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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un Aug 22. 2024

#8 컬리는 왜 실패했을까

대략 3개월에서 6개월 뒤 나올게 뻔한 이야기

컬리가 유니콘이 되기 전, 나는 아주 특수한 위치에서 컬리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이후 공석인 컬리 쪽 입사제안을 받았었지만 거절했었다.


실패할게 뻔하니까.



1. MD회사가 억지로 물류회사가 되다.


나는 회사를 구분할 때 매출구성이 아니라 비용구성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뭘 파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팔기 위해 무엇에 돈을 쓰냐이기 때문이다.

컬리 판관비 구성을 보면 29%의 급여, 31% 운반비, 13%의 지급수수료가 반기기준 2,500억이 넘는다.

당연하게도 지금 컬리는 종합유통물류회사다.


초창기 컬리는 엣지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이 났었다. 실제로 다른 곳에 없는 것을 입점시키는 것이 강점.

그 당시엔 매출과 매출원가의 Gap, 매출총이익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서 1차 선택에 놓였었다고 본다. 

1) 상품 Value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엣지있는 상품+고급PB 통해 매출액이 아닌 이익을 키우는 방향.

2) 확장된 고객군을 폭발적으로 늘리기 위해 상품Value를 낮추고 물류유통업체 매출액을 키우는 방향.


여기서 2)를 선택하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이 사람 회사를 팔고 나갈 생각이구나'



2. 물류회사에 물류전문가가 없다.


아이러니한 것은 꽤 오랜 기간 컬리엔 물류전문가가 전무했다는 것이다.

새벽까지 포장하느라 관리인력까지 총동원되었단 얘기를 심심찮게 들었는데(심지어 대표도)

차라리 포장한 김에 그때 새벽부터 배송을 했다면 지금보단 나았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가장 경악했던 건 대표 포함 경영진이 그 업무를 했다는 것을 마치 무용담처럼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냥저냥 컨설팅 회사 다닌 지인들을 물류/생산/구매 곳곳에 꽂았는데 업태, 직무의 생리를 모르는 초짜들이 안 그래도 험한 유통물류업계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을지는 실적이 보여주는 것 같다.



3. 상식이상의 무계획 지분희석


복수의결권이 도입이 안된 나라에서 대표의 지분(특관포함)이 20% 아래라는 것은 

'이 회사는 이제 방향을 잃습니다'라는 시그널이다.


어찌어찌해서 물류회사의 길을 선택했다고 치자.

적어도 Valuation이라도 전략적으로 해서 희석이라도 지연시키든 맹목적 우호지분이라도 세팅해야지.

그저 팔아먹을 생각에만 혈안이 돼서 초반에 뻥튀기를 너무 한 역효과로 리픽싱까지 겹치면서

FI, SI 할 것 없이 러시안룰렛을 앞둔 총잡이들처럼 눈치만 보는 상황이 돼버렸다.


최대주주들의 생각이 갈리는 환경에 놓이면 회사는 그때부터 모든 의사결정이 멍청해진다.



4. 결국엔 돈 욕심


기사를 보니 2018년 매각의향을 밝힌 대기업까지 찾아갔다가 퇴짜를 맞았단 소식이 들린다.

당시 국내 최대 유통기업 A, 떠오르는 이커머스 기업 B까지 여러 회사가 인수의향을 밝힌 사실은 맞다.

정말 재밌는 사실은 당시 제안한 밸류가 지금 컬리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는 밸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돌고 돌고 돌아 사실 거대한 거품 속에 진짜 밸류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5. 그래서 언제?


컬리가 밝힌 반기 거래액이 1.5조 월로는 2,500억. 아이러니하게도 연초 정산을 30일->60일로 늦췄고

현재 컬리의 반기 현금성자산은 아무리 높게 쳐도 2,000억.

정산주기 늦춰서 반기보고서 겨우 만들어냈는데 3분기 보고서가 나올 11월엔 어떤 긍정회로를 돌려도 앵꼬.


#힌트

컬리가 최근 정관에 추가한 사업들을 보자.

자동차 렌탈, 여행, 티켓판매, 교육서비스 등등... 전부 조기에 현금을 땡길 수 있는 것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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