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두잇' 전에 치열한 고민과 전략이 필요한 이유
최근 친구가 좋아하는 수영 선수를 직접 그려서 수모를 만들고, 직접 판매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혼자서 공장도 찾고, 그림도 그리고, 인스타 계정도 운영하며 집중하는 모습에 나도 친구의 첫 비지니스 시도를 응원하고 있다. 오늘은 오랜만에 만난 그 친구가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배송비 부담이 있어서 어떻게 제품을 보낼지 고민이야.', '차라리 아마존이나 해외 몰을 뚫어서 입점을 시켜야 할까?'하는 고민을 가볍게 털어놓았다. 나는 이 고민을 듣는 즉시 '아마존 풀필먼트 시스템 같은걸 이용할거면 공급해야 하는 최소수량 같은게 있지 않을까? 잘은 모르지만 너무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거나 초기비용이 크다면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 '감당할 수 없을만큼 많은 재고가 쌓이면 부담이잖아.' 같은 이야기를 하며 '시도는 좋지만 그 전에 충분히 알아보고 시작했으면 좋겠어'라는 조언을 건넸다.
물론 친구가 차근차근 사업을 잘 전개해 나가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이런 조언을 한 이유는 내 주변에서 무리하게 감행한 '실행'으로 부담을 떠안고 망가지는 브랜드의 사례를 종종 마주쳤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란 스토리가 탄탄하고, 그래서 브랜드 액션의 대다수가-소비자가 그 모든 내용을 알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모두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동일한 맥락 속에서 진행되는 브랜드이다. '진정성', 그리고 '일관성'이 유지되고, 꾸준히 발전하는 한결같은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스토리'와 '맥락있는 액션'만 잘 관리하면 되는 걸까? 어쩌면 '그렇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나는 한 가지 전제를 달고 싶다. 브랜드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사가 금전적 '여유'를 가지고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치열하게 고민할 것. 그래서 속도전보다는 오래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무슨 말이냐면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이어가고 싶다면 '수익'과 '이미지(브랜딩)'의 관계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와 가치를 담았다 한들 기업 운영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수익창출'이기 때문에, 만약 '브랜딩'과 '수익창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대다수의 기업들은(억만장자가 취미로 하는 사업이 아니라면) 수익 창출을 위한 활동에 더 무게를 둔다. 당장 회사에 현금이 없다면, 이미지고 뭐고 챙길 겨를 없이 폭탄세일 등으로 물량을 밀어내기 바쁘게 되기 때문이다.
이때 문제는'과재고', '적자' 등의 문제로 브랜드의 진실성이나 일관성을 지켜내지 못하면 브랜드가 서서히 망가져버린다는 것이다. 특히 진성성 있는 가치와 철학을 토대로 하는 브랜드이거나, 프리미엄 전략을 쓰고 있던 브랜드의 경우 브랜딩보다 단순 세일즈에 급급한 액션에 소비자들이 떠나가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내가 쓰는 브랜드를 자기 자신과 동일화하는 소비자위 특성상 말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회사가 과감한 액션을 할 때 브랜드를 망가지지 않게 할 수 있을만큼 우리가 여유가 있는지, 새롭게 하는 액션으로 회사가 엄청나게 큰 타격을 입게되지 않을지를 꼭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욕만으로 너무 많은 수의 제품을 생산했다가 그걸 다 팔지 못하고 과재고를 떠않고 망하는 회사도 많고, 무리하게 신제품을 출시 했다가 제품 불량이슈로 이미지가 망가져 금방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용기를 내','그냥 한 번 해봐' 같은 말은 언제 들어도 참 멋진 말이다. 두려움을 버리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돕는 말이니까. 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시도하고, 안 가본 여행지에 가는것과 달리 '실패 했을 때의 리스크가 큰 일'일수록 용기있는 실행을 하기 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또는 실패해도 끄떡없는 에너지를 비축해 두었는지, 이 도전을 성취로 이끌게 위해 내가 가진 역량은 무엇인지 등을 꼭 따져봐야 하는 것 같다. 나이키의 유명한 슬로건 '저스트 두 잇'도 좋지만 때로는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건너는' 지혜를 발휘할 때 더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나아가 더 풍요로운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