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당신에게.
나는 마케터다.
나는 중간 관리자이다.
팀을 리딩하는 동시에
팀원이기도 하다.
광복절을 붙여 3일이나 주어진 황금연휴,
그 꿀 같은 휴일 동안 머릿속에 생각이 끓어올랐다.
노력하지 않아도 생각이 가득했다.
‘핵심 전략은 뭐지?’
‘예산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
‘팀 역할은 어떻게 짜지?’
‘각 대행사에 업무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까?’
‘광고는 어쩌지?’
‘**님이 포토 예산은 받아두었을까?’
생각이 끓어올라
잠결엔 팀원과 대화를 하고
잠 안 오는 새벽엔
캄캄한 방에서 환한 불빛의 아이패드를 켜
조도를 최대한 낮추고 아이디어 노트를 했다.
3일 연휴 동안 강도 높은 요가로 생긴
등근육 통증이 잠잠해졌고
맛있는 음식으로 1kg 살도 찌우고
넷플릭스로 빈지와칭하며 현실도피도 해봤지만
결국은 책상에 앉게 되었다.
오늘 아침엔 쇼핑 라이브 방송 진행을 위해
일찍 출근해 스튜디오로 갔고
점심 무렵에야 신제품 론칭 프로젝트를 위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른 때와 컨셉이 많이 다르고
팀원이 교체된 후 진행되는 프로젝트라
책임도 커지고, 마음의 부담도 커
마음이 자꾸만 불편했는데…
황금연휴 동안 끓어올라 내내
나를 괴롭히던 생각이 어느새
찾아 헤매던 답안의 실마리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체 프로그램을 더 디테일하게 정리하고
스케줄도 실무들이 무리 없이 진행하도록 꼼꼼히 작성하고
예산 가이드도 각자가 프로그램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짰다.
잘 꾸지도 않는 꿈까지 따라오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도록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어지러히 헝클어져 있던 생각들은
차오르고 차올라 결국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
나는 ‘생각이 많다’는 평가를 듣고
‘생각이 깊다’는 평가도 듣는다.
어릴 땐 ‘생각이 너무 많다’는 평가가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 많은 생각들이,
나를 밤잠 이루지 못하게 하던 생각들이
차오르고 차올라야
언젠가 좋은 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그래서 그 ‘생각’ 사이에서 길을 헤맨 시간이
내가 문제를 풀어나가는, 답으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앞으로도 일터에서도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가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이렇게 끓어오르는 생각에 짓눌리다, 어느새 그 사이에서 해답의 사금파리들을 찾아낼 것이다. 오늘은 나의 ‘생각’이 내게 어떤 의미 었는지를 알게 돼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