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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Mar 24. 2021

요가 1시간 전에는 바나나를 먹으면 안된다.

직장인의 퇴근 후 요가, 식사는 어떻게?

직장인인 당신이 퇴근 후 요가원으로 직행한다면,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는지?


'먹는 일'이 인생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 내게 '먹지 않는 일'이란, 한 가지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내 인생에 '먹지않는 다이어트는 없다'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내가 이런 사람인지라 회사 근처에서 6시 20분 또는 7시 30분 시작되는 요가는 아주 큰 고민거리를 하나 안겨주었다. 바로 '저녁식사'.


저녁 첫 타임인 6시 20분 요가의 경우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부리나케 하던 일을 정리하고, 빠른걸음으로 요가원으로 향해야 수강이 가능하고, 7시 30분 요가의 경우 조금 더 회사에 남아 야근을 하거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우다가 수강을 하러 가게된다. 문제는 요가가 끝나면 각각 7시 30분, 8시 40분이 된다는 사실이었다. 회사동네에서 집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거의 9시~10시가 된다. 한동안은 이 시각에 저녁을 챙겨 먹었다. 대단히 갖추어진 밥은 아니라도, 뭐라도 먹자는 마음으로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먹었다. '일하고 운동까지! 아이고 기특하니 맛있는걸 먹어줘야지.' 하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요가를 시작했건만 내 몸이 나날이 포동해졌다는 사실이다. 여름은 다가오고, 옷도 얇아지는데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큰 결심을 했다. 7시 이후로는 되도록 저녁을 먹지 않기로(물론 주말은 치팅데이다^^;).


7시이후 금식이라는 말은 6시 퇴근하는 직장인인 나에게 '점심 식사 이후로 밥을 못먹는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가끔은 5시~6시쯤 간단히 미숫가루을 먹으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나는 보통 4~6시는 아주 집중해서 일하기 때문에 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잊는다. 오늘도 결국 5시 50분이 되어서야 지금 뭔가를 먹지 않으면 오늘 저녁은 굶어야해....쫄쫄!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급히 회사에서 주는 간식용 바나나를 하나 챙겨 우물 우물 씹으며 업무 마무리를 했다.


문제는 모니터를 보며 대강 씹어심킨, 거기다 운동 30분 전 먹은 이 바나나가 소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물 흐르듯 동작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빈야사 수업을 했는데, 기본 동작인 다운독은 물론, 뒤로 크게 몸을 젖히는 후굴이나, 앞으로 몸을 동그랗게 마는 전굴 자세를 할 때마다 속이 너무 불편해서 동작에 집중할 수 없었다. '과일 하난데 뭐'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으나 이 안일한 생각으로 요가를 시작한 후 40분동안 더부룩함과 아직 내려가지 않은 바나나가 신경쓰였고, 수업 약 10분을 남겨놓고 마무리동작을 할 때야 가벼운 트름(아무도 모르게!ㅋㅋ)이 나오며 소화가 되었다는 신호를 몸이 보내왔다.


사실 #요가 #식사 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면, 다른 운동과 마찬가지로 최소 2시간 전에는 식사를 끝내라는 이야기를 한다.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지만(내 경험상 수영/ 달리기도 마찬가지로 식사 시간이 중요했다.) 요가는 특히 몸을 뒤로 젖히고, 동그랗게 말고, 비틀고 거기다가 배와 가슴을 통해 호흡을 신경써서 해야하기 때문에 속이 불편하면 동작에 집중을 하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우유 한 잔인데?', '바나나 한 갠데?' 라는 가벼운 생각이 2시간 공복 후 운동이라는 규칙을 쉽게 깨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으로 동일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나는 양질의 식사도, 집중도 있는 운동의 기회도 놓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운동 직전 '저녁 요기(먹는 일)'하는 일의 유혹을 만날 것이다. 그럴때마다 그 아무것도 아닌 '바나나 한개'가 내게 어떤 영향을 미칠수 있나를 진지하게 떠올려 봐야겠다. 그리고 바나나 한 개를 네번 다섯번 참았던 주에는 주말 근사한 저녁식사로 나 스스로에게 칭찬칭찬 열매를 쏟아주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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