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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Jun 06. 2020

아내와 여행 가서 다투지 않는 요령

아내의 말을 자꾸 반박하게 된다면

모처럼 아내와 여행을 떠났는데 투닥거리는 일이 적지 않았다. 연애 때나 신혼 시절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며 어딘가로 떠나는 일정 속에는 마찰하는 일이 잦았다. 가보고 싶었던 곳으로 떠나니 설레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기쁘기만 하면 좋을 텐데 사소한 것들 때문에 불꽃이 튀어 일이 커지고는 했다. 오랜만에 붙어 있어서 그랬던 것인지, 여행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계획과 다른 일이 발생해서 그랬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종종 좋지 않았던 여행의 기억들은 나 자신을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했다.


한 번은 어떤 식당에서 사건이 생겼다. 강원도 해안가의 어느 도시로 향하는 중이었다. 승용차로 이동하는 일정 상 잠시 어디에 들러 점심을 먹어야 했다. 아내가 나름대로 알아본 '맛집' 식당으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연휴 때라 그런지 식당 입구부터 멀리까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굳이 여기까지 왔는데 꼭 먹고 가면 좋겠다는 말에 기다리기로 했다. 사람들이 제 발로 기다려 먹을 만큼 맛있는 집을 골랐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걱정됐다. 두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줄 서서 기다릴지 아득했다.


아내가 기다리고 내가 아이를 보면 좋겠는데 상황이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가만히 못 있고, 돌아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은 굳이 엄마하고만 논다고 떼썼다. 그렇다고 몇십 분을 세워 놓을 수 없으니 아내가 아이들을 데려가고 내가 줄을 섰다. 그렇게 어딘가를 헤매다 돌아온 아내는 피로감에 힘겨워 했다. 지금이라도 줄을 안 서는 곳을 가면 어떨까 하고 운을 뗐다가 남이 알아봐 준 대로만 움직인 사람이란 오명을 썼다. 그 소리를 못 참고 받아치니 서로 으르렁거리는 시간이 길어졌다. 밥을 먹을 때도, 그 이후에도 냉랭한 상태로 다니게 됐다.


이런 사례는 부끄럽게도 적지 않지만 비슷한 점이 있었다. 아내는 나의 어떤 점에 불편함을 느끼고, 나는 그 감정에 반응한다는 사실이었다. 아내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남편이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인생 선배가 조언하듯 나는 아내와 너무 달랐다. 그것이 알콩달콩 서로만 바라보며 한없이 감쌀 여유가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지만, 어느 시점이 되자 문제가 됐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아내가 말을 밉게 하고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고 곧잘 생각했다. 내 나름대로 도와주고 공감해주려고 고민해서 꺼낸 얘기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겼다.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패턴을 최근에서야 깨트렸다. 아내의 말 속에 다른 마음이 감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듣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행 중 식당에 들어가 '아무거나 고르라'는 아내의 말에 남편이 '간판 메뉴'를 골랐다고 하자. 저렴한 기본 메뉴였다. 그 모습에 '당신은 왜 늘 싼 것만 골라? 앞으로 나는 비싼 건 못 먹겠네'라고 하는 아내의 말을 비난한다고 따지지 말고, '그게 제일 맛있을 것 같았어, 그럼 어떤 게 먹고 싶어?'라고 부드럽게 되묻는 식으로 반응한다. 내 정당성을 지키려 싸우기보다 아내가 좀 더 말하도록 기다린다.


감정이 절정으로 치달을 수 있는 고비만 넘기면 됐다. 내가 아내에게 반응하지 않고, 아내가 내게 반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막상 이런 식으로 되물으면 처음 한 말과 대답이 비슷했다. 그런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고, '그럴 만한 사정이 있겠지'란 마음으로 몇 마디 더 나누면 결국 이유를 설명할 기회가 왔다. 이를테면 아내가 먹고 싶은 메뉴는 더 잘하는 식당으로 가자고 말하는 식이다. 좀 더 듣고 받아주었을 뿐인데 아내가 바뀐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단지 부부 사이의 일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좀 더 나은 방식이란 것을 알게 됐다.


듣고 싶은 말에 주목하고
듣기 싫은 말은 흘린다면
 누구의 마음도
얻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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