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hite whale Jun 18. 2020

포기할 때 오는 기회를 잡으려면

뭔가 더 나은 것을 선택하고 유지하는 힘

누구나 살면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순간을 만난다. 나는 이 단어를 아주 신중히 쓰려고 노력한다. 그 대가를 몸소 겪었기 때문이다. 그만 두기 전에 갖고 있던 기대감과 애정이 클수록 중도에 멈출 때 찾아오는 공허함과 허탈감이 컸던 것 같다. 이런 문장을 쓸 때면 취업준비생 시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준비하던 진로를 중간에 멈추고 다른 길로 들어섰던 기억 탓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많은 사람이 선망해 경쟁률이 치열했고, 뽑는 회사도 많지 않았으며, 전망도 밝지 않았다. 무엇보다 계속 도전하면서 늘어가는 기회비용들이 너무 아까웠다.


그 꿈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을 때 발 밑의 땅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멀리 날아가는 파랑새를 잡으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낭떠러지로 떨어진 기분이랄까. 어리고 조급하며 단단하지 못했던 그 시절에는 말 그대로 절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1년에 몇 명 뽑지 않는 대기업만 보고 달리다가 잘 안돼 단념한 것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인생이 멈추는 기분이 들었다. 멈춰서 돌아보니 주변 친구들은 이미 저만치 앞서 달리는 것 같아 초조해졌다. 당장 새로운 길로 달리고 싶었지만 바로 그럴 수 없었다. 잃어버린 인생의 나침반부터 찾아야 했다.


그 당시에는 포기가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몰랐다. 마치 경기에 져서 링을 내려오는 선수처럼 가망 없다고 여겼다. 이미 꿈을 좇아 달리고 있는 지인을 만나며 인생의 정거장에서 서성거렸다. 그러다 문득 '이전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란 깨달음이 왔다. 비록 한 번도 상상한 적이 없던 선택이었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장 대안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할지라도, 지금 그 길을 계속 달리면 안 되겠다는 나름의 확신이 충분히 있었던 덕분이다. 브레이크를 밟을 용기였다. 한참을 지나 돌아보니 그 순간은 새로운 길에 들어서는 시작점이었다.


그런데 더 나은 것을 선택하려는 동기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일단 그 직후에 인생에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좋아 보이는 것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배웠듯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 가능성이 상존했다. 그렇다고 일단 아무거나 선택한다고 꾸준히 지킬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런 고민이 결국 '어느 직장에서 일할 것인지'에서 맴도는 것을 았을 때 가슴이 뛰는 나만의 키워드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어디서 일하든 내가 추구하는 바를 담는 일을 하겠노라고 마음먹고 미지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지키려는 가치가 생기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감이 왔다. 그 당시에는 '콘텐츠,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란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뜻이 아니라 나만의 생각을 담은 새로운 의미로 번역했다. 이를테면, '남들이 몰랐던 보물 같은 가치(콘텐츠)를 찾아 상대방의 마음에 닿도록 전달하는 방법(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그 말을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시간이 흐르며 경험으로 쌓여갔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나의 일부가 됐다. 만약 포기하는 순간이 없었다면, 밟아보지 않았을 길이다.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포기의 순간이 있었지만 갈수록 추구하는 바는 분명해졌다. 돌아보면 10년이 채 안 된 사이에도 내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나름대로 세운 가치를 지키고자 몸부림친 시간이 쌓여 오늘의 내가 됐다. 그런 면에서 무언가를 중단했던 결정은 내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드는 계기였다. 무엇을 버리고 취할 것인지 고민하며 도전하는 과정에서 조탁된 덕분이다. 지금도 여전히 가보지 않은 길과 살아보지 않은 시간이 두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을 나를 만나고 싶기 때문인 듯하다.


포기하지 말라고 하기보다
포기하고 찾아오는 기회를
잘 잡으라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전 14화 마음에 남는 인상을 주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