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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by 상상만두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


《MMCA 기증작품전: 1960-1970년대 구상회화》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아끼고 간직해 온 소장품 가운데 한국 구상화단의 형성과 성장에 자양분이 된 1960-70년대 구상회화를 재조명한다.


1960년대 이후 추상화가 한국 현대미술의 대세가 되면서 아카데믹한 그림은 구시대의 미술로 여겨지거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추상회화의 연쇄적인 파상에 밀리면서도 구상회화의 영역에서 착실하게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키워낸 소중한 작가들도 있었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조형개념이 출현하더라도 선택적 시선으로 보이는 그대로를 충실히 묘사하는 표현양식은 한국회화의 토양을 굳건히 다져왔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가들은 자연에 관한 서정성과 사실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우리의 회화를 이끌고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전시는 자기 반영적이며 사적인 재현에서부터 장소와 일상, 삶의 변화를 보여주는 풍경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공감하는 독특한 서정성을 띤 33명의 작가,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의 기증작품 가운데 비교적 소홀히 다루어진 1960-1970년대 한국 구상회화 작품을 한국 미술의 흐름과 작가의 생몰연도를 기준으로 소개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작가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가 다채롭게 전개되어 온 한국 구상회화의 바탕과 여정을 살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전시 브로슈어

https://m.site.naver.com/1ny24


링크를 통하여 전시해설을 들어보세요.

https://www.mmca.go.kr/eng/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Flag=2&exhId=202403050001751





한국 구상미술의 토양



"우리의 미술은 아카데미즘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 (1958년, 목우회)


1부는 국전을 통해 아카데미즘 미술의 초석을 다진 1세대 유화 작가들을 중심으로 근대 서양화 양식으로 작업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해방 전까지 조선에는 서양화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없었고, 이에 일본 유학생들은 서양 화단의 도입기에 활발하게 활동했다. 전시장 초입에 선보이는 이병규, 도상봉, 오지호, 김인승의 정물, 풍경, 인물 작품에서는 빛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의 표현과 세밀한 붓 터치로 대상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아카데믹한 기법에 인상파의 외광 표현을 적용한 점을 공동으로 살펴볼 수 있다.


1950년대는 한국 화단에 불어닥친 새로운 경향의 추상미술을 표방하는 서구화 물결이 정통적 화법을 지켜나가던 작가들에게 불안과 혼란을 고조하였다. 상대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구상계열 작가들은 자기 작품을 다시 돌아보며 하나돌 목소리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1958년 6월, 이종우, 이방규, 도상봉, 이종무, 이동훈, 김형구 등이 주축이 되어 '우리의 미술은 아카데미증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면서 목우회 창립에 이른다. 목우회는 한국의 구상화단을 본격적으로 가꿔간 단체로, 초기부터 한국적인 아카데미증을 계승하였다. 목우회의 결성은 우리나라 구상회화가 체계적으로 성장하고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 사이의 작품들은 필치가 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실험성을 띤 화풍이 주를 이루었다면, 1960년대 중반을 넘어서는 일도 있는 사실적 표현으로 아카데믹한 화풍을 성립하였다.

1970년대에는 전체적으로 정취감이 강한 서정적인 화이 깃든

'한국적인 특색의 서양화'로 발전한다. 소재도 다양하고 풍부해지며, 특히 토속적인 것들이 화면에 주로 등장한다.

전통 기물을 즐겨 그린 김형근의 정물화는 백색 도자기 표면처럼 매끄럽고 반짝이게 화면을 처리하고 대상의 세부를 한증 정교하게 묘사하였다. 인물화에서도 단순한 좌상만이 아니라 노동하는 삶의 현장을 다른 생활 장면이 많아진다. 강정영과 김준식은 지역 특색과 풍토가 스민 해안가와 부두 같은 어른 풍경이나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일상을 한국적 인상주의 화풍으로 담아내었다.






이병규

(李昞圭. 1901.1.24∼1974.12.10)


이병규는 경기도 안성 출생으로,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기초를 닦은 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1921-26년)했다.

귀국 후, 1927년부터 양정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민족적 의식을 표방한 목일회(1934년) 및 목우회(1958년), 한국사실작가회(1969년)의 창립에 참여하며 사실주의 계열의 미술 발전에 기여했으며,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초대작가, 추천 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작가는 일본 유학 시기에 습득한 자연주의 화풍을 바탕으로 주변의 인물, 온실의 식물, 설악산, 사찰 주변의 풍경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그려나갔다. 싱그러운 식물의 줄기와 잎, 그 사이로 보이는 빛, 땅에 드리운 그림자 등 신록(*T*분)의 계절을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녹색을 주색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색채와 은은한 빛의 활용, 보색의 병치로 색의 선명함을 한층 강조하며 화면의 공간감과 조형성을 극대화하였다.



이병규, <수국>, 1967, 캔버스에 유화 물감, 65x50cm 유족(이종우) 기증



이병규, <수국),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X38cm 유족(이종성) 기증



이병규, 《황국),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46X38cm 유족(이종성) 기증




이병규, 온실일우(溫室一隅)>, 1971, 캔버스에 유화 물감, 45.5X38cm 유족(이종람) 기증



이병규, <영산홍>, 1967, 캔버스에 유화 물감, 53.5X46cm 유족(이종우) 기증


1927년부터 서울 양정학교의 미술교사로 재직했던 작가는 학교 온실을 작업실로 사용하면서, 그곳의 나무와 꽃을 세밀히 관찰하고 묘사한 '온실' 연작을 제작하였다. 그중 한 점으로, 작가 특유의 섬세한 화풍과 색채 감각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화면은 싱그러운 식물의 잎과 줄기가 가득 채워진 청록의 공간에서 붉은색 꽃으로 강렬하게 생명력을 표출하고 있는 봄의 영산홍을 담고 있다. 작가는 꽃 주변에 다채로운 잎들을 배치하여 화면에 변화를 주고, 보색 대비를 활용하여 색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꽃 뒤쪽의 받침목을 청록색으로 표현한 것에서 인상주의적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이병규, <백합>, 1972, 캔버스에 유화 물감, 73X61cm 유족(이종옥) 기증




이병규, 〈사찰 풍경>, 1959, 캔버스에 유화 물감, 73X91.5cm, 이건희컬렉션




이병규, <창경궁 풍경>, 1959, 캔버스에 유화 물감, 97X130.5cm



이병규, <고궁일우(古宮一隅)>, 1961, 캔버스에 유화 물감, 99X130cm 유족(이종옥) 기증




이병규, (자화상), 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117X91.5cm 유족(이혜경) 기증


1973년 제22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초대작가 자격으로 출품한 유화 작품으로, 작가 말년의 모습을 표현한 자화상이다. 화면은 편한 옷차림을 한 작가가 온실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십 년간 작품 활동의 토대가 되었던 청록의 공간을 배경으로 삼은 이 작품은 작가의 예술 여정을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인물 주변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식물의 줄기와 일사귀가 만들어내는 곡선의 흐름이 화면의 조형성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그 사이로 비치는 빛으로 인해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인물과 소재 모두 사실적으로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작가 특유의 화풍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그림 스타일이 단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시대를 따져보면 이해하기 쉬운 스타일이었을 것 같다.

사물 관찰을 끈질기게 살펴봤던 작가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병규, <독서하는 두 여학생>, 1964,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2.4X137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都相鳳. 1902∼1977)

도상봉은 함경남도 홍원 출생으로,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1922-27년)했다. 귀국 후, 1930년 경신보통고등학교 미술교사를 시작으로, 1948년 숙명여자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창설에 가담했으며 초대작가, 추천 작가, 심사위원을 역임하고, 목우회 창립(1958년)에 참여했다.


작가는 일본 유학 시기에 습득한 사실주의적 화풍을 바탕으로 주로 풍경과 정물을 화면에 담아냈다. 특히 조선백자에 대한 애정을 예술로 수용하여, 백자와 백자가 곁들여진 정물을 주 소재로 다뤘다.

화면의 모든 대상은 한결같이 다소곳하게 정지해 있는 상태이며, 대상을 부단히 어루만지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캔버스 천의 고운 결을 살려 잔잔한 붓질로 온화한 색조를 입히고, 빛에 의한 정물과 그림자의 명암으로 깊이감과 선명함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도상봉, <국화>, 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50X60.5cm, 이건희컬렉션


화병 속에 국화꽃이 풍요롭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묘사한 작품이다.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국화 다발과 무게감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곡선 형태의 백자항아리는 화면을 꽉 채우면서도 깊이감을 보여주며, 잔잔한 붓질이 주는 여운은 화면을 더없이 가라앉게 한다.

작가는 꽃의 아름다움을 지고지순한 가치를 지닌 '이상미'로 생각했고 꽃 그림은 사람의 감성을 부드럽게 하고 인간의 마음에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이병규, <해인사 계곡), 1973년경, 캔버스에 유화 물감, 91X116cm 유족(이종우) 기증




도상봉, <코스모스>, 1954, 캔버스에 유화 물감, 52.5x45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제라늄>, 1974, 캔버스에 유화 물감, 41.2X32.2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백일홍〉,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7X33.5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정물>, 1974,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5X33.8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항아리>, 1963, 캔버스에 유화 물감, 25.2X34.2cm, 이건희컬렉션


어두운 배경 속에 모습을 드러낸 일그러진 백자달항아리를 화면 가득히 채워 묘사함으로써 작가의 백자에 대한 탐닉과 심미안을 잘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백자를 구체적인 소재로서 자신의 작품 속에 일관하였다. 그는 자신의 화실에 장식된 백자를 "나의 친구 이조백자"라고 칭했으며, "백자가 가지고 있는 유백색의 깊은 색조와 항아리 속에서 올려 나오는 무성의 노래는 나에게 신비한 교훈과 기쁨을 준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상화가이지만 어느 정도 인상파적인 영향을 받아서 흥미로웠습니다.

'국화'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분을 아주 흐뭇하게 해 주네요





도상봉, <백자와 꽃>,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60.5x72.5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포도와 항아리>,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5X33.5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유병(油甁)과 사과>, 1970,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3X33.2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정물>, 1973, 캔버스에 유화 물감, 23.4X32.4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장미>, 1969, 캔버스에 유화 물감, 24.9X33.8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코스모스>, 1958, 캔버스에 유화 물감, 44X36.5cm, 이건희컬렉션





도상봉, <국화>, 1971, 캔버스에 유화 물감, 51.5X43.8cm, 이건희컬렉션






나도 야수파처럼, 아니면 표현파처럼 멋들어지게 쓱싹쓱싹 휘갈겨
그리고 싶기는 하지만 역시 그림이라는 건 반듯해야 하고 질서가 있고
너무 지나치게 원색으로 과열되지 않는 색 면을 지닌 화풍이 내 분수에도 맞고
우리 한국 미술의 장래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더군.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이러한 화풍을 아카데미즘이라고 한다는 거야.

이종우 1899-1981, 목우회 창립회원



오지호

(吳之湖, 1905-1982)


오지호는 전라남도 화순 출생으로,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가 가와바타미술학교에서 기초를 닦은 후,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서 수학(1926-31년)했다. 귀국 후 녹향회, 조선미술동맹에서 활동하는 등 민족회화의 구현을 위해 힘썼으며, 1960년대까지 조선대학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며 호남 서양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작가는 자연을 지성적으로 이해했던 전통적인 산수화에서 벗어나, 생기가 넘치며 누구나 쉽게 향유할 수 있는 한반도의 투명한 자연과 풍광을 화면에 녹여냈다. 활동 초기 1930-40년대에는 주로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는 농촌 풍경을 담아냈다면, 1960년대 말부터는 대담한 붓 터치와 명량한 색채를 바탕으로 자연광의 순간적 변화보다는 계절과 장소에서 느낀 전반적인 감상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였다.


오지호, 《항구〉, 1969, 캔버스에 유화 물감, 97.3X145.5cm, 이건희컬렉션


1960년대 말 한국 화단은 앵포르멜 또는 추상표현주의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 양식을 받아들였다.

여러 그룹이 등장하던 이 시기에 작가 역시 독자적으로 활동하며 인상주의 화풍에서 발전된 안정된 색채와 과감한 필치로 자유로운 표현을 선보였다. 이 작품에서는 안정적으로 화면을 분할하고 대상을 배치하는 고전적인 구도와 빛의 표현이 보이며, 관찰을 기반으로 대상의 사실적인 묘사에 집중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69년 제18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출품한 것이다.



오지호, <내장산 설경>, 1972, 캔버스에 유화 물감, 52X71.5cm, 이건희컬렉션





오지호, <항구 풍경), 1980, 캔버스에 유화 물감, 57.3x72.8cm, 이건희컬렉션










김춘식, <포구(浦口)>, 1977, 캔버스에 유화 물감, 162.5X112cm, 이건희컬렉션



이런 일상적인 주제로 예술을 접근하는 시기가 참 좋은 것 같다. 마치 조각을 하듯이 그림을 그렸네요.




백영수, <모자(母子)>, 1976, 캔버스에 유화 물감, 45.5x53cm, 이건희컬렉션


아이를 업은 어머니를 묘사한 작품이다. 어머니가 고개를 젖혀 업은 아이의 얼굴과 같은 방향으로 머리를 둠으로써 어머니와 아이는 일체감을 형성한다. 전경에 아이를 업은 어머니,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집과 나무의 형태는 평면적이며 단순화되었다. 청록색이나 회색과 같이 초기작부터 일관되게 사용한 어두운 색감이 여전히 보인다. 모자상(母子像)이라는 주제는 작가가 가정을 꾸린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개인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부분만 강조해서 표현하는 부분이 가슴에 확 다가왔습니다.


너무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부분만 소개드려 아쉽네요.

외국 작가들의 작품도 좋지만 그 시대 우리나라 화가들의 결과물도 그림을 바라보는 좋은 자세들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2024년 8월 말에 있었던 좋은 추억이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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