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N잡러되려다 기자될 뻔한 썰

노력에 대한 보상

by BranU


제목 그대로다. 직업이 기자로 바뀔 뻔했다. 제목에 ‘될 뻔했다’라고 썼으니 바뀌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업은 안바뀌었지만 이번 사건은 나에게, 내가 생각하기에 매우 특별했던 경험이라 글로 남겨놓으려고 한다.




나의 전공은


나의 이전 글을 읽었다면 이미 알고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내 대학교 전공은 computer science 였다. 고3 수능 이후 낮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패기롭게 기존 성적보다 높은 대학들의 정시 지원서를 썼고, 당연하게 광탈하였다. 그래서 재수생 수능을 볼 땐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점수에 맞추어 선택한 학과가 바로 computer science였다. 난 21살에 개발자 진입로에 들어섰다.


내 진로는 좁혀졌다
아무생각이 없어


사실 1학년 때부터 2학년 때까지 진로에 대해 아무 생각없었다. 당연히 개발자가 될 거라 생각했고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진로에 대해 ‘생각’이라는 걸 하게 됐다. 당시 음악 추천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두명이서 프로그램 제작의 A부터 Z까지 모두 했어야 해서 프로그램의 기획과 디자인은 내가 주도하여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획과 디자인이 너무 재밌는 거다. 코딩할 때보다 어플리케이션 UX 기획을 할 때가 더 신났다. 특히 발표 PPT를 만들 때는 밤을 새도 피곤함이 덜 했다. 코딩보다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여튼 구구절절한 이야기는 각설하고 그 후 어찌저찌하다보니 4년차 마케터가 되어 그 당시 좋아하던 것들을 그대로 하게 되었다. 기획, 디자인, 글쓰기 그런 것들 말이다.


그러고 보니 다한다


그리고 작년부터는


글쓰기에 욕심이 생겼는데, 이미 라디오 조연출까지 투잡 중이었지만 부업으로 글쓰기 관련 일 하나 정도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잡코리아에서 보이는 글 관련 아르바이트 혹은 프리랜서 업무에 지원서를 내기 시작했다. 가능하겠다 싶은 범위의 일에 대해서는 거의 다 지원서를 냈던 것 같다.


정확히 일주일후 사건이 터졌다


1. 월요일 오전, 전화 한 통이 온다.

2. 일간 신문 OOOOO이라고 한다. 다음날 바로 면접을 보러 올 수 있냐고 묻는다.

3. 일단 잡코리아에 이력서를 넣은 기억은 없는데, 내가 많이 넣은 곳들 중 하나인 것 같아 우선 알았다고 했다.

4. 면접을 보러갔다.

5. 알고보니 프리랜서가 아닌 정규직 취재기자를 뽑는 것이었다.

6. 날 면접본 분이 대표님이셨는데, 그는 내가 딱 기자에 적합한 성격과 스타일이라며 나를 맘에 들어했고, 면접 1시간도 안되어 줄 수 있는 연봉까지 말해주기 시작했다.


공대출신 4년차 마케터가
어쩌다 일간신문 정규직 기자면접을 보게 됐다


이건 엄청난 일이었다. 내가 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꿈도 못 꾼 일이었다. 대표님께서 불러준 연봉은 말도 안되게 적긴했지만 내가 기자면접을 봤다는 자체가 나에게 엄청난 의미였다.

이제 내가 최소한
문과 대학생정도의 글실력은 되어졌구나


25살 처음 마케터가 된 날부터 작지만 조금씩 노력해오던 순간들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28살까지 3년을 지나오는 동안 독서, 디자인, 글쓰기, 상식을 깨작깨작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것이 예상치못한 시점에서 인정받았던 것이다. (만일 좀더 감동했다면 그 말도 안되는 연봉에 혹하여 입사할 뻔했다. 흙속에 묻힌 날 알아봐주었군요! 하고 말이다.)


그리고 느낀 점 3가지


1. 좋아하는 일은 어떻게든 해라. 정말 가다보면 좋아하는 일로 돈벌이가 될 수도 있더라.


2. 기회는 묵묵하게 준비하는 사람에게 불현듯이 온다.

그 준비가 1년이고 3년이고 길어질 수 있지만 꼭 온다.


3. 이직은 무조건 환승이다.

내가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는 상태면 새로 지원한 회사에서도 나를 데려가기 위해 알아서 좋은 조건을 건다. 반면 이미 퇴사상태인 사람은 깔보는 인사담당도 있더라.

그래서 깨달았다. 이직할 때 무조건 환승해야한다는 것을.




결국


취재기자 정규직 기자 자리는 정중히 거절했다. 25살 신입나이였다면 해봤을 법하다고 잠시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25살의 나라면 글쓰기 능력이 바닥이었으니 뽑히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때 기자가 되어 4년차 취재기자가 되었다면? 이란 가정을 해봐도 그랬다면 지금만큼 행복한 직장인으로 살았을지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번 사건은 후회는 없고 감사함만 있다. 나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나를 기자로 고용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적이고 고마웠다. (돈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해준 것 아닌가.)


이번 면접 덕분에 앞으로 내가 사회에서 더욱 더 필요한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를 열심히 성장시켜야겠다고 다짐하는 중요포인트가 되었다.


너무 감사한 경험이고,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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