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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Jun 15. 2020

부러워하기보다 축하하는 사람이 되려면

내 자존감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오랜만에 눈에 띈 친구의 근황에 기분이 초라해질 때가 있다. 소셜 미디어를 많이 하지 않는 요즘은 주로 카카오톡을 통해 지인의 소식을 접한다. 매일 사용하는 앱 어딘가에 지인의 생일 알림을 뜨자 잠시 잊고 있었던 친구가 떠올랐다. 유치원 다닐 무렵 전후로 자주 만나고 놀았던 친구였는데 내가 다른 지역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됐다. 결혼식 같은 큰 일에는 참석해 함께 축하했지만 서로 너무 다른 일상을 보내면서 얘기할 계기는 많이 갖지 못했던 친구였다. 모델 같이 찍혀 있는 근황 사진들을 보며 괜히 내 삶이 비교됐다.


동갑인 친구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이 나에게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 사진이 아주 좋았던 어떤 한순간을 포착한 것이기에 일상 전체를 반영하지 않았겠지만, 어느 시점의 내 마음에 그런 감상이 불쑥 끼어들었다. 여러 책임과 육아, 가사 등으로 인해 지쳐 있는 중이라서 그랬을까. 현재의 나는 없거나 잊어버렸고, 그는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활력이 부러웠다. 사진 속의 녀석은 자유로워 보였고, 행복해 보였으며, 충분히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안부를 물으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묻고 싶은 의지보다 주저하는 감정이 더 컸다.


이 마음은 내 삶에 대한 여러 인식 중 하나가 반영된 것이었다. 일상이 갑갑하며, 단조롭고, 특별할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중의 일부였다. 전체를 설명할 수 없는 변죽 같은 말이었다. 그것이 마치 모든 것인 양 일순간에 감정을 장악했다. 그 순간 라면을 끓이다 수프 넣기를 빠트린 것처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내가 왜 알맹이가 아닌 껍데기에 집중하고 있는가 돌아봤다. 삶의 알맹이에 주목하는 인식을 무엇 때문인지 잠시 놓쳤다. 그러니 사소한 다른 것이 그 자리를 쉽게 차지했다.


나는 이때 내 선택의 가치에 대해서 고찰하지 않고 있었다. 선택은 내가 하는 일상의 행동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어떤 행위를 하기에 앞서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맞춰 그냥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한 마디로 효율적으로 산 것이다. 대부분의 일들이 기운이나 시간, 금전적이고 심리적인 면에서 낭비가 없는 선에서 처리됐다. 일정상으로는 매우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인생에서 꼭 챙겨야 할 핵심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내 진짜 모습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면에 더 많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돌아보며 내 모습을 살펴야 했다. 이를테면 아이들과 무엇을 함께 할지 고민하는 만큼 그 시간 동안 어떤 추억을 남기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했다. 또 아내와 집안일을 어떻게 나누고 공과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얘기하는 것만큼 그 이후 가정이 얼마나 좋아질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일적인 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직업적인 일만큼 그 일을 통해 성취하려는 궁극적인 가치가 더 중요했다. 하나를 더 팔아 매출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통해 달라질 고객의 삶을 주목하는 것이다. 초점을 옮길수록 자존감이 회복됐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 때 다른 사람을 달리 볼 수 있었다. 상대방과 나의 눈높이가 다를 지라도, 수입이나 직업, 직책이나 직급이 다를 지라도, 상대방을 존재 그대로 바라보게 됐다. 내 인생을 존중하고 귀하게 바라볼 때에야 그런 힘이 생겼다. 겉보기에 주눅 들게 만드는 어떤 사람과 상황을 마주할 지라도 담담하게 바라보며 나다운 모습으로 설 수 있었다. 친구에게도 마찬가지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멋진 가정을 꾸린 것을 축하하며 그의 인생을 축복하고 격려하고 싶어 졌다. 그와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해하면서 말이다.


제 내면에서
꼭 봐야 할 것을 보지 않을 때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조차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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