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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임, 강박적 아름다움에 관하여

by 상상만두


한국 현대 추상회화에 새로운 지평을 연 하태임 작가의 초대 개인전 《하태임, 강박적 아름다움에 관하여》에 대해서 정리해 본다. 2024년에 진행되었던 전시는 하태임 작가가 1990년대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최근까지 약 30년간 작업해 온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주는 자리로, 그녀의 초기 작업부터 2000년대 중반에 등장한 대표적 시리즈 ‘컬러밴드’까지 총 50여 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되었다.


전시 제목인 "하태임, 강박적 아름다움에 관하여"는 색띠를 반복적으로 쌓아가는 작업 과정에서 느껴지는 강박적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다. 하태임의 색띠 작업은 명상과 수행의 과정을 담은 반복적인 색채의 겹침을 통해 감정과 기억을 표현했습니다.




문자나 언어는 지식 전달이 가장 큰 도구지만
진정한 소통의 단계에서 볼 때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파리에서 작업할 때 한글이나 알파벳을 화면에 투영시킨 작업을 한 다음
그것들을 지웠던 건 그 때문이다.
문자를 그리고 지우는 행위를 하는 붓 터치가 정리되면서
컬러밴드가 나오기 시작했고,
귀국해서는 소통의 전달보다는 내면의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인터뷰 中



하태임 작가는 1994년 프랑스 디종 국립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98년 파리 국립 미술학교를 졸업했어요.

이후 2012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삼육대학교 문화예술대학 미술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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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e Porte

2007. acrylic on canvas, 70x 160cm


색채의 소용돌이가 역동성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 개의 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일까요?

아주 복잡해 보이지만 어딘지 패턴이 있어서 질서 정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작품 제목 "Une porte"는 프랑스어로 "한 개의 문"을 의미합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a door" 또는 "one door"가 됩니다.



Un Passage No. 173001

2017. acrylic on canvas, 200 x 200cm.



색띠의 변형 같아 보입니다. 기계가 만들지 않은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물감이 흐르는 효과를 그대로 두어 효과를 준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가로 세로 정방형 2미터 정도의 작품이라 실제 보면 압도감이 있습니다.

붓터치의 미묘한 느낌까지, 원화에서는 사진에서는 담을 수 없는 질감이 도드라집니다.





색띠들의 궤적이 흥미롭습니다. 그림을 제작하는 영상을 보니 저 붓터치 하나를 한 번에 휙 하고 그리던데 그 리듬을 연상하며 작품을 바로 보니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2005년을 기점으로 하태임의 대표적 조형 언어인 ‘컬러밴드’가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컴퍼스처럼 활용해 다채로운 색띠를 겹쳐나가며 투명한 컬러감을 표현하고, 수행적 태도를 보여줍니다.

반곡면의 색띠는 단순한 형태 같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일정한 리듬과 역동성을 통해 강렬한 시각적 잔상을 남깁니다. 교차하고 반복되는 색띠는 시간의 중첩을 상징하며,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색의 배치는 관람객에게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한디고 합니다.






나의 작업의 주인공은 컬러밴드이다.
컬러밴드는 각각의 캔버스 위에서 마치 옥색 대양을 유영하는 돌고래처럼, 혹은 넘실대는 파고가 춤을 추듯 펼쳐진다.

반곡면의 컬러밴드들은 방향성과 수많은 차이를 수반하고
각각의 색들로 물들여져 삭막한 공간에 파동과 리듬감을 부여한다.

컬러밴드와 같은 제한적으로 단순 명시적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회화적 역동성과 리듬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컬러밴드가 갖는
만곡 패턴의 비선형적 구성을 통해서이다.

컬러밴드란 임의의 크기를 갖는 시각적 매스로 삭면을 쪼갬으로써 얻을 수 있다.


작가노트 中




금색과 은색을 사용하니 빛의 산란을 형상화시킨 듯 빛나 보입니다. 과감한 시도가 돋보입니다.





반전된듯한 표현도 흥미롭습니다. 주제를 정했으면 끊임없이 파고드는 탐험정신이 빛을 발합니다.





캔버스를 돌려가며 그린 그림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참 재미있습니다.
























전시 타이틀처럼 강박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을 함께한것 같습니다.

추상화의 새로운 영역을 알게되어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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