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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쁨 - 히무로 유리

@그라운드시소 한남

by 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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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로 유리


일본의 텍스타일 디자이너 히무로 유리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전하는 천을 만듭니다. 대학원 시절 교환학생으로 갔던 핀란드에서 현재 작업의 기초가 된 자카드 기법을 배웠습니다.

*자카드 기법: 1800년대 초 조셉 마리 자카드가 개발한 자카드 직기의 원리를 이용해 여러 색상의 실을 교차시켜 정교한 무늬를 만드는 직조 방식


작가에게 천은 삶 가까이에 스며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소재입니다.

즐거운 디자인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직물을 만드는 데로 이어졌고,

대표작'스닙 스냅 SNP SMAP' 시리즈가 탄생했습니다.


스닙 스냅*SNIP-SNAP: 가위질 소리 '싹둑싹둑'의 영어 표현 은 겉면의 실을 가위로 자르면 아래에 숨어 있던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이중 구조의 직물입니다. 어디를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담은 짧은 동영상은 SNS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특히 로에베와 협업한 인스타그램 릴스는 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삶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일상의 사소한 경험이나 스쳐 가는 자연 풍경도 영감이 되어 천 위에 새로이 나타납니다. 완성된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면 사람들이 작가 대신 천을 만지고, 실을 잘라 새로운 장면을 만들고, 각자의 이야기를 더합니다. 이렇듯 히무로 유리의 작품은 천을 매개로 작가와 사용자 모두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긍정적인 감정을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작가는 마리메코, 포르쉐, 몰스킨, 키티버니포니, 호시노 리조트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을 비롯해 중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여러 나라에서 작품을 전시하며 많은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 히무로 유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himuroyuri/




문득 하루하루가 단조롭고 뻔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삶이 그저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같은 곳을 향해가는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도 가만 들여다보면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연히 올려다본 하늘에 그림처럼 떠 있는 뭉게구름을 보고 마음이 상쾌해지고, 버스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음악에 오래 묻어둔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죠.


그라운드시소 한남 개관 전 <히무로 유리 오늘의 기쁨>은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의 순간을 듬뿍 담은 전시입니다. 천의 겉면을 자르면 안쪽에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스닙 스냅' 시리즈를 중심으로, 텍스타일, 영상, 스케치 등 약 170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작가의 시선은 꽃밭에서 시작해 땅속, 하늘, 바다, 마을, 겨울 호수로 이어집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색채와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가까운 일상에서도 사람들을 웃게 하는 장면을 찾아내는 작가의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닙 스냅 시리즈는 누구에게나 비슷해 보이는 일상에도 나만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마음을 열고 매 순간을 충실히 느끼면, 재미있는 무늬가 '짠'하고 나타나듯 행복도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을지 모릅니다. 히무로 유리의 천 위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까이 있지만 미처 몰랐던 오늘의 기쁨을 만나보세요.



요즘 시대에 주제만 가지고 색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제는 도구 자체가 다르지 않으면 새롭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자수를 활용했다는 점, 그것도 두 겹의 형태를 활용했다는 점은 큰 차이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기술의 힘을 빌린 것도 요즘 현대 미술에 적합한 방식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수'라는 방식을 사용하여 따뜻한 느낌도 살리고 주제마저 딱 떨어지니, 작품이 친근하면서도 즉각적으로 작가의 메시지가 쉽게 다가와서 대중적인 작품의 형태로 승화된 것 같습니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느낌도 잘 살아나 있어 흥미로운 전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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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쁨의 순간을 듬뿍 담은 전시입니다.

특히 아이와 놀아주며 느꼈던 감정이나 친구들과의 추억을 주제로 즐거움을 만드는 천을 만듦


겉면의 실을 자르면 새로운 무늬가 드러나는 '스닙 스냅' 시리즈 작품을 통해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는 작품들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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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적인 발명을 한 사람이 좋은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나 관점을 찾아 이 파고드는 스타일에 끌립니다.

저도 천을 짜는 구조를 포함해서 지금껏 본 적 없는 텍스타일을 창조해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 나무판을 접으면 돌고래 소리 비슷한 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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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쁨이 피어나는 정원

A GARDEN WHERE JOY BLOOMS


환한 햇살 아래 형형색색의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반갑게 인사합니다.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이곳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보세요.

부드럽게 펼쳐진 꽃길을 지나 오늘의 기쁨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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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OM COLLECTION

YURI


앞면에는 생생하고 강렬한 꽃무늬가 가득하고, 뒷면에는 줄기와 잎이 어우러진 패턴을 담은 텍스타일입니다. 담요나 이불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리저리 뒤집히며 앞뒷면을 함께 보게 돼요. 어느 쪽을 봐도 식물의 아름다운 패턴이 드러나는 천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작품은 앞면의 꽃무늬가 뒷면의 잎, 줄기와 어우러지며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죠. 이 컬렉션을 통해 일상에 자연의 아름다움이 조용하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남기길 바랐습니다. 울과 면 소재를 사용하고 수축 가공을 더해 부드럽고 매끈한 천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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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ARCISSUS yellow,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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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ALIA,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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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GYPSOPHILA,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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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NARCISSUS orange, 2018, wool 82%, cotton 18%




패턴이 롤링되는 구조가 새로웠습니다.

보여주는 방식에 많은 힘을 썼다는 걸 처음 시작하자마자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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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WISTERIA blue,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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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ALLA,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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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MARGUERITE,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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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SAKURA navy,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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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SAKURA white,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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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WISTERIA purple,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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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LILY, 2018, wool 82%, cotton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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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TWEEDIA LILY, 2018, wool 82%, cotton 18%



패턴들과 색이 너무 예쁘네요~

처음 출입구부터 힘을 뽝 주셨네요~ 역시 개관 전이라 다르네요~




SHIBA

芝, 잔디


YURI


스닙 스냅 시리즈의 첫 번째 디자인입니다. 잔디를 깎듯 초록색 부분을 가위로 자르면 풀밭 아래에 숨어 있던 동물과 곤충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에 잔디가 갈린 정원이 있었어요. 가끔 할머니를 도와 잔디를 깎았는데 그때마다 작은 메뚜기 같은 곤충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어요. 이 작품에는 그때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관람객들이 다들 저렇게 사진 찍는 게 이해가 됩니다.

입체감으로 도드란 진 모습을 찍으려면 측면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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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P SNAP "SHIBA Seoul"은 이번 한국 전시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되었습니다. 히무로 유리는 2025년 6월, 전시를 결정한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 동안 그라운드시소 팀과 함께 서울 곳곳을 여행하며 도시의 활기찬 리듬 속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소소한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이 작품은 시소콜렉트에서 단독으로 판매합니다.



YURI

SHIIBA의 잔디밭에 서울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서울에 갔을 때, 한복을 입고 경복궁을 걷던 사람들이 현대적인 도시와 자연스럽게 섞이던 풍경이 인상적이었어요. 길을 걸을 때 곳곳에서 발견한 운동 기구도 무척 재미있었어요. 어떻게 이용하는 건지 하나하나 물어보고 직접 해봤죠. 거꾸리는 무서워서 못 했지만요. 걷다가 마주친 길고양이들도 기억나요. 그 여행의 기억을 천 위에 하나하나 새겨 넣었어요. 실을 자를 때마다 다시 한번 그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실을 자르며 한국에서의 기억을 새롭게 추억할 수 있었어요.


SHIBA Seoul, 2025, Wool 20%, Polyester 80%






2. 땅속의 비밀

SECRETS IN THE GROUND


우리가 딛고 있는 땅속에는 어떤 이야기가 흐르고 있을까요? 들판이자 유적지인 그곳,

숨겨진 비밀 정원으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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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KKUTSU 發掘, 발굴, 2015, wool 20%, polyester 80%


YURI

노란 실을 가위로 자르면 땅을 판 것처럼 그 아래에서 공룡 뼈, 고대의 토기 등 묻혀 있던 신비한 무언가가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주제를 찾다가 문득 '공룡 발굴'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가위를 이용해 숨겨진 무늬를 찾아내는 과정이 유적을 발굴하는 과정과 닮아 있었죠. 작품을 만드는 저 역시도 공룡 책을 찾아보고 발굴 작업에 대해 조사하며 이 주제를 파헤쳤어요.





3. 하늘 극장

THE SKY THEATER


비행기의 궤적을 쫓거나 구름의 재미난 모양을 찾아본 기억,

순간의 설렘을 표현하는 가위질의 마법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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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 공간 연출 자체가 다릅니다.

하늘 극장이라는 타이틀처럼 천을 허공에 띄우는 방식으로 전시하니 더 역동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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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하늘


YURI

하얀 구름을 자르면 파란 하늘이 드러납니다. 비행기와 심지어 행성까지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 적운이나 비행운처럼 다양한 구름 모양을 직접 만들 수 있어요. 이 디자인은 친구가 미국에서 열린 연날리기 축제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했습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수많은 연이 하나의 무늬처럼 보였죠. 하늘을 바라보며 비행기의 궤적을 쫓거나 구름의 재미난 모양을 상상해 본 적 있지 않나요?

바로 그런 순간의 설렘을 가위질이라는 놀이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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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morning, 2016, wool 20%, polyes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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