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금에 대하여]
얼마 전 서울의 한 공무원이
숙부상을 부친상이라 속이고
부조금을 받아 챙기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아주 가까운 지인이
부조금 받을 목적으로 보이는
이중 청첩장을 만든 사실을 알게 되어
기분이 참 씁쓸하고 묘하다.
시골 작은 소도시라
한 다리만 건너면 아는 마당에
소문 안 나고 조용히 지날 거라 생각한 무식인지
그러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생각한 오만인지
아무리 따져봐도 난 이해가 안 된다.
돈이 없던 옛날엔
주변 사람들의 부조금이
큰 일 치르는데 참 요긴하게 쓰였다.
그러나 오늘날 부조금은
누구는 우리 사회의 정이라 이야기하고
누구는 부담스러운 것이라 이야기하며
누구는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 이야기한다.
어쩌면 그 공무원도
부조금은 많이 내고 회수할 방법이 없어
동료와 주변인을 속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알지도 못하는 낯선 이들을 위해 준비하는
호텔의 비싼 스테이크가 아니라
따뜻한 잔치국수 한 그릇 나누며
부조금 돈봉투 대신
진심 축하를 건넬 수 있는
그런 결혼식을 선호한다.
부조금을 우발적 채무라고도 한다.
받는 순간 언제 갚아야 할지 모르는 빚이다.
끊임없는 부조금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까운 지인들과 국수 한 그릇 나누며
진심 축하해 줄 수 있는
작은 결혼식 문화가 커져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