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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U Sep 03. 2019

인생이 고고한 줄 알아?

남 욕하는 거 나쁜 거 아니야


어느 날인가 회사 동료와 언쟁을 한 날이었다. 나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웬만하면 싸우지 않으려 한다. 평소 상대가 잘못하여 진행된 일이라도 오히려 내가 공손하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며 나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보통은 언쟁이 잘 나지 않는데, 그 날이 사회생활하면서 처음 같은 회사 사람과 내 기준 평소보다 큰 언쟁을 하게 된 날이었다.


당일 퇴근 후 집에서 엄마와 저녁식사를 하며 해당 내용을 하소연하듯 털어놨다. 언제나 그렇듯 그녀는 열심히 내 편을 들어주며 맞장구쳐주었고 나보다 더 그 사람에 대해 욕해주었다. 그녀의 욕을 듣고 있으면 나보다 나를 더 생각해주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안도감이 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참 같이 흉을 보고 나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되게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남을 욕하는 것이 착한 일은 아니지 않나? 그래서 젓가락을 탁 놓으며 그녀를 보고 말했다.


“근데 나 이렇게 남 욕하는 거 안 좋은 거지?”


그러자 엄마가 한마디 했다.


“아니, 너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욕도 좀 하고 그래야지! 나는 네가 남 욕도 못하고 착하게 네네 하며 살다가 마음병 생기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욕먹더라도 네가 행복하고 자신 있는 게 더 좋아!”


나는 풋 웃었다. 그러나 그녀는 웃지 않았다.


“인생이 고고한 줄 알아? 세상 고고한 거 하나도 없어.”



인생이 고고한 줄 알아?


고고하다라... 2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했던 그녀가 사회에서 깨달은 것은 인생은 고고하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싸우고 맞서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고,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나를 욕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다는 것. 회사에서 그녀가 깨달은 것은 다수에게 욕을 안 먹기 위해 나를 희생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고상하게 앉아있기에는 세상이 너무 전쟁터란 거다.


순진보단 순수해지는 것의 중요성


그녀도 순진할 때가 있었더랬다. 그래서 많이 속고 당하고 울고 힘들었다. 또라이 여러 명에게 시달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곤 몇 년이 지나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순진하지 말고 순수하자. 바보같이 당하는 ‘순진’ 한 거 말고 자신의 신념을 ‘순수’하게 지키는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보면 나는 아직도 사회를 장밋빛이라 순진하게 바라보고 있는 거였다. 나를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굳이 싸우지 않고도 좋게 끝나는 결말들만을 바랬다. 그러나 세상은 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았다. ‘고고’라는 단어와는 좀 먼 곳이었다. 세상은 가끔 나에게 옹졸하고 편협하고, 야비해지기도 한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엄마 이야기를 듣자 엄마는 물 한 모금을 마시곤 나를 다시 바라봤다.


“근데 고고하진 않지만 재밌잖아?”(웃음)


그 전까지 부정적이게 세상을 이야기하던 그녀는 10대 소녀처럼 천진한 표정을 짓고 메롱했다. 어딘가에서 들은 ‘지루한 천국보다 재미난 지옥이 더 좋다’란 말을 그녀는 이해한 듯했다.


나는 언제 이해하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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