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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히 보아야 아는 꽃

by 상상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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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흔하게 피어 있는 꽃들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들고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주변의 사물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말 신통방통하다.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데도 모두들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정말 몰랐다. 하지만 이 꽃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하면 볼 수 없는 꽃이다.

내가 여태 보지 못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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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고 난 뒤에 길거리에는 꽃잔치가 열린다.

하지만 그 꽃을 바라봐줄 시간이 없으면 영영 보지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모양과 색이 이렇게 아름다웠나 계속 감탄을 하며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졌다.

나이가 50이 되고서야 이 작고 사랑스러운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게 기적이다.

작은 꽃망울 하나하나가 토실한 게 모두 꽃을 피워낼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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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건 꽃들만이 아니었다. 잎사귀에 열린 열매들도 어찌나 싱싱하던지

하나 따먹고 싶은 마음마저 일었다. 물론 포도처럼 단맛이 나지 않으리란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스러운 열매가 어찌나 대견한지 모른다.

저 예쁘고 토실한 열매들을 그동안 보지 못했다는 것에 다시금 놀랜다.

우리 동네에 이런 열매들이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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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을 척척 맞추는 어르신들을 보면 너무 신기하다.

그러나 나처럼 잎사귀 하나하나를 어루만지듯 그려 보진 못하셨을 것이다.

그림은 그런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은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리다 보면

전혀 몰랐던 모습이 보인다. 그게 그림의 마술이다.

우리 모두는 얼마나 제대로 못 보고 사는지 잘 모른다.

알고 보면 집 주변 전체가 거대한 식물원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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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핀 이름 없는 꽃들은 그래서 사랑스럽다.

잘난 체 하지도 우쭐대지도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빛을 쫓아 살아갈 뿐이다.

꽃잎 하나하나의 형태를 살펴보다 보면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다 같아 보이는 이름 모를 잎사귀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다른 색과 형태를 가지고 있다.

1분도 좋고 5분도 좋다. 이 기가 막힌 자연 속 갤러리를 꼭 경험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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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런 색 조합을 가질 수 있을까

연두색 끝부분에 살짝 분홍끼가 감도는 마젠타 색 포인트 그리고 줄기 어느 부분이 이를 이어받아

자연스럽게 패턴을 형성해서 어우러지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발레 공연을 보는 것 같다.


매일 아침마다 산책을 하는데 이 기쁨을 알고 나서는 산책 시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하지만 어떡하랴, 이 맛을 알아 버렸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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