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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Aug 05. 2023

공공의 적 : 꼰대

당신은 당연히 아닙니까? - 실제 이야기와 함께..

 40대 팀장 김 씨는 오늘도 느지막이 9시 30분쯤 출발한다. 무능한 팀장이 내쳐진 이후 팀장이 된 그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8시쯤 일어나 간단히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한 뒤 회사에 나간다. 이미 도착한 팀원들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 두 글자에 "안녕하십니까"라는 딱딱한 답이 돌아오지만 권위가 느껴져 뿌듯하다. 

 오전은 비교적 여유롭다. 경력은 짧지만 오래된 여직원을 불러 얘기를 하다가 2년 전 얘기가 나온다. 

 "그거 내가 다 정리한 거 아냐. 맞지?" 

 "맞아요. 그거 그때 안 했으면 큰일 날 뻔했죠."

 경력직으로 이직한 이 과장을 불러 대박이지 않냐고 재차 묻는다. "와 대박이네요. 진짜." 이 과장의 리액션이 나지막이 들려온다.

 팀원 여름휴가 계획을 취합받았는데 모두가 수목금에 몰려있다. 사실 이 팀에는 월요일에는 휴가를 쓰면 안 되는 암묵적 룰이 존재한다. 회사에는 없는 정책이지만 김 팀장이 자신의 팀에만 창조한 룰이다. 얼마 전 김 팀장은 자신 소유 부동산계약을 위해 월요일 연차를 낸 적이 있다. 단, 팀원들은 앓아눕지 않는 이상 월요일은 피하는 것 같다. 여름휴가가 겹쳐도 안되는데 월요일마저 빼니 몰릴 수밖에 없다. 어김없이 올해도 몇 명은 9월 이후를 기약해야 한다.


 지난주엔 김 팀장을 빼고 회식 후 2차를 간 사실을 들켜 모두 드잡이를 당해야만 했다. 1:1로 회의실에서 책상을 치며 소리를 질렀고 어째서 보고를 하지 않느냐고 고래고래 분풀이를 했다. 몇몇 여직원은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가 이렇게 잘못한 거예요?"라고 속삭이며 돌아왔었다.

 결국 4년 재직한 여직원은 퇴사를 결심했다. 삼세번 폭발을 참아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단다. 무서워서 회사를 못 다니겠다는 게 그녀의 마지막 얘기였다.


 김 팀장의 자리는 항상 모두의 얼굴 혹은 모니터를 볼 수 있는 자리에 배치되어 있다. 공간의 효율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호하는 직원 순대로 가까이에 등을 지고 앉거나 모니터 시야가 확보되는 것이다. 경력과 직무에 관계없이 자신에게서 멀수록 재직연한이 짧거나 자신이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직원을 배치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 5시다. "정리들 하고 들어가요"라는 말과 함께 출근 7시간 30분 만에 퇴근한다. 


1) 자기 가치관 확신을 넘어선 강요

2) 자신의 과거 미화

3) 능력은 짬밥순

4) 자신만의 도덕적 잣대 강요

5) 이중적인 언행

6) 타인의 대한 배려 부족과 공감 결여

7) 경직된 마인드와 똥군기

8) 자신은 항상 이겨야 된다는 개논리

9) 쓸데없는 자기 과시

10) 달라진 사회적 가치관 무시, 거부


대한민국은 길 가다 발로 차이는 것이 대졸자인 나라다. 그런데 정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일까?

"어떤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것이 교육받은 사람의 특징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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