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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상만두 Dec 04. 2024

[강남] 꽃이 피는 구조물, 프랭크스텔라, 1997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440



프랭크 스텔라

Frank Stella(1936 - 2024, USA)


꽃이 피는 구조물

Flowering Structure

900 X 900 X 900cm, Stainless Steel, 1997


프랭크 스텔라의 꽃이 피는 구조물은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주요 건축 소재로 사용한 포스코센터의 세련된 이미지를 배경으로 설치되었다. 카오스적인 거대한 외관은 엄격히 계산되어 스테인리스 주조로 제작되었으며 나머지 부분에는 실제 비행기의 부품이 사용되었다. 인류의 문화와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철'은 이 작품을 통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났다. 




테헤란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공미술 작품은 단연코 '꽃이 피는 구조물'일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설치 당시만 해도 한국 공공 조각의 흑역사의 상징이었었다.

예술이 미술관이 아니라 거리로 나왔을 때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처음으로 성찰하게 된 분기점이 된 작품이기도 했다.


작품은 가로, 세로, 높이 각 9m의 거대한 입방체 꽃 모양 구조물로 멀리서 보면 꽃의 형상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부식되고 찌부러지고 구멍이 숭숭 뚫린 고철 덩어리 자체였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2월 김대중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포스코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때 고가 매입이라며 추궁하기도 했다. 이걸 신호탄으로 이듬해 내내 흉물 논란에 시달렸다. 급기야 포스코는 작가와의 협의 끝에 작품을 현 위치에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는 서울시의 건축물미술장식제도 1% 법과 상관없이 거액을 투자해 조각품을 설치했지만, 여론의 뭇매에 두 손을 들었던 것이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조각 공원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흘러나왔다.


철거 방침이 알려지자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한 미술 평론가는 모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흉물스럽다는 것은 정직한 느낌일 것이다. 조형물은 미술계 관계자가 아니라 사회와 대중을 배려해야 한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성완경 씨는 “졸속퇴출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의 상투적인 조형물보다는 그 형식과 내용이 심오하고 미학적으로 진지한 작품”이라며 철거 신중론을 주문했다. 

주목할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한 대목은 중요하다. 성씨는 애초 공공적 논의를 배제한 것이 화를 자초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스코가 작품 설치 후 재산적, 물리적 관리는 했을지라도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홍보, 교육, 이벤트 등 문화적 관리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 온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벨(Amabel)이란 비행기 사고로 희생된 소녀의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 사용된 '고철덩어리'는 약 30톤에 달하는 비행기 잔해이다.

아마벨 바로 뒤에 위치한 포스코 사옥은 현대문명의 총아이기도 하다.

금속성 광택을 자랑하는 철골조와 그것이 지탱하는 무수히 많은 차가운 색의 유리창들,

양쪽으로 위로 곧게 치솟은 건물 구조 등은 수많은 테헤란로의 건물들 중에서도 

단연 발군의 현대적 감각을 자랑한다. 

그런데 바로 그 건물 앞에 흉물스럽기까지 한 큼직한 고철덩어리가 하나 놓여 있다.

게다가 비행기 사고로 죽은 한 소녀의 이름을 붙여 놓았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지 않는가?

세계적인 철강회사 앞에 놓인 고철 덩어리.

그것은 현대 문명의 양면성을 표출할 뿐만 아니라

조형적으로도 정연하고 깔끔한 건물과 불규칙적인 조형물의 대비를 이루며

시각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인가?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여러 가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밤에 조명을 받아 빨간 장미꽃으로 피어난 고철의 모습에서 미래의 희망을 보게 된다.

앞으로는 포스코 앞을 지날 때 다시 한번 눈여겨보게 될 것 같다.



미국 미니멀리즘 거장 프랭크 스텔라가 2024년 5월 4일(현지 시각)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해석을 거부하고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보고 있는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전부이고,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존재하지도 않는 의미나 상징을 찾지 말라는 뜻이다. 그의 아마벨이 더 새롭게 다가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공공미술 작품 제보자를 찾습니다.

   회사 주변이나 집 주변에 멋진 조형 작품을 발견하시면 밴드에 올려 주세요.

   그 지역을 탐방해서 산책 루트를 짜거나 추후 워크숍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https://band.us/n/a2aaA98e4dx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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