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를 보기 어려워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니 실은 주변에 흔하게 살 수는 있다. 식용에서 실패한 달팽이를 관상용으로 팔고도 있으니 말이다.
달팽이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패닉의 '달팽이'가 떠오르는 것은 마치 자동반사 같은 것인데
워낙 그 당시 인상 깊게 들었던 곡이라 그랬던 것 같다.
특히 특유의 시적 감성이 있는 가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자꾸 혼잣말로 되씹을수록 그 의미가 새로워지곤 하니까 말이다.
집에 오는 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 속에 몸을 뉘었을 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친 세상 끝
바다로 갈 거라고
아무도
못 봤지만
기억 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 패닉 '달팽이' 중
나이가 40을 넘어가면서부터는 건강은 관리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살아보니 타고난 체질 따위는 사실 별로 상관없어 보였습니다.
자신들이 느끼지 못하는 작은 습관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현재를 만들어 낸 것인데
그것도 관리를 하며 체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건강했던 습관은 언제나 사회 활동을 하면서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자신의 건강을 자신하는 경우가 더욱 그렇습니다.
"난 다른 건 몰라도 건강만은 확실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작은 병이 아니라 큰 병으로 푹푹
쓰러지는걸 여러 번 보았다고나 할까? 차라리 잔병으로 골골하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병원 신세를 지다 보니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게 되어 큰 병은 잘 걸리지 않아 가늘고 길게
사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최근 들어서는 잠을 잘못 자서 어깨가 결리기만 해도 "오십견인가?", "근육에 문제 있나?" 하며
걱정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뭉치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 풀어주기 위해
와이프가 큰 맘먹고 마사지 회원권(선 충전 방식)을 구입해 주었습니다.
건전한 마사지샵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행히 이곳은 미용과 건강을 목적으로만 하는
프랜차이즈라서 믿을만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시간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직업(작은 영상 기획사를 운영해서)이라 가급적 가격이
저렴한 평일 오전 시간에 예약을 하고 찾아가곤 했습니다.
원래 마사지해주셨던 중국 할머니는 걱정과는 달리 성실하고 아주 강하게(제가 강한 마사지를 좋아합니다)
마사지를 해주셨는데 일정이 안 맞았는지 다른 마사지 하시는 분이 남자분이 들어오셨는데 이분은 남자라
내심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실력은 좋은데 말이 많다는 게 흠이었습니다.
대화의 내용도 자신이 강남에서 일하고 느꼈던걸 이야기하는데 관심 없는 이야기였지만 거기까지는 어찌어찌
참고 들을만했지만 팁을 많이 줬네, 팁이 없이는 생계가 어렵네 하며 말하기 시작하자 무척 난감해졌습니다.
게다가 듣기 싫다고 어찌 피할 수도 없는 상태이고 성격상 대놓고 그만 말하라는 깜냥도 안되니
정말 마사지를 받으며 그렇게 곤혹스러운 적은 없었습니다.
그 경험 때문인지 미리 충전했던 금액이 끝나고서는 다시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비가 올 때 온몸이 쑤실 때면 은근슬쩍 마사지에 대한 기대감을 품다가 아무래도 불편한 상황을
다시 만나게 될까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고 혼자서 스트레칭을 하게 됩니다.
이건 소심한 거 맞겠죠?
나이가 든다고 다 대범 해지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비를 피해 들어갔던 알라딘 서점에서 발견한 '인절미'
'절미'라고 불리는 짱절미
한 커뮤니티인이 구해낸 강가에 빠진 강아지가 국민 인절미로 등극한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무럭무럭 자랐지만 다리 길이는 그대로라는 절미의 모습에 홀랑 빠지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2XjeUBDdJxRUGxyEoQigXQ
장수천 아침 산책을 하다 만나게 된 덩치 큰 달팽이
처음에는 그 덩치(10살쯤 되는 아이들 주먹만 했습니다)에 살짝 놀랬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개울에 사는 달팽이가 아니라 관상용으로 키우던 달팽이를 방생한 게 아니까 싶습니다.
비가 오니 방향을 잘못 잡아 인도까지 나오게 된 것이 아니까 추측했습니다.
이 산책길은 자전거 도로도 같이 있기에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구조에 성공
조심스럽게 풀숲에 놓아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저 덩치를 버티려면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는데 이런 야생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무분별하게 관상용으로 키우다 벅차면 아무 데나 방생해버리는 문화에 혀를 차게 됩니다.
모든 생명체는 번거롭고 귀찮은 존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이나 책임감 없이는 함부로 키우는
문화는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비 오면 흔히 사용하는 게 우산인데 다들 급한 데로 비닐우산을 사용하지만 늘 비가 오는 영국에서는
영국 황실에서 쓰는 우산으로 유명한 '폭스 엄브렐러'가 있습니다.
영국은 워낙 비와 밀접한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지 최초의 우산 전문점도 영국에서 먼저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비를 막는 용도보다 귀족의 지위를 드러내는 액세서리로 더 많이 쓰여 비가 와도 우산을 사용하지 않고 우비를 썼다고 합니다. 18세기 중반에 조나스 한웨이라는 남자가 우산을 비를 막는 용도로 쓰고 런던 거리를 걷기 시작해 그때부터 영국 신사들이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851년 사무엘 폭스(Samuel Fox)가 철제 우산살을 발명한 후 우산은 좀 더 대중화가 되었는데 그 우산 브랜드가 바로 '폭스 엄브렐러'입니다.
영국에 잠시 있었을 때 대영박물관 근처에 '폭스 엄브렐러' 매장이 있어 가끔 놀러 가곤 했지만
가격을 보곤 놀라서 눈호강만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우산과 지팡이를 같이 팔고 있었던 게 이색적인 느낌이었고 손잡이에 달린 조각물이 아주 고급스럽습니다.
비가 오면 첨벙첨벙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언제였던지 기억도 잘 나지 않네요.
장화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지금도 예쁜 비옷을 입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넋을 놓고 보게 됩니다.
특히 여름 비는 모든 대지를 시원하게 식혀주고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고마운 비입니다.
겨울비와 달리 여름 비는 추억과 낭만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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