뉴얼을 열었다. 다른 건 걱정이 안 되는데 SNS 운영은 정말 자신이 안 생긴다.




‘어떻게 배워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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